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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08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2-08-16
조회수
931
 


역사에서 기억으로 : 침묵당한 목소리를 불러내다

임지현.정면.김정한 외 저 / 서강대 트랜드내셔널인문학연구소 기획 / 18,000원 / 진실의힘


과거와 국가를 넘어, 기억의 연대와 책임을 생각한다
기억전쟁 속에서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기록되지 못한 기억과 이름을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

왜 ‘역사’ 가 아니라, ‘기억’인가?
- 승자의 역사, 국가의 기록에서 침묵당한 이들의 기억으로

2021년 겨울 전두환은 사망했다. 5?18 학살에 대한 인정이나 사죄는 없었다. 그의 세력과 지지자들은 학살 자체를 부정하거나 북한군 침투설 등으로 진실을 왜곡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억전쟁’이 치열하다. 역사적 사건의 실존조차 부정하고,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거나, 피해자의 증언과 기억보다 법적 판결이 힘을 얻어 피해자의 고통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문서와 역사적 서사를 독점한 상황에서 힘없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목소리, 즉 기억은 배제된다. 게다가 각국의 역사부정론자들이 국경을 넘어 연합하여 전 세계적 극우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현실은 역사의 승자와 국가, 법원 등의 기관이 공인한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의 기억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기억전쟁’의 시선을 과거 한국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와 동시대적 사건, 여성 등 소수자로까지 확장시킨다. ‘기억전쟁’은 과거 사건에 대한 역사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억이라는 상징을 앞세운 정치투쟁이다. 이를 통해 주류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려내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민중사이자 초국가적 기억의 연대를 향하는 첫걸음이다.




내가 글이 된다면

캐시 렌첸브링크 저 / 박은진 역 / 16,800원 / 머스트리드북

창작의 충동을 넘어 내면 언어의 발견으로!
내 안의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 가이드

“다 쏟아내라!
글로 옮기지 못할 삶은 없다”

정여울 작가, 정혜윤 피디 추천
매트 헤이그, 줄리아 새뮤얼, 캐서린 조… 최고 작가 37인의 글쓰기 조언 수록


우리는 때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두렵고 자기 확신이 서지 않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가슴속에 꾹꾹 담아놓는다.

영국 작가 캐시 렌첸브링크의 책 『내가 글이 된다면』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글쓰기 안내서이자, 글 쓰는 사람의 마음속 세상과 작업 풍경을 다룬 심리 에세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우리의 발목을 잡는 심리적 장벽과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글문을 여는 데 유용한 59가지 도구를 마흔 넘어 첫 책을 내고 작가로 안착한 저자의 체험을 곁들여 소개한다. 우리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고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과 아무도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에는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글쓰기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생활인으로서 글 쓰는 사람의 내밀한 심리와 글쓰기 여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넨다.

세계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담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 책은 잠재적 다수인 글쓰기 입문층, 관심층을 대상으로 자기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법에 대해 시작점에서부터 최종 종착점까지 마치 과외 선생님처럼 친절하고 세세하게 안내한다. ‘내가 겪은 것도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짧은 독서나 작문 이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쓸 수 있을까’ 주저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글쓰기를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부록에 실은 매트 헤이그, 줄리아 새뮤얼, 애덤 케이를 비롯해 최고 작가 37인이 건네는 주옥같은 조언은 기성 작가와 예비 작가를 가리지 않고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중한 지침이 될 것이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

이소영 저 / 18,000원 / 창비

교과서에 없는 명작,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림으로 전하는 다정한 치유의 힘

드디어 세상에 나온 화가들!
간절한 마음으로 담아낸 마법 같은 이야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출연 등 다양한 방송활동으로 화제를 모은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이 이번에는 숨겨진 미술사의 비밀을 가득 안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은 저자의 오랜 관심사 ‘아웃사이더 아트’를 찾아다닌 마음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화가의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미 미술계에서는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영역에 속한다. 이소영은 백인 남성·강대국 중심의 미술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자기의 내밀한 고백들과 함께 먼지 쌓인 서랍에서 꺼내놓는다.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새롭고 읽을 만한 일화로 가득 차 있을뿐더러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저마다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밝은 눈의 기록이자 외로운 존재들을 위한 온전한 마음”(추천사, 시인 박준)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누구나 하는, 또 누구나 아는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늘 새롭고 참신한 주제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저자는 이번에도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한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전세계를 누비며 사라진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다녔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의 현대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같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앞장서 소개하고 있는 어엿한 ‘주류’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조명받지도, 또 일부는 전혀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점이 저자를 더욱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이 책은 뛰어난 작품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되며, 인종·성별·장애·계급 때문에 차별받아온 이들을 복권시킨다는 의미의 ‘미술사 다시 쓰기’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며, 여태껏 접하지 못한 다양한 이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보며 심미안이 확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덕다이브

이현석 저 / 16,000원 / 창비

“묵묵하게 헤엄쳐 그를 구하고, 스스로를 구할 것이다.
설령 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몇번이고 다시.”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 첫 장편소설
올여름 가장 뜨겁고도 시원한 서핑 소설!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면서도 엄청난 흡인력을 선사하는 작품들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단연 주목받는 작가 이현석의 첫 장편소설 『덕다이브』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네번째 작품이다. 코로나19가 소문으로만 들려올 무렵 발리의 한인 서핑캠프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세차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강렬하고 온몸을 감싸는 물결처럼 섬세하다. 마치 서핑보드에 올라선 것처럼 느끼게 하는 생생한 장면들을 따라 독자들은 바다의 정점에서 파도를 가르게 되고, 때로는 제 몸의 몇배는 되는 파도에 휘감겨 소금물을 마시게 된다.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명히 묘사하는 이번 작품은 동시에 혹독한 현실 역시 세밀하게 그려낸다. 서핑과 함께 소설에서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는 의료계 일터괴롭힘 문제는, 실제 의사이기도 한 작가의 서술을 통해 그 무게감을 더한다. 작가노트에서도 언급되듯, 약간의 어긋남으로도 쉽게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의 논리와 자기착취를 당연시하는 현실 앞에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고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괴로움에 대해 그려낸다. 소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어설픈 포장이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설령 늦었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할지라도 끝내 과거와 다시 마주하도록 한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살을 거슬러 과거를 향해 헤엄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용기와 윤리에 대해 말한다.




바다의 문장들 1 

장현정 저 / 9,900원 / 호밀밭

더 넓고, 더 시원한 삶을 위한
바다를 닮은 52개의 문장과 단상


저자 장현정은 광안리를 사랑해서 직접 지은 호도 ‘안리(安里)’이다. 바닷가에 살며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게 직업인 저자가 1년 52주 동안 매주 하나씩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문장과 단상을 매년 여름 연간 무크지 형식으로 묶어보기로 했다. 『바다의 문장들 1』은 그 출발을 알리는 첫 책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주어서 바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면 버릇처럼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실제로 바다는 인류의 엄마이기도 하다. 바다에 가서 바닷물처럼 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다 커서도 바다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은, 다 커서도 엄마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만큼이나 용기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바다처럼 새롭고, 불편하고, 매번 낯선 자극이 필요하다. 삶이란 얼마나 입체적이고 풍만하며 아름다운가! 이 책은 1시간 만에 해변에 누워 후딱 읽을 수도 있고, 1년에 걸쳐 매주 한 문장씩 천천히 읽을 수도 있고, 평생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도 있을 테다. 이미 온라인이 정보의 ‘바다’가 되었으니 이런저런 정보들은 다 걷어내고 문장 하나당 원고지 5매 내외로 정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발견해서 더 궁금한 게 생기면 인터넷에 접속해 ‘서핑’해보길 권한다.

인생을 더 넓고 시원하게 살기 위해, 바다를 닮은 문장들을 만나보자.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 바다를 사랑한 사람들의 고백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보자. 계절의 흐름과 더불어 52주 동안 한 문장씩 깊이 음미하다 보면 인문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새삼 파도처럼 우리 삶 속으로 밀고 들어오리라!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 : 다양성 너머 심오한 세계

브래디 미카코 저 / 김영현 역 / 14,000원 / 다다서재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는 칼럼니스트 브래디 미카코의 최신작이자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의 후속편이다. 전작에서 긴축 재정 시대의 영국에서 백인 노동자 계급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겪는 다양성과 차별의 복잡 미묘한 문제를 다룬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다양성 이면에 존재하는 층위와 모순을 지적한다. 브렉시트로 분열된 영국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과 어느새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의 학교생활을 미시와 거시를 넘나드는 냉철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대한민국 위기와 기회의 시간 : 뉴사이클에 맞는 생존 전략 배우기

선대인 저 / 18,800원 / 지와인

13년 만에 시작된 대변화!
불황 속에 찾아올 절호의 찬스는 어디에 있는가

『위험한 경제학』 『문제는 경제다』의 선대인 소장이
10년 만에 내놓은 한국 경제 전망서
뉴사이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이 책부터 읽고 시작하자

오랜 시간 이어진 초저금리와 대유동성 시대가 드디어 마감했다. 새로운 경제 사이클이 시작되고, 세계 각국은 경기 하락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대한민국 대표 경제 전문가 선대인 소장이 2009년『위험한 경제학』, 2012년『문제는 경제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본격 경제 전망서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어떤 자산이 살아남을까?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불황은 어떻게 다를까?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는 충격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등 뉴사이클 시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들. 한국 경제를 폭넓게 다루는 안목과 수많은 데이터에서 추출해 낸 70여 개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플레와 금리, 부채, 부동산, 산업과 투자라는 4가지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다룬다. 4,000여 명의 선대인경제연구소 회원들이 입증하고, 대한민국 경제 고수들이 앞다투어 추천하는 책. 뉴사이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부터 읽고 시작하자. 위기는 제대로 견뎌내고, 불황 속에 찾아올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당신의 생존을 좌우할 디테일한 전략들을 만나보자.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유혜빈 저 / 11,000원 / 창비

“아둔하게 웃어요 영원히 달려요”

사랑이 사라진 곳에서 다시 사랑을 말하는 조용한 용기
슬픔과 위로를 함께 전하는 맑고 단단한 목소리


고요하고 단정한 언어로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한 미감을 선보여온 유혜빈의 첫번째 시집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됐다. 2020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이번 첫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만의 차분한 어법으로 “산뜻하고 감각적인”(박상수 해설) 서정 세계를 펼쳐 보인다. 예순한편의 시들은 아스라한 꿈결과 푸른 여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유혜빈은 때로는 환상적인 어법으로 때로는 더없이 구체적인 묘사로 사랑하는 이의 부재와 그리움을 차분히 담아낸다. 또한 슬픔을 넘어 부재를 끌어안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끈기 있게 적어나간다. 시인이 담담히 읊는 “체념도 부정도 아닌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담백하고 단정한 노래”(안희연 추천사)가 따듯한 온도를 지닌 슬픔과 위로를 전한다.




토명도 혼합 공간

김리윤 저 / 12,000원 / 문학과지성사

겹겹의 레이어로 쌓아 올린 재세계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투명한 아름다움


언어는 너무 넓어서 앞과 뒤가, 왼쪽과 오른쪽이, 천장과 바닥이 계속 뒤바뀌는 대기처럼 느껴진다. [……] 이곳에서 믿음의 근거는 끝에 부딪히면 다시 돌아오는 시선으로부터, 눈앞에 없다면 등 뒤에 있을 거라고 믿는 믿음으로부터 온다. 나에게 시를 쓰는 일은 이런 시선을, 믿음과 마음을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 소감에서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리윤의 첫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빛과 온기가 물질처럼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문장의 힘”이 “독보적으로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김리윤은 지난 3년간 ‘시 보다 2021’(문학과지성사), ‘2022 시소’(자음과모음), ‘지난 계절의 좋은 시’(시로여는세상) 등 여러 매체에 작품이 선정되면서 평단과 독자들의 이목을 모았다.

53편의 시를 4부로 나눠 수록한 이번 시집은 무엇보다 ‘빛’을 매개로 세계를 감각하는 시선이 돋보인다. 시집의 제목 “투명도 혼합 공간”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RGB, CMYK와 같은 색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색상·명도·채도를 3차원으로 표현한 개념으로, 같은 이미지라도 어떤 색 공간에 표시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도출한다.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줄곧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보여주기를 택한다. ‘언어’를 재료 삼아 자신이 목격한 세계를 다시 눈에 보이는 것으로 구축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겹겹이 포개진 레이어 너머의 반투명한 세계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금, 여기 펼쳐놓는다.




아라의 소설

정세랑 저 / 15,000원 / 안은북스

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월드의 다이제스트


정세랑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아라의 소설〉은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엽편소설집’으로,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 200자 원고지 20~30매의 엽편(葉片)에서부터 70매에 달하는 단편소설까지 다양한 분량의 작품이 담긴 『아라의 소설』은 단순히 ‘짧은 소설’ 혹은 ‘엽편소설’이라는 말로 다 전달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가 있다.

작가가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이라는 ‘아라’는 책 속 여러 작품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소설가의 정체성을 지닌 아라는 짐짓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지만, 작품 전반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친절하고도 신랄한 캐릭터다. 아라의 고향, 아라의 경험, 아라의 친구, 아라의 세대 등으로 드러나는 정세랑 월드의 단면은, 그 뒤의 존재할 거대한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그 상상이 무엇이든 그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라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것, 그것의 정세랑의 글쓰기이고 ‘아라의 소설’이다.




다른 여름 

김희진 저 / 14,000원 / 폭스코너

『두 방문객』, 『얼마나 이상하든』 등의 소설을 써온 김희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한 남녀의 특별한 동행기를 따라가는 『다른 여름』이다. 백 퍼센트 토종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검은 피부의 남자 ‘장세오’와 순례길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눈 스페인 남자에게서 2년 만에 날아온 번역되지 않은 편지를 읽어내야 하는 여자 ‘조소라’의 우연한 만남과 동행기를 그린 소설이다.

『다른 여름』은 사람이 사람에게서 버림받았을 때, 마음을 다한 사랑이 제때에 응답받지 못했을 때, 공동체나 주변 세계로부터 존재를 외면당했을 때, 그 고독과 상처는 무엇으로 치유받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는 소설이다. 장세오와 조소라라는 독창적인 캐릭터의 합을 보고 있노라면, 독자들도 이 각별한 여정에 동참해 함께 ‘다른 여름’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희진 작가의 필력으로 빚어진 흥미로운 캐릭터와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가 시종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소설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된 도서인 만큼 작품성과 완결도 또한 보장된 소설이다.




이상 시 전집

이상 저 / 16,000원 / 민음사

한국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실험적이고 전의적인 문학적 조형 언어로 ‘시각시(보는 시)’의 가능성을 조망한 시인 이상의 시 전체를 모아 엮은 『이상 시 전집』이 세계문학전집 411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책임 편집으로 엮은 이번 시 전집은 생전 이상이 발표한 국문 시, 일본어 시 외에도 이상 사후 발표된 시 및 미발표 시가 수록되었다. 이상 시에 대한 상세한 주석 외에도 이상 시에 대한 오랜 연구 성과인 작품별 ‘해설’을 추가하여 이상 시 해석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명쾌한 혜안을 제시한다.




재수사 세트 : 전2권 

장강명 저 /  각16,000원 / 은행나무

장강명, 6년 만의 신작 장편 공허와 불안의 한복판을 타격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서사! “올여름, 마침내 나는 상상 속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 『표백』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 날카로운 지성과 거침없는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삶과 연관된 가장 사실적인 순간을 포착해온, 그야말로 장르불문의 올라운더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재수사』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다. 6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은, 치밀한 취재로 만들어낸 생생한 현장감, 서사를 밀고 나가는 날렵한 문체와 빈틈없는 전개에, 현실을 타격하는 날카로움이 더해진 장강명표 사회파추리소설이다.




습지 장례법

신종원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조부는 이 책들을 족보라고 발음했지만,
당신은 그물로 알아들었잖아요.”

늪의 시간, 안개의 일부가 되는 길…
그 지독한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 위의 진혼곡

소설의 처음, 그 생의 음악적 질서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종원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이 단편소설 세 편과 에세이로 이루어진 비교적 적은 분량의 소설집임을 감안하더라도, 데뷔 후 2년 남짓한 시간에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와 『고스트 프리퀀시』를 연달아 출간하고, 이후 다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첫 장편소설을 펴낸 것은 그 속도와 필력이 단연 남다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순서상으로는 그의 세번째 책이지만,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이 작품은 그의 첫 소설집 출간 전인 2021년 3월 25일에 씌어졌다. 그러나 씌어진 시기와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 신종원의 소설, 그 가장 처음에 이미 놓여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만 뒤를 따라가는 음향신호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들을 모방하는 노래다”라고 밝힌 그의 신춘문예 당선 소감은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남겼던 일기의 일부를 가져와 조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기는 앞서 죽은 집안의 어른들을 떠올리며 자신 역시 같은 죽음을 맞을 거라는 사실, 나아가 그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적어 남긴 기록이었다. 고증조부와 증조부, 조부의 사인이 뇌질환으로 정확히 같았다는 데에서 아버지와 자신의 미래를 앞당겨 그려보았던 작가는 생이 카논처럼 흐른다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그러한 생의 음악적 질서 속 어떤 마지막의 지점마다 일일이 코다를 찍고자 했다.

이는 소설과 별개로, 세상을 인지하는 일종의 연장 신체로서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상들의 삶을 뒤따르며 그것을 닮아가는 것이 생에 부여된 자연의 흐름이라면 그 굽이마다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것. 하여 유령처럼 부유하는 음악적 질서를 붙잡아 가청주파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일, 그렇게 은폐된 음향 패턴을 들려주는 일이 신종원의 소설 쓰기였다.(인터뷰 신종원x강동호, 『소설 보다: 가을 2020』, 문학과지성사)

대대로 집안 어른들이 죽으면 잠기는 늪, 그곳에서 조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혈족의 역사를 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수장의 전통을 이행하는 늪지기의 마지막 책임으로 남겨진 ‘당신’은, 늪에 가라앉아 있는 선조들과 오차 없이, 결락 없이 포개어지는 이목구비를 가진 ‘당신’은, 그러나 대를 이어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모습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작가의 가계를 엿볼 수 있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구분이 흐릿한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바로 소설 이전부터 작가를 관통해 흐르는 생의 음악적 질서, 카논으로 이루어진 삶의 악보이자 코다를 찍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한 소설의 기원으로서의 삶이 아닐까. 신종원의 첫 장편소설 『습지 장례식』을 조심스레 그의 소설, 그 처음에 놓아보는 이유이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 1930

E.M 델라필드 저 / 박아람 역 / 16,500원 / 이터널북스

놀랍도록 공감 가는 100여 년 전 영국 여인의 이야기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는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Time and Tide)]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시간과 조수]는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은 1920년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창간되었고, 이 주간지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다가 이사로 합류한 E. M. 델라필드는 중산층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써 달라는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1929년 12월부터 매주 일기 형식의 이 자전적 소설을 연재했다. 작품은 특히 지방 소도시의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연재가 끝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 후 런던과 미국, 전쟁을 배경으로 활약한 영국 여인의 발자취를 따라 총 세 편의 일기 형식 소설이 연이어 탄생했다. E. M. 델라필드는 작품 속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넉넉지 않은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쓴 ‘생계형’ 작가였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시리즈 외에도 여러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은 챙기고 싶다 : 날마다 나에게 다정한 작은 명상법

파울리나 투름 저 / 장혜경 역 / 14,500원 / 갈매나무

독일 아마존 리뷰 평점 4.7
아이튠즈 독일 팟캐스트 ‘정신건강’ 분야 1위
전 세계에서 한 달에 80만 회 이상 찾아 듣는 명상법

왜 너도나도 명상을 권할까요?
누구나! 오롯이 나와 친해지는 시간

명상은 누가 하는 걸까? 혹시 ‘산속에서 눈 감고 있는 종교인’이 떠올랐는가? 종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로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사람이 떠오르는가? 명상은 역시 어렵고, 힘들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바빠도 마음은 챙기고 싶어』를 주목해보자. 이 책은 시간과 장소, 자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명상법을 다정한 친구처럼 알려준다. 명상법만으로 아이튠즈 독일 팟캐스트 ‘정신건강’ 분야 1위를 차지한 파울리나 투름은 이 책에서 언제 어디서나 간결하게 명상할 수 있는 29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출근길에도, 목욕 중에도 명상할 수 있다. 명상의 핵심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귀 기울이는 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너를 찾아서 

박산호 저 / 15,000원 / 더라인북스

“유망한 신인 소설가가 등장했다.”
“벌써 차기작이 기대된다.”
장르소설의 대가들이 먼저 알아본 작품!


‘테이큰’표 액션에 빛나는 리암 니슨의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영화 ‘월드워Z’의 원작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감각적인 톰 포드 감독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토니와 수잔」, 박찬욱 감독이 극찬한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양들의 침묵」을 쓴 토마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와 같은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힌 박산호 번역가가 첫 장편소설을 써 냈다.

어느 날 클래식 연주회에서 연주를 듣고 있다가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맞고 있는 한 남자의 이미지가 문득 떠오른 박산호는 한동안 그 이미지에 사로잡혔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 남자는 깊은 밤 비를 그렇게 맞고 있었을까?’ 이 호기심은 ‘그 남자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발전했고, 「뒤틀린 집」과 「샬롱 드 홈즈」 등을 쓴 장르소설의 대가 전건우 작가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에 이른다. 박산호는 3개월 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 남자의 이야기를 써 나갔고, 일주일에 한 번 전건우 작가를 만나 피드백을 받으며 이야기를 다듬어 나갔다. 마침내 그의 사연이 완벽하게 드러났고, 궁금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끝낸 것으로 만족했지만, 그런 내내 꼼꼼하게 작품을 읽어 준 전건우 작가가 “나 혼자 보기에 아깝다. 꼭 책으로 출간하면 좋겠다.”고 권해서 오랫동안 초고를 고쳐서 「너를 찾아서」로 완성했다. 이로써, 그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충실했던 박산호가 자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어 직접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 변신했다.

전건우 작가는 최종 원고를 보고 ‘짜릿하면서도 우아한 스릴러’라고 평하며 ‘좋은 소설가가 등장했다’고 반겼고, 제12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조영주 작가는 ‘「토니와 수잔」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로 영미풍의 풍성한 서술이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라고 호평하며 ‘벌써 차기작이 기대된다’고 극찬했다.

「너를 찾아서」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이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슬픔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연기처럼 사라진 그녀, 아랑을 찾는 세 사람의 여정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전건우 작가의 말처럼 ‘세 명의 다른 화자가 펼쳐놓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쳐놓은 촘촘한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김경욱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제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한 분은
하루빨리 자수하여 광명 찾기를 권합니다”

나에 대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
내 자전소설을 쓴 이는 누구인가

나의 안팎에서 ‘나’를 섬세하게 뜯어보는 김경욱의 새로운 시선!

진화하는 ‘소설기계’에서 고민하는 ‘배트맨’이 되어 돌아온 김경욱!


올해로 데뷔 29년째를 맞은 30년 차 소설가 김경욱의 열여덟번째 책이자 아홉번째 소설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바그다드 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베티를 만나러 가다』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국영이 죽었다고?』 등 데뷔 이후 출간한 일련의 소설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로 불리며 당대 젊은 세대의 모습을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과 함께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하드보일드한 문체는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독보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영화처럼 슬퍼하고, 음악처럼 외로워한다. 그래서 영화나 음악은 인용이 아니라 체험이 된다. 김경욱은 그것들을 보거나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산다”는 문학평론가 김미현의 말처럼, 일찍이 독자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김경욱 월드가 있었다. 작품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그는 늘 ‘젊은 작가’였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기에 그 작품성에 대한 신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1~2년에 한 권꼴로 소설집이나 장편을 출간하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김경욱’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읽게 만드는’ 강력한 힘 아닐까. ‘필력’이라는 말로도 다 채울 수 없는 작가 김경욱의 힘 말이다.

하여 그에게는 많은 별명이 있다. 가장 유명한 별명은 다섯번째 소설집 『위험한 독서』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서영채가 언급한 ‘진화하는 소설기계’. 오직 쓰고 또 쓰는 것으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그 별명은 일곱번째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 와서 또 다른 옷을 입는다. 어떤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소설과 ‘잘 연애하는 바람둥이’(문학평론가 백지은)가 그것.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은 뒤마의 장편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옛 번역 제목인 ‘암굴왕’일 텐데, 자신의 암굴에서 소설을 쓰는 평소 생활과 맞닿은 별명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허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 김경욱을 들여다본다.

“당대, 자기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질문”이 소설이라 생각하는 김경욱은 “암굴(작업실)에서 자기 외부를 샅샅이 살펴”보는 사람이고, 이때 그가 보유한 집요한 관찰력, 예리한 통찰력, 꾸준한 실행력이 진가를 발휘하는데, 마찬가지로 이러한 능력을 겸비한 영화계 인사가 ‘브루스 웨인-배트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소설기계’가 진화를 거듭하여 ‘바람둥이’에서 ‘암굴왕’을 거쳐 ‘배트맨’이 되어 돌아왔다. 집요한 관찰력, 예리한 통찰력, 꾸준한 실행력의 결과물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저 / 12,000원 / 문학과지성사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우리 삶 속에 상실과 슬픔을 끌어안는 사랑의 공통감각
십 년을 기다려온 단 하나의 온전한 고백

누추한 현실에서 불현듯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 10년 만의 신작 시집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2008), 『훔쳐가는 노래』(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온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신작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를 펴냈다.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진은영은 말한 바 있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결핍으로 가득 찬 과거와 불안하고 비탄스러운 현실 속의 우리는 진은영의 시와 함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 속을”(「어울린다」) 걸어 미래로 나아간다. 고통의 쓴잔을 나눠 마시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사랑의 힘으로.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태평천하

채만식 저 / 권영민 편 / 14,000원 / 민음사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한국 근대 풍자 문학의 독보적 작가 채만식
식민지 현실의 일그러진 인간상을 풍자와 반어로 통렬하게 그려 낸 기념비적 작품


▶ 이 소설이 지향하는 풍자 정신의 참뜻은 새로운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낡은 가치관을 고집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윤직원과 같은 모리배적 인간형에 대한 조소와 비판에 있다. ─권영민(「작품 해설」에서)

1930년대 한국 문단의 특출한 리얼리스트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태평천하』는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등과 더불어 채만식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에서 채만식은 일제의 식민지 경제 구조에 교묘하게 편승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사회 현실에 눈감고 철저하게 개인과 가족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인물 윤직원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나아가 윤직원 일가의 방종하고 난잡한 생활상을 날카로운 풍자와 번뜩이는 아이러니로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왜곡된 사회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속물적 인간형을 한껏 조롱한다. 판소리 사설체를 차용하고 호남 방언을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활용하는 등 『태평천하』는 문예 미학적으로도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 『태평천하』는 당대의 어휘와 특징적 방언을 생동감 있게 구사한 채만식의 문체를 최대한 보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