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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12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2-12-13
조회수
585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 / 유숙자 역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다자이 생애가 녹아든 ‘총결산’이자 작가 생전의 마지막 완결작.
세상에서 소외된 한 인간의 내밀한 희비극적 고백을 담아내며
세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매료시킨, 전후 일본 문학의 영원한 신화!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요절하며 시대를 초월해 오래도록 청춘의 초상으로 박제되어 우리 곁에 남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 실격』(유숙자 옮김)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인간 실격』은 인간 또는 인간 생활에 대한 공포와 불안, 그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쉼 없이 ‘익살’을 연기하는 한 인간의 내밀한 희비극적 고백을 담아내며,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지나도록 세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매료시킨 전후 일본 문학의 영원한 신화로 일컬어진다. 특히 다자이의 생애가 녹아든 ‘총결산’이자 작가 생전의 마지막 완결작으로서, 독자들은 끝내 현실이 된 ‘유서’와 다름없이 이 소설을 받아들였다.

알려진 대로 다자이는 20대 후반, 진통제 파비날 중독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젊은 신예 작가의 재능을 일찌감치 확신한 문단의 두 스승 사토 하루오와 이부세 마스지는 논의 끝에 다자이를 입원시키기로 결정한다. 도쿄 정신의학연구소 무사시노 병원. 당시 다자이는 자살의 우려가 있다는 진단으로 인해 어둑한 감금 병동에 강제 수용되었다. 이때의 절망감에 스스로 선언한다, 인간 실격.
이듬해(1937) 발표한 「HUMAN LOST」는 이 입원 체험을 소설화한 것이며, 이 책 『인간 실격』의 원형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렇듯 세상에서 소외되고 고립되어 방황하는 한 젊은이의 혼란과 고뇌, 좌절과 파멸을 흥미롭고도 절절하게 그려내는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체험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로 인식되며 특히 청춘들의 크나큰 공감과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사회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초상. 그러나 다자이의 이 작품은 ‘자유사상, 반항 정신, 파괴 사상’을 표방하는 ‘무뢰파無賴派’라는 틀을 뛰어넘어,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고독해진 개인, 지금 여기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냉정한 사회구조 속에서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어떻게든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 그렇기에 세상에서 소외된 한 인간의 내밀한 희비극적 고백을 담은 이 책이 세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독자들에게 더더욱 절박하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앰 em

킴 투이 저 / 윤진 역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다시 또, 전쟁이다. 어느 분쟁 지역에서든
악惡의 균열들 속에 선善이 끼어들어 자리 잡는다.
그가 한 일은 악에 약간의 선을 집어넣고
힘과 순수를 뒤섞는 일이었다.”


2018년 뉴 아카데미 문학상(대안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루ru』의 작가,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연 킴 투이 신작
목탄화처럼 절제된 필치에 담긴 진실, 희생 그리고 사랑……

자전적 소설 『루ru』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열며 국제적 작가로 부상한 킴 투이Kim Thuy의 네번째 장편소설 『앰em』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함축적인 문체와 서정적 단장들로 이루어진 이 짧지만 깊은 소설은 역사적 현실로서의 미국-베트남 전쟁과 문학적으로 그려진 그 땅에서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며 “진실, 기억, 인류애와 폭력의 본질”에 대해 관조한다.

베트남의 고무농장, 고엽제 살포, 미라이 민간인 학살, 전쟁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베이비리프트 작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울리며 시작된 사이공 철수 프리퀀트 윈드 작전, 그리고 운명의 실타래를 잡고 날아간 이국에서의 생존 수단이자 새로운 세계가 된 네일 숍…… 파편화된 진실은 퍼즐 조각이 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이 조각들을 연결하는 실은 앰em이다. ‘앰’은 베트남어 ‘동생’을 뜻하는 단어로, 연하의 사람을 의미한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돌보는 연대를 상징한다. 작가는 혈연보다 더 진한 관계를 담은 단어 ‘앰’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사랑이 인간의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보다 : 겨울 202

김채원,성혜령,현호정 저 / 3,500원 /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2』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매 계절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2』에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채원의 「빛 가운데 걷기」, 성혜령의 「버섯 농장」, 현호정의 「연필 샌드위치」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선정위원(강동호, 선우은실, 이소, 이희우, 조연정, 조효원, 홍성희)은 문지문학상 심사와 동일한 구성원이며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상 입은 밤하늘

오션 브엉 저 / 안톤 허 역 / 13,000원 / 문학과지성사

“우리는 서로가 존재한다고 증명하기 위해
서로를 만지는 것 아닐까.”


눈을 뗄 수 없게 확실한 데뷔.
마침내 우리에게 도착한 의미심장한 목소리.
-T.S.엘리엇상 심사위원

T.S.엘리엇상, 휘팅상, 톰건상, 포워드상 수상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외 다수 매체 최고의 책 선정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시인 오션 브엉의 첫 시집 『총상 입은 밤하늘』이 안톤 허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오션 브엉은 이 시집으로 T.S.엘리엇상(데뷔작으로는 역대 두번째 수상), 휘팅상, 톰건상, 포워드상을 수상하였으며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외 다수 매체에서 그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오션 브엉은 이 시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로 이어지는 자신의 가족사와 이에 얽힌 베트남전이라는 역사, 미국이라는 나라, 퀴어로서의 삶을 날카로운 동시에 따뜻한 언어로 담아냈다.

오션 브엉에게 쏟아지는 다음과 같은 찬사 “사진 같은 선명함과 세속의 모든 덧없음에 대한 감각으로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그의 능력” (미치코 가쿠타니, 뉴욕 타임스 서평가, 퓰리처상 수상자), “기쁨이나 감탄, 또는 아름다운 말에 놀란 고요함으로 거의 모든 시에 그저 ‘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저자)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우리 삶에서 베인 통증처럼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아픔의 순간들과 사라질까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환희의 순간들 모두를 선명한 시어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시집은 한국문학을 영미권에 알려온 2022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인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영-한 번역작이기도 하다. 촉망받는 젊은 시인의 시를 새로운 감각의 번역으로 만나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캔 : 축구와 종말에 대한 조용한 이야기

오수완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세계의 끝에는 내가 찾는 그것이 있고 나는 세계의 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축제가 끝난 후에 시작되는 종말의 이야기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오수완 장편소설


위트와 통찰이 넘치는 언어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작가 오수완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세계에 ‘허무’가 찾아왔다는 종말론적 설정 아래 축구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켄’의 여정을 담고 있다. 8년간의 수정과 개작을 거듭한 원고는 1억 원 고료에 달하는 제1회 목포문학상 최종심에 올라 “다채롭고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콜라주처럼 엮어낸 솜씨가 어지간하”(문학평론가 우찬제)며, “알레고리를 다루는 방식이나 끊임없이 생산되는 에피소드의 고리에서 끈기와 에너지가 느껴진다”(소설가 은희경)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세부 묘사와 인물 설정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세공을 거쳐 출간된 『켄』은 뜨거웠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금, 꼭 읽어야 할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대한민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펼쳐 든 대표팀의 태극기 문구는 전 국민에게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팬데믹의 여파로 오랫동안 어두운 시간을 보낸 한국 사회, 한 해의 끝에서 마주한 이 짧은 정언은 켄이 세계의 끝에서 찾고자 했던 ‘그것’의 비밀일지도 모른다.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 :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청각장애 쳥년의 유쾌한 자립기

채승호 저 / 16,000원 / 폭스코너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은 청력을 잃은 이후, 소리를 되새김질하며 세상과 소통해온 청각장애 청년의 유쾌한 자립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귀는 좀 안 들려도 인생은 소중하니까”라는 모토를 가진 저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결핍과 결손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책이다.

에세이에는 다양한 감정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담겨 있다. 처음 청각장애를 진단받고 돌아오던 차에서 울음을 터뜨린 어머니에게 이제 웃자란 아들이 위로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한 감동이, 대학 졸업 과정과 직장 생활에서 실패했던 쓰라린 순간을 반성할 때는 아릿한 공감이, 한국어로도 어려운 소통을 일본인들과 해야 했던 유학 생활의 경험담에서는 유머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굳건한 성장이 마음을 감싼다.

1부 ‘소리 상실기’에서는 처음 청각장애가 발현되고 힘들었던 유년 시절부터 장애를 남들과는 다른 개성의 요소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2부 ‘일본 유학기’에서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진학해 일본인 친구들과 지내며 겪은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3부 ‘인생 자립기’에서는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길을 찾기까지 실패와 도전, 그리고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탐색하는 여정이 그려진다.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은 딱히 장애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닥쳐오게 마련인 좌절과 시련 앞에서, 끝내 해낼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는 책이다.



불멸의 문장들 

김우진,윤동주 외 46명 저 / 20,000원 / 우시모북스

문/장/수/집/자/로 활자 탐독 여행을 하면서 현대문학사 산문을 찾아 인터넷 오디오 방송을 즐겨하는 출판기획자 팟캐스터 윤작가의 새책 『불멸의 문장들』이 나왔다. 이미 지난 2021년 『느낌 그게 뭔데, 문장』에서 45편의 매력적인 산문 앤솔로지를 출판하였던 윤작가. 이번에도 32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살면서 글짓기반 교지반 신문반 방송반을 지도하던 열성과 감식안으로 48명의 작가 48편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1898년부터 1956년 이전에 활자화되었던 현대사의 문장을 찾아 캐낸 보석 같은 매력적인 산문들 48편. 6개의 주제 - 시처럼 아름다운 산문, 느낌 있는 산문, 여행자의 기록, 우리말 사랑, 문단 이면사, 예술가의 첫사랑 - 속에 뽑아낸 48편의 문장과 작품의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하여,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활자 탐독 스토리를 녹여 평설로 흥미 있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편집자는 단호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현대문학사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이 명예스럽게 기록될까?




다정의 세계 : 아동청소년문학의 사유아 감각

김재복 저 / 27,000원 / 창비

슬프고 어두운 세계를 이기는 따뜻한 힘
아동청소년문학을 향한 열렬한 비평의 기록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및 『어린이와 문학』 신인평론가상을 수상하고, 동시와 동화, 청소년소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언어로 비평적 임무를 수행해 온 김재복의 첫 평론집 『다정의 세계: 아동청소년문학의 사유와 감각』이 출간되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섬세하고 다정한 비평 언어, 작품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려는 소통 의지, 작품의 의미와 가치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비평적 사유가 돋보인다. 또한 코로나 시대 어린이들의 망가진 삶을 수습하는 데 아동청소년문학이 유용함을 역설하는 한편, 비인간 존재를 문학적 주체로서 발견하고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상호인정과 연대의 첫걸음이 될 것임을 밝혀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세상을 그리는 아이

레오 박소훈 저 / 23,000원 / 청어람미디어

13세 천재 소년 레오,
그림으로 세상과 만나다!

3년 전부터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보았던 건축물과 도시 풍광을 주제 삼아, 손으로 직접 그리고 채색한 그림을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영문 설명과 함께 올리는 우리나라 화가가 있다. 그림만으로 전 세계 3만 명의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는 ‘레오 박소훈’.(인스타그램 @draw_vengers) 팔로워들이 무엇보다 그와 그의 작품에 주목하는 건 젊은, 아니 어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열세 살 소년’이라는 점이다. 어린 소년이 그린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실력의 작품들은 이미 전 세계 화가, 작가, 출판사, 건축 관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의 로열 익스체인지, 리버티 백화점, 포트넘&메이슨, 로체스터 대성당, 독일의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미국 플로리다 플래글러 박물관 등 이미 유명 관광지에 레오의 그림이 걸릴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해외에서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는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의 유명 건축물과 도시의 풍광, 영국 작가들의 책을 보고 그린 감상화,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상상 속의 건물, 배 등 영국이란 나라가 레오에게 주었던 영감을 레오만의 스타일로 담은 작품 90여 편이 실려 있다. 한글판 출간 이후 올해 12월 중순, 레오의 그림을 책으로 보고 싶어 하는 해외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레오가 직접 작성한 영문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일.복지.민주주으를 위한 참여소득 : 능력주의와 인공지능,기후,사회,경제 위기의 시대,따뜻한 치유적 공동체를 위한 세계 최고의 참여소득 제안

이상준 저 / 30,000원 / 온마음

우리의 21세기는 20세기보다 더 잘 살게 된 것일까? ‘그렇다’라고 답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분명 우리 시대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차원에서도 공동체가 왜 위협받고 있는지, 일자리와 복지와 민주주의에 오작동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넘어설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본서는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본서가 제안하는 ‘참여소득’은 우리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이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바로 참여소득에 대한 풍성한 논의를 국내외 어떠한 논문이나 저서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창성을 갖고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지난 500년간 논의해온 기본소득처럼 참여소득 이론 또한 열려있는 공론의 공간이므로 누구라도 들어 와서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라도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열린 공간에의 참여가 곧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일이자 복지이자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걸을 수 없는 사람, 걸여야 하는 사람 :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배려의 마법

변환희.오성훈 저 / 17,000원 / 크레파스북

“자동차에 빼앗긴 보행권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교통약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배려의 마법”
『걸을 수 없는 도시, 걸어야 하는 사람』


걷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마음 놓고 걷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도시의 모든 인프라와 시스템이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빼앗긴 보행권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에서 교통약자들과 공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걸을 수 없는 도시, 걸어야 하는 사람』에는 그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담았다. 이 책은 교통 전문가 변완희, 도시 전문가 오성훈, 두 명의 저자가 함께 쓴 보행권 회복에 관한 보고서이자 에세이다. 저자는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서 걷는 사람을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서로를 배려할 때 비로소 ‘걷고 싶은 도시’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저자는 ‘걸을 수 없는 도시’의 현실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고대 도시에서 현대 도시에 이르기까지 가로 환경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보행권의 발전 과정을 짚어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도시와 가로 환경의 모습을 제안한다. 특히 Part 02 ‘작은 디테일이 배려도시를 만든다’에서는 각 주제별 사진과 사례를 통해 일상의 곳곳에서 어떻게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걸을 수 없는 도시, 걸어야 하는 사람』은 도시계획을 추진하는 관계자와 연구자는 물론 ‘걸어야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다양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어쩌다 마흔, 이제부턴 체력 싸움이다! : 몸과 마음의 격동기를 지나고 있는 나를 위한 체력상담소

서정아 저 / 16,000원 / 갈매나무

체력이 좋아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수상한 나이를 이겨내는 사소한 습관들

당신의 꿈이 넘어지지 않도록
멈추지 말고 계속 뛰어봅시다!

20대에 상상한 당신의 마흔은 어땠는가? 집과 회사를 활발히 오가며, 어떤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포용력과 자신감으로 삶이 가득 차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실제 마흔이 가까워졌을 때 당신은 뜻밖의 신호를 받았을 것이다. 아침에 기지개를 켰는데 몸이 찌뿌둥하고,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몸무게는 늘어나고, 어떤 날은 견디기 어려운 무기력이 덮쳐왔을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 서정아도 나이 마흔 즈음에 건강의 적신호가 번쩍하는 것을 느꼈다. 사막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으로 한국과 중동을 오갔을 정도로 너끈했던 체력이 출산과 육아, 병원 일을 병행하며 급속도로 소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병원을 찾은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문제를 호소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에 다이어트조차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며, 저자는 조금 이르거나 더딜 뿐 마흔 전후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격동기’, 즉 여성의 생애전환기에 주목했다.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의사로서 환자와 상담한 많은 사례를 되살려 생애전환기를 맞이한 여성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꼼꼼히 살펴봤다. 이들이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다시 무릎을 일으키도록 작지만 ‘하루 2km 걷기’처럼 몸과 마음을 반등시킬 30가지 습관을 샅샅이 찾았다. 그렇게 마음건강, 다이어트, 만성피로 등 애써 내일로 미뤄뒀던 문제를 직면할 방법을 정리했다. 해가 지나고 변하는 몸과 마음에 대한 불안이 불현듯 솟구친다면 일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오늘의 체력’을 길러보자.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당신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월을 거뜬히 이기게 하며, 꿈꿔온 삶을 향해 달려갈 힘을 북돋우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함께 가자 먼 길 : 시, 그림이 되다

나태주 저 / 이호신 그림 / 16,000원 / 푸른길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함께’라는 말이 주는 사랑의 감촉
올겨울, 시인 나태주와 화가 이호신이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고백


풀꽃 시인 나태주와 화가 이호신이 함께한 『함께 가자 먼 길』이 출간되었다. 다정하고 섬세한 은유로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나태주 시인과 다채롭고 자유로운 화풍으로 삶을 그리는 이호신 화가의 하모니이다. 활자로 쓰인 시가 점과 선, 그리고 색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시인이 시를 써 내려가면 그 뒤를 따라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한다. 전통 한지를 활용한 탁본 기법이 눈에 띈다. 아크릴, 크레파스,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시집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시 천년을 넘어-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인연을 이어 온 두 작가가 이번 시화집에서 품어 온 질문이 있다. “왜 결국 ‘함께’인 걸까?”라는 물음이다. 계절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 두 작가는 ‘함께’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 시화집을 꾸려 왔다. 각자가 지닌 언어는 다르더라도 표현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결은 조금씩 닮아 있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네 “인생길”에서 ‘함께’의 의미를 찾아본다. 혼자 사는 인생이라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타인들과 더불어 살면서 “서로 부추기고 위로하며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신 화가는 “상생相生”이란 말을 언급한다. 이는 단순히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산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나무木와 오래도록 눈目을 마주한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바라보는’ 행위로부터 ‘함께’의 의미를 되짚고자 한다. 타인의 존재를 인지해야만 비로소 ‘함께’라는 부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나’의 눈을 프리즘이라 할 수 있다면, 내가 보는 삶과 사람은 얼마나 다각도로 굴절되고 분산되어져 있을까. 그런 굴곡들에 눈을 피하지 않는 것, 눈앞의 존재를 “정성껏” 바라보고 오래 “생각해 보고 그리워”(「세상을 사랑하는 법」)하는 일이 두 작가가 이야기하는 ‘함께’의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여름 손님

윤순례 저 / 15,000원 / 은행나무

“인간다움마저 상실하고 그림자처럼 떠돌다 찾아온 손님(들)을
윤순례는 공손히 집에 들이고 가장 온기 넘치는 곳으로 이끈다.”
- 소설가 김숨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하얀 불빛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기록되지 않은,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오늘의작가상, 아르코문학상 수상 작가 윤순례의 세 번째 소설집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정박지를 잃고 경계를 배회하는 존재들을 오랫동안 고요히 응시하고 그들의 삶을 포착해 소설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온 소설가 윤순례, 그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수가 이번 소설집에 담겼다.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에는 북한을 떠나 세계 각 나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려는 탈북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일견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은 여섯 편의 단편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윤순례는 이런 연작소설의 구조를 택하여 탈북의 고통이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내내 고심했’다는 작가의 말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태어난 곳을 떠나 타지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려는 이들의 역사는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다. 탈북의 기억은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되며, 그들이 겪는 지금 역시 서로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는 늘 침묵 속에 머물러야 하고, 그들이 맺은 관계는 서로에게 낙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같은 고통을 공유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을 부끄러움이나 범죄와 친연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선택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의 순간으로 가져온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침묵에 잠겨 있던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북한에서 맺은 관계와 탈북을 위해 맺은 관계, 남한을 비롯한 새로운 정박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는 탈북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 그 모든 양상을 두루 꼼꼼히 살피면서, 작가는 하나의 점으로서 존재하는 탈북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씨실과 날실로 교차되어 함께 하나의 직물을 만드는 탈북민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곁을, 그 침묵 속을 조명하며 바야흐로 우리가 인간 존엄성에 대해 성찰할 때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상점일기 : 외로운 이에게 보내는 노래

이숙희 저 / 14,800원 / 우인북스

책 속에서

당신이 기다리고 좋아했던/봄이 왔어요/따순 볕 받은 헐렁한 담벼락 밑에/
웅크린 풀들이 먼지를 털어내고/실금 간 담장 허리를 떠듬떠듬 노리고 있어요/
나는 지금부터라도/공들여 쌀을 씻고/공들여 가게의 손님을 맞이하고/
공들여 봄 물든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그리고 더더욱 공들여/
스스로를 들여다볼 거에요.- 28쪽 입춘

맑은 날이 뿜어내는/깊은 그림자를 밟으며/가게로 갑니다/
나뭇가지 끝이 흔들리고 흔들리면/잎도 나고, 꽃도 피울 겁니다/
웃음 난ㄴ 입구로.,/
나뭇가지의 선면한 흔들림이/이끄는 듯합니다/괜히,더,,/
기운이 나는 출근길입니다/나 또한 흔들리는 오늘로/걸어 들어갑니다/
저, 나무처럼 곹/푸르러질 거라.../탐내면서요  - 40쪽 출근길,2019년 3월 13일




김정은과 김여정  : 북한 권력의 전면에 나선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Top 스페어인가?

마키노 요시히로 저 /  한기홍 역 / 15,000원 / 글통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기자가 쓴 『김정은과 김여정』한국판이 출간됐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현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2020년 여름 무렵 언론이 북한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책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여정은 누구인가?’는 북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정은 통치 이후 어떻게 북한 권력을 이끌게 되었는지와 그녀의 정치 스타일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등 건강 상태가 불안한 김정은에게 있어 여동생 김여정은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늘 보좌하며, 북한 통치의 방향과 계획 수립 등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고, 붉은 귀족(3층 서기실, 당 조직지도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외교와 국제정세 관련 문제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있으며, 다수의 대남·대미 비난 발언을 이끄는 북한의 실질적 2인자 김여정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자유를 찾은 혀 : 어느 청춘의 이야기

엘리아스 카네티 저 / 김진숙 역 / 24,000원 / 문학과지성사

“내 삶의 이야기 속에
나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군중과 권력』의 저자
작가 카네티의 탄생을 보여주는 16년간의 기록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아놀드 토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군중과 권력』의 저자 엘리아스 카네티의 16세까지의 삶을 담은 자서전 『자유를 찾은 혀―어느 청춘의 이야기Die gerettete Zunge. Geschichte einer Jugend』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엘리아스 카네티의 자서전 5부작 중 첫번째 책으로 카네티라는 비범한 인물의 정신적 삶을 형성한 사건, 인물, 지적인 힘에 대해 들려준다. 나머지 인생을 결정할 만큼 영향력이 컸던 아버지의 죽음과 극단적인 방식으로 카네티의 지적 성취를 일군 어머니와의 관계, 불가리아·영국·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 보낸 16세까지의 삶은 우리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시대의 지성 카네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흔한 위인의 초상이 아니다. 빈의 강렬함에서 취리히의 평안과 자유로움에 이르기까지, 한 소년의 삶은 이념의 대립과 전쟁으로 혼란스럽던 20세기 초 유럽의 풍경을 담아낸다. 또한 통찰력 있는 시선을 통해 의미로 가득 채워진 소년의 일상은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했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탐구의 단초를 보여주는 증언이 된다.




어른의 중력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저 / 임슬애 역 / 17,000원 / 윌북

· 이 세계의 어른 아이, ‘2030 금쪽이’들을 위한 심리학
· 2030을 상담해온 심리학자가 제시하는, 방황하는 어린 어른을 위한 영혼의 지도
· 대상화된 ‘MZ세대’를 대체할, 생애 주기 분석에 입각한 심리학적 이름 ‘쿼터라이프’
· ‘안정형’과 ‘의미형’, 서로 다른 모두가 결핍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기
· 국내 최고 트라우마 상담가 김태경 교수,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강력 추천


팬데믹 이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20대 정신건강에 대한 위기가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국의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이제 숨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20대에게 이중적인 시선을 보낸다. ‘가장 좋을 때’라거나 ‘청춘’이라는 낭만적인 말로 그들을 표현하거나 ‘MZ세대’처럼 기성세대와 다른 특별한 특성을 부여하는 듯하면서 본질적으로는 마케팅 용어로서 그들을 대상화한다. 이 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른의 무게를 처음 마주한 2030대의 이야기를 한다.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무거운 중력, 어린 시절 무한한 가능성은 현실에 맞게 작아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 하지만 동시에 내가 잘하는 게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작은 희망. 그리고 용기 없는 나에게 누군가 나타나 이 세계에서 나의 가능성을 길어 올려주길 바라는 그 마음들. 방황하는 그 마음을 위한 책이다.

청소년기를 통과했지만 아직도 방황과 고민으로 가득한 성인들의 마음을 놀랍도록 잘 담아낸 이 책은 이 시기에 겪게 되는 보편적인 방황과 고민에 대해 따뜻한 분석을 건넨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알아서 잘하라며 사회는 등을 떠밀지만, 20대, 30대를 맞은 당사자들의 마음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막막한 괴로움과 서툰 방황으로 가득하다. 이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융 심리학에 영향을 받은 심리학자인 저자는 가장 먼저 그들의 ‘심리학적’인 이름을 되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생의 1/4 지점, ‘쿼터라이프’라는 생애 주기를 지정하고, 이 시기를 변하지 않는 심리적 단계로 구분하여, 그들의 방황과 고민을 위한 정확한 지도를 전달한다. 심리학을 넘어 이 세대의 문제에 접근하는 저자의 통찰력 있는 시각, 흡입력 있는 필치가 책의 깊이를 더한다. 상담심리학자인 저자는 실제 상담에서 접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사례 중에서도 가장 생생하면서도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부분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해 마치 캐릭터처럼 보여주며, 그들이 온전한 나를 찾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너무나 내 마음 같은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이들 깊은 내면에 자리한 장애물에 대한 탐색과 해결 과정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MBTI에 친숙한 독자라면 ‘안정형’과 ‘의미형’이 각각 고민하고 분투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영혼의 지도’를 따라 찾아가는 듯한 이 온전한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온전한 자기 이해와 삶 속으로 함께 걸어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방황하는 이 시대의 2030에게 이 책은 현대적 융 심리학이 제시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온전하고 안전한 지도일지도 모른다.




다시 아마추어 : 오래 함께할 반려 악기를 찾아가는 여정

수상한 커튼 저 / 16,000원 / 모로북스

좋아서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하여

아마추어(amateur)’,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직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 ‘아마추어’의 어원인 라틴어 ‘amator’는 ‘lover’, 즉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가 없이, 좋아서 그 일을 하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다시, 아마추어』는 그저 ‘좋아하는 것이 이유’인, 좋아서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성인이 되어 배움이 공인된 나이를 지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수식어를 하나씩 얻고, 그렇게 저마다의 자리에서 프로페셔널이 되어간다.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노력해 그 이름을 얻은 사람도 있지만 물 흐르듯 살다 보니, 혹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김부장, 최대리, 박선생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전공을 살려 틈틈이 기타를 가르쳐온 수상한 커튼(본명 김은희)이, 익숙하던 자신의 세계에서 한 발 걸어 나와 새로운 세계를 만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특히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세계가 ‘음악’이었던 이들과 함께하면서 쌓아온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가졌던 생각을 담았다.

저자는, 다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악기를 구입하고 레슨을 받고 또 연습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뛰어넘은 것만으로도 이미 반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저자 스스로도 첼로를 배우기 시작하며 또 다른 세계로 한 발을 내딛게 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자신의 레슨생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런 좌절과 고통을 자처하면서도 기꺼이, 느리지만 쉼없이 연습에 나서는 그 ‘힘’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다. 그 깨달음을 혼자만 알고 있기는 너무나 아쉬워서 펜을 들었다.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건 내가 음악을 업으로 삼으며 얻은 가장 크고 값진 경험이다. 난생 처음 이렇게 긴 글을 쓰며 내가 만났던 수많은 얼굴들을 떠올렸다. 큰 용기로 내 앞에 앉아 있었을 학생들, 아쉬움이 몰려오는 장면과, 그들과 나눈 감도 깊은 시간들이 뒤섞여, 쓰는 것보다 멈추어 있는 순간이 더 많았다. 멈춰 있는 동안 잊고 있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많이 만났다. 써야 멈춰 있는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쓰고 멈추고 쓰고 멈추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