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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4-03-27
조회수
82
 

안다박수와 추임새

정재왈 저 / 13,000원 / 구름뫼


'30년 현장 전문가가 관찰한 우리 문화예술의 안과 밖'

신간 『안다박수와 추임새』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30여 년 동안 문화예술 현장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한 저자가 문화예술 현장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느낀 감상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이미 발표한 신문 칼럼을 토대로, 여기에 살을 붙여 내용을 풍성하게 꾸몄다. 문화예술은 예술가, 즉 창작하는 사람들이 주인인 건 맞지만 그들만으로 그 세계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생산물인 작품을 소비자와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매개자가 있어야 하고, 정책 등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공연장 등 인프라스트럭처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을 쓸만하다고 여겨서 그런지 요새는 '현실 정치(인)'의 간섭도 만만찮다. 『안다박수와 추임새』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심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외면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해설이다. '예술과 사회', '공간과 역사', '제도와 정책' 세 개의 챕터에 31개의 주제를 담았다. 한국 클래식 르네상스의 빛과 그림자, 뮤지컬의 번성과 여파, 문화예술 기관장 임명 제도의 후진성, 세계로 뻗는 한류의 형성과 발전 등 주제의 폭이 무척 넓다. 현장 활동을 격려하는 한편, 한국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 저자의 '애증'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

최강욱 엮음 / 조국, 이연주, 조성식, 이광철, 이탄희, 황운하, 이성윤 저 / 20,000원 / 창비


‘검찰의 나라’ 대한민국, 무엇을 바꿔야 하나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구조와 개혁의 과제
검찰권 개혁 없이 민주사회도 없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현역 검찰총장과 야당의 결탁을 통한 정권교체로 일단락되었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검찰의 민낯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선출 권력의 의지에 대한 정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오직 강고한 조직논리만을 추구하며 공익과 배치되는 행동을 보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선 ‘검찰총장의 정부’는 노골적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고, 전임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을 힘으로 뒤틀고 뭉개는 중이다.
이 책은 검찰권 견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최강욱 의원이 주도하고,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탄희 의원, 황운하 의원 등이 나서 과거와 현재의 검찰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의 과제를 논한 기록이다. 생생한 증언을 통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검찰 패밀리’의 강고한 구조와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이제는 행정부 전체를 장악해 더더욱 견제받지 않게 된 검찰 권력의 폐해가 낱낱이 밝혀진다. 또한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없는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취지와 과정, 뒷이야기가 상세히 소개되어, 당시 권력기관 개혁의 큰 흐름 속에서도 왜 검찰만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고 시대를 역행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한 계단씩, 다 함께

성장현 저 / 16,800원 / 푸른길


평범한 개발자에서 성공한 벤처 창업자로
다나와 창업자 성장현 회장이
담백하게 풀어놓는 경영 스토리

인터넷 시대로의 전환기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한민국의 웹사이트이다. 우리말로 읽히는 도메인 다나와라는 이름마저 기억하기 쉽고 친근하다. 컴퓨터와 컴퓨터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 및 주변기기 정보들이 다 나오기는 하는데 상세한 검색 필터로 특정 카테고리의 특정 제품 정보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특별히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천 개의 전문 상점이 밀집한 전자상가의 가격 정보를 인터넷으로 옮겨 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PC 전성기에 제품의 가격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및 제품 동향을 한눈에 보여 주어 매니아들의 성지가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다나와의 창업자 성장현은 늘 주변의 능력자들과 그들의 관심을 눈여겨보았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한 덕에 데이터베이스와도 친했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챘다. 어떤 것이 필요할지 예상할 수 있었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낼 역량이 있었다. 운이나 기회가 아무렇게나 주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한 계단씩, 다 함께』는 한 걸음을 매우 신중하게 내딛고 한 계단씩 침착하게 올랐던 다나와의 창업자 성장현의 경영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늘 10년 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자기 자리에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나간 평범한 개발자가 성공한 벤처 창업자로 성장한 이 스토리는 예사롭지 않다. “과감히 도전하라” 같은 선언보다는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는 현실 조언에 가까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낮에 일하고 밤에 개발해서 만든 하나의 사이트에서 사업의 방향을 정했을 때 사표를 던졌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는 한국 벤처산업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 책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그것을 내가 개발할 수 있다면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개척하여 20년 이상 생존하면서 마침내 최강자로 도약한 다나와의 경영 스토리는 벤처 창업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나와 경영 자체가 이름에 걸맞은 실체를 채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또 이름에 맞는 내용물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심하고 실행했던 과정이기도 합니다. 다나와는 창업의 뿌리이면서 동시에 저의 벤처기업 경영 원칙이기도 합니다. _본문 중에서

원하는 것을 다 보여 주자는 목표는 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바꿔 버렸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전자상가를 지나치며 지난날의 낭만 같은 것이 떠올라 가슴이 시리기도 했지만 난감하게 만들기 일쑤였던 호객 행위에서 벗어났고 좀 더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사회를 한 계단씩 발전시키는 일이 벤처사업일 것이다. 이제는 차세대 변화의 주역을 기다리는 성장현과 다나와의 이야기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만하다.









도올 주역 계사전

도올 김용옥 저 / 28,000원 / 통나무


세계철학사에 가장 빛나는 문헌, 〈주역 계사전〉!
이것이 동아시아철학의 진수이다!
《주역》이란 쉼 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우주만물의 운행원리를 음양론에 따라 64개의 괘상과 384개의 효사로 쉽고 간략하게 상징화하여, 그것으로 천지간에 서있는 인간 삶의 복잡다단한 이치를 밝혀낸다. 이러한 주역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설하고 설명하는 심오한 문헌이 〈주역 계사전〉이다. 공자의 저술이라고 하나 공문孔門의 제자들에 의해서 〈계사전〉은 완성되었다고 본다.

계사繫辭란 말씀辭을 매단다는 뜻이고, 《주역》에 말을 매달았다고 〈주역 계사전〉이다. 여기에는 주역이 만들어진 제작의도와 제작원리를 인류문명사의 실제와 연결시켜 설명하여 인간세에 발휘되는 주역의 공능과 효용을 밝혀준다. 또 언행言行과 우환憂患으로 대표되는 인간내면의 덕성을 함양시키고, 인간의 공적행위에 해당하는 정치사상과 사회의식까지를 고도의 철학적인 언어로 종합시키고 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이 〈주역 계사전〉의 원문을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옮기고, 위대한 계사의 철학을 장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청년시절에 〈주역 계사전〉을 접하고 얻은 당시의 큰 깨달음을 지속적으로 숙성시켜 비로소 《도올 주역 계사전》이라는 이 역작을 완성하였다. 54년이 걸렸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지 한문으로 된 고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각고의 노력을 선도하여 온 도올의 학문여정의 그 피땀 어린 정성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도올 주역 계사전》은 20세기부터 우리민족이 힘써온 학문적 노력의 결실이다. 


〈계사전〉의 사유와 언어,
동아시아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주술적인 역점에서 인문정신으로의 혁명적 회전!


우리의 삶의 한가운데서 멀리 느껴질 수 없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22세의 어린 나이에 〈주역 계사전〉을 통하여 득도하였고, 그 깨달음을 54년 동안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온양시켜 여기 내놓은 《도올 주역 계사전》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책이다.

〈계사전〉이라는 것은 본시 《주역》의 일부로서 경經을 해설한 10개의 전傳 중 2개를 차지하는 《역경》해설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해설방식이 한줄 한줄 주석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를 개괄하여 논구하는 총론적 논문이래서 경문經文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 논리, 주제, 의미, 문화사적 의의 등이 망라되어 있다. 그러니까 《주역》을 일종의 점서로 이해하는 방식에 철퇴를 가하는 거대한 우주론(Cosmology)이라 말할 수 있다.

유학은 이 〈계사전〉이 없이는 “학”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할 길이 없다. 유교(Confucianism)가 그 자체로 철학으로 인정되고 동방철학사의 주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계사전〉 덕분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동방철학사의 거의 모든 기초개념이 〈계사전〉에서 유래되었다. 태극太極, 양의兩儀, 형이상자形而上者, 형이하자形而下者, 사업事業, 신무방神无方, 역무체易无體, 부유富有, 일신日新, 생생生生, 이간易簡, 적연부동寂然不動, 감이수통感而遂通, 사辭-변變-상象-점占, 궁窮-변變-통通-구久, 우환憂患, 유변소적唯變所適 등등 수없는 철학개념들이 「계사전」에서 정립되어 그 개념들의 해석을 중심으로 동방철학사의 다양한 학파를 형성하였다.

태극기의 어원이 〈계사전〉에 있다!
동방문명의 인문주의는 계사철학에 연원한다!
민족문화사의 위대한 성과, 《도올 주역 계사전》!!


계사를 이해하는 것은 동방철학사 전체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계사전〉은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현행본과 거의 같은 텍스트가 BC 400년경에는 확실하게 성립되었다는 사실이다(그 성립연대는 BC 400년 상·하로 조정 가능하다). 2천 수백 년 전의 묵적墨跡을 원모습 그대로 접하면서 그 내용이 주술적이고, 신화적이고, 초월적인 내음새가 전무하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동방문명의 인문주의적 깊이(humanistic depth)를 절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중국이라는 민족적 테두리에 갇힐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고조선의 사람들이 〈계사전〉 저술그룹에 참여했다는 것은 상상이 아닌 사실적 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계사전〉의 논리에 드러나는 사유체계가 우리 조선인에게는 너무도 피부로 느껴지는 생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올 주역 계사전》은 무엇보다도 20세기 우리민족의 학문적 노력의 정화를 반영한다. 한문으로 된 고전을 우리말화 하는 데 기울인 노력이 도올 학문여정의 기본이고 기반이었다. 제대로 된 우리말 번역의 중요성을 주창하면서 도올은 8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동양학선풍을 주도하여왔다. 이 책 《도올 주역 계사전》에는 계사철학에 대한 해설 외로도 《역경》 전체가 〈계사전〉과 함께 소화된 우리말로 번역되어 부록으로 따로 실려 있다. 재미난 단편소설집을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들쳐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독자를 위한 정성어린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민족문화사의 위대한 성과이다.

〈계사전〉은 모든 실체론과 결정론을 배격한다!
오로지 변화와 생성의 철학이다!
계사와 유사한 서양철학은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이다!


〈주역 계사전〉은 20세기 후반에나 와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과 많이 비교되었다. 즉 서양철학사의 종결에 해당되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이 동방철학의 시발점인 계사철학과 비교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계사전〉 그 자체의 필로로기적인 분석은 충분히 시도되지 않았다. 도올의 《계사전》은 계사 그 자체의 언어학적·철학적 분석에 있어서 여태까지의 주석학적 역사의 어떠한 사례에도 비교될 수 없는 걸출한 작업이며, 이에 동원된 다이아그램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화이트헤드는 실체를 거부한다. 그리고 실체는 이벤트들의 계기로써 연속되는 과정임을 말한다. 〈계사전〉 역시 화이트헤드보다 2천 4·5백 년 전에 실체를 거부하고 변화만이 유일한 실상임을 말한다. 불교처럼 변화를 수용하고 적정寂靜의 세계로 초탈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계사의 저자는 변화 즉 역易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긍정의 주제임을 말한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든 인문학적 과제상황, 그리고 인간학적 주제상황, 인생론적 목표상황을 찾아야만 한다.

인류철학사는 계사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도올 주역 계사전》으로 새 시대를 개벽하자!


〈계사전〉의 철학은 인류역사에 본질적으로 이해된 적이 없다. 도올의 《계사전》은 철학서로서의 계사의 깊이를 논구하는 최초의 서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스퍼스가 말하는 추축시대의 철학이 지난 2천 년 동안의 철학흐름을 지배해 왔다고 말한다면, 이 서물은 앞으로 다가올 2천 년의 인류철학사를 지배하고도 남을 눈부신 사유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도올 주역 계사전》의 첫 페이지에 눈을 옮기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기획자의 탄생

박준서, 조성후 저 / 18,000원 / 갈매나무

열정과 직감만으로는 성공하는 기획을 만들 수 없다!
될성부른 아이디어를 탄탄한 사업으로 만드는 4단계 D.R.A.W. 기획법
“기획서 제출일은 다가오는데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어.”
“아이디어 정말 좋았는데, 왜 이번에도 반려된 거지?”
“기껏 통과된 사업인데, 동료들이 도통 협조하질 않네.”

예상을 뛰어넘는 위험이 가득한 비즈니스의 세계,
히트 치는 ‘기획의 고수’는 뭐가 다른 걸까?

현대 사회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포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사업체의 격전지다. 소비자 역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치열하게 각 상품을 비교하고 조사한다. 모두가 매력적이면서도 빈틈없는 사업 기획에 사활을 걸다 보니, 직장인과 창업자 대부분은 ‘기획’을 가장 어려운 일로 꼽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가치를 발굴하고 시장과 사회의 흐름을 바꿀 기획이라면 힘듦을 잊을 만한 보람과 보상이 따르기에,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기획자의 꿈을 꾸며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일 테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조성후(사자레코드 공동대표)는 삼성물산 재직 시절부터 굵직한 기획을 성공으로 이끈 회사의 스타였고, 현재는 자신의 사업체를 이끄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전략가다. 그러나 그도 처음부터 ‘기획의 고수’였던 건 아니다. 사원 시절 기획서 제출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고,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한순간에 엎어지는 사건도 겪었다. 하지만 기획자로서의 삶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후회 없을 만큼 늘 기대 이상의 보답을 받았다. 실패조차 성장으로 여길 만큼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회사원으로 또 사업가로, 수많은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쌓은 비장의 무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이 책에 동참한 이유다. 또 다른 저자 박준서는 20년 이상 인사 교육 분야에서 일해 온 노하우를 살려,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궁금해할 만한 팁과 체크리스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더욱 실용적인 책으로 완성했다.
저자들은 빈틈없는 기획을 위한 4단계 전략적 기획법을 D.R.A.W.로 정리했다.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사업의 불씨를 정확하게 감지하는(Detect) 법, 예측 가능한 모든 위험(Risk)에 대비하는 법, 가장 효율적으로 기획 실현에 다가가는(Approach) 법, 마지막으로 파트너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즈니스 전달(Word) 법까지 기획 업무의 시작과 끝을 망라한 노하우를 담았다. 각 단계에 따라 당신의 기획을 차근차근 완성해 보자. 불안과 부담감이 서서히 걷히고, 당신만의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기획의 즐거움’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을 묻다

김광배, 김미나, 장훈, 정부자, 오현주, 오지원, 이정일, 한주현 저 / 22,000원 / 굿플러스북

세월호참사 10년, 우리는 책임을 물었고 국가는 책임을 묻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또 왔습니다.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은 어느새 스물여덟 청년이 되었겠지요. 영정 사진 속 아이의 미소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조차 어려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잊지 않겠다던 약속은 봄비 젖은 벚꽃처럼 시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 더 뭘 해줘야 하냐는 질책의 목소리는 커졌습니다.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은 대다수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304명이 죽었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책임자들에게 죄가 없다고 하는지, 피해자들과 국민은 세월호참사의 정부 책임을 물었는데 왜 검찰과 사법부는 불기소와 무죄판결로 정부의 책임을 묻어 버리는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판결문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조사와 수사, 사법 체계만으로는 대형참사의 정부 책임을 묻기에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선조위와 사참위 보고서들도 읽었습니다. 두 조사기구는 모두 세월호 침몰 원인에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다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세월호참사로 304명이 희생된 이유보다 세월호 선체가 침몰한 원인에 더 집중했습니다. 어렵게 밝혀낸 수많은 조사 성과들은 외면하고 진상규명은 유가족들의 떼쓰기 요구였을 뿐이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참사 이후 10년 동안 밝혀진 것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우리가 직접 정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0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국가의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공포와 절망 속에서 외쳤을 질문에 우리는 대답해야만 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아침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내 CCTV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살아있는 아이의 모습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온종일 화면 속 아이의 모습을 반복해 보면서 온 식구가 함께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목포 신항에 달려가 세월호 선체 안에서 아이가 걷던 복도와 계단을 걸었습니다. 아이가 앉아 있던 로비, 아이가 누워있던 방, 아이가 드나들던 매점이 있던 자리에서 그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출입구까지 몇 걸음이면 갈 수 있었을지 수십 번 자세를 바꿔 걸음 수를 세었습니다. 보고서에 기재된 시간대별 세월호의 기울기 각도와 침수 시각을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밝혀진 사실들을 시간순으로 다시 엮었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밝혀진 수많은 진실과 기록들을 모두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또한 여전히 남겨진 미해결과제들이 많아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온전히 밝히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난 기록들을 살펴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승객들을 모두 살릴 수 있었던 기회가 너무나 많았고, 살릴 수 있었던 시간도 무척 길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정리하느라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함께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초안을 읽고 귀한 의견을 주신 분들, 바쁜 일정에도 선뜻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 시도 때도 없이 던졌던 질문에 언제나 친절히 답해주셨던 분들, 누구보다 지난 10년간 피해자들 곁에서 함께 진상규명을 외쳐 주셨던 수많은 국민들 덕분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준비 중이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로 우리는 159명의 소중한 국민을 잃었습니다. 세월호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싸움을 계속할 것이고, 마지막 한 조각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봄이 왔습니다. 부디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긴 참사 유가족들의 마음에도 곧 봄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공감과 연대가 그 봄을 앞당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봄날에 『책임을 묻다』 저자 일동








버섯 농장

성혜령 저 / 15,000원 / 창비

 
창비신인소설상ㆍ젊은작가상ㆍ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수록

파격적인 전개, 압도적인 스타일, 극한의 서스펜스!
이제껏 본 적 없는 자유로운 하드보일드, 성혜령 첫 소설집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는 서사적 긴장감, 분열과 고립의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데뷔 당시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성혜령의 첫 소설집 『버섯 농장』이 출간되었다. 특유의 서스펜스와 독보적인 스타일의 힘을 보여준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이자 등단작 「윤 소 정」과 “이 시대의 하드보일드 소설”(정이현, 심사평)이라는 찬사를 받은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표제작 「버섯 농장」, 2024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간병인」을 비롯한 여덟편의 작품이 실렸다.


성혜령의 작품들은 범상한 인물과 사건 들을 통해 고강도의 긴장을 선사하는 독특한 스릴러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한편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건조하게 직시하며 묘한 카타르시스와 묵직한 고민거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대체로 청년서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집에서 우리는 한없이 부당한 사회에 시달리는 오늘날 청년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목격한다. 이러한 원한의 감정은 절제된 묘사와 개성적인 리듬을 만나 눈을 뗄 수 없는 성혜령식 하드보일드 소설로 승화된다. 친밀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파국, 불가해한 타인과 관계 맺으며 마주하는 기묘한 공포, 불안 속에서 휘몰아치는 전개로 가득한 이 자유로운 하드보일드의 등장이 한껏 신선하고 미덥다. “‘여성 청년’이 한 덩어리의 단일한 존재가 아님을 차갑게 꿰뚫는 시선”, “무엇이 인물들을 서로 같고 다르게 만드는지 그 사회관계적 조건을 살피고, 새롭게 파생되는 질문”(정이현)을 던지는 힘찬 목소리.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당당히 서 있는 존재감. 합당한 원한과 세련된 스타일로 무장한 이 걸출한 신인의 작품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한번, 쳐보고 싶었어.”
매사 부당한 세상을 정확히 조준하는 차갑게 응축된 분노

흥미진진한 스릴러이자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표제작 「버섯 농장」은 스릴러 문법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가운데 세습을 경유하는 세대ㆍ계급 갈등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작품이다. 어리고 부유한 인터넷쇼핑몰 사장 밑에서 10년째 일하는 ‘진화’에겐 온 세상이 불평등하다. 부모님의 유산과 보험금으로 유유자적 살아가는 오랜 친구 ‘기진’ 또한 진화가 증오하는 불평등한 세습 자본주의 사회의 수혜자와 다름없다. 둘의 우정은 진화의 직진하는 분노와 기진의 무기력한 방만으로 유지되며 위태로운데, 진화가 휴대폰 명의도용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게 된다. 잠적한 사기범 대신 사기범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고, 분기탱천한 진화는 기진에게 운전을 부탁해 사기범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그의 언술은 뻔뻔하기 그지없고 진화의 억울한 사정을 헤아려줄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이대로 손 놓고 돌아갈 순 없다. 둘은 그가 거주하는 외딴 버섯 농장까지 그를 미행한다. 음습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지고, 기진과 진화의 기묘한 로드무비는 어느새 전혀 다른 장르가 되어 있다.
오랜 우정의 표피 아래 깊게 뿌리 내린 격차의 장벽은 「물가」에서도 정교하게 형상화된다. ‘나’는 오랜 친구 ‘유안’의 부탁으로 유안의 강아지 ‘치약이’를 한동안 돌보게 된다. 유복하게 자란 유안과 달리 ‘나’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알바를 하며 빠듯하게 사는 처지다. 무해하고 안전한 유안의 삶과 대조적으로 ‘나’는 손님의 갑질을 상대하는 직장에서도,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강변에서 늦은 밤 홀로 치약이를 산책시키면서도 늘 구체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나’는 커뮤니티에서 강아지를 함께 산책시켜줄 사람을 구하고, 그렇게 만난 ‘크림’님은 꽤나 믿음직스럽다. 일이 고단했던 하루는 크림님에게 치약이를 맡기고 깜빡 잠이 드는데, 일어나보니 치약이와 함께 크림님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유안은 치약이를 찾는 일에 시큰둥하고 ‘나’만 조급하다. 둘 사이의 이 깊고 넓은 간극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서.”
우리 곁의 ‘친밀한 적’들

성혜령 소설에서는 계급적 격차뿐 아니라 곰팡이처럼 잠복해 있는 몰이해가 상호 간의 거리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윤 소 정」은 세명의 단짝 ‘윤’ ‘소’ ‘정’의 이야기다. 셋은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계를 통해 돈을 모았지만 통장관리를 맡은 정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여행경비를 모두 날린다. 윤과 소는 정을 탓하지 않지만 정은 계속 심하게 자책하더니 급기야 잠적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5년이 흐른 뒤 정이 대뜸 연락해 윤과 소를 집에 초대하고, 둘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정의 집에서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의 정과 수상하기 짝이 없는 그의 남자친구를 만난다. 작품의 제목이자 나란히 적힌 세 친구의 이름은 하나의 이름처럼 단숨에 읽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완고한 띄어쓰기가 비극적으로 자리해 있다. 이처럼 서로의 지근거리에 있을 뿐 완전한 이해에 육박하지 못하는 셋의 모습은 현대인이 절감하는 단절과 고립감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강도 높은 긴장감을 유지”(창비신인소설상 심사평)하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반대로 나약한 유대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우정을 쌓아가는 경우도 있다. 「대체 근무」는 불편한 사회생활 중 싹트는 묘한 우정과 선의의 영향력에 주목하게 한다. ‘단강’은 한 대기환경 연구소에서 육아휴직자 대체 근무를 하게 되는데, 전임자인 임 주임이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잃어 세달 만에 조기 복귀한다. 1년은 지속될 줄 알았던 단강의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틀어진다. 태만하지만 정규직인 임 주임과 성실하지만 계약직인 단강의 사회적 위계가 생각보다 견고했던 것이다. 사무실에서 둘은 서로가 미묘하게 거슬리는데, 단강은 점심시간에 우연히 임 주임의 남모를 비밀을 목격한다. 임 주임의 약점과 강인한 면모를 연달아 알아가면서, 단순해 보였던 둘의 신경전은 불가해한 불편함과 모호한 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어간다.
낯선 타인에 대한 경계가 점차 누그러지며 오히려 친밀했던 가족이 낯설어지는 「간병인」의 서사 또한 인간관계의 다채로운 면면을 고민하게 한다. ‘나진’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오랜 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항암을 거부하던 어머니에게 고통스런 치료를 사실상 ‘강요’했던 ‘무자비’한 아버지는 유전자가 발병 원인이라며 나진까지 걱정한다. 나진은 결국 젊은 나이에 유방절제술을 받게 된다. 아버지는 입원한 나진에게 간병인 ‘미형’을 붙여주는데, 어딘지 새엄마가 될 분위기를 풍기는 미형을 나진은 경계한다. 고된 수술과 재활 기간 동안 나진은 자신의 가장 약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미형에게 드러내 보이고 미형 또한 나진에게 자신의 비밀을 속삭인다. 나진은 미형과 아버지에 대해서,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서 자신이 몰랐던 것들을 차근차근 발견해간다. 가족조차도, 또는 가족이기에 절대 이해하지 못할 서로의 진심들이 탁월한 솜씨로 엇갈리고 겹쳐진다.

친숙한 침입자와 일상의 균열이 자아내는 극도의 긴장감
서늘한 긴장감이 지배적인 성혜령의 작품들은 특히 초대받지 않은 침입자가 돌연 등장하며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곤 한다. 지방의 페인트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 ‘조오’와 도시에서 직업을 찾고 있는 아내 ‘남미’. 이들은 제목 그대로 「주말부부」다. 일과를 마친 금요일 저녁 조오는 신혼집까지의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담배를 찾다가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무슬림인 ‘살림’의 정체 모를 담배에 손을 댄다. 묘하게 중독적인 담배 다섯개비를 연이어 피운 조오는 붕 뜬 감각으로 운전해 도시로 올라온다. 하지만 늦은 밤 신혼집에 도착해보니 남미의 친구 ‘수영’이 방문해 있고, 조오는 안방 침대를 수영에게 내줘야만 했다. 다음 날엔 집 앞에 낯선 외국인이 버티고 있다. 어제 조오가 살림의 담배인 줄 알고 피웠던 것이 사실 마약이었던 것. 약을 가로챈 대가로 큰돈을 요구하는 남자 때문에 주말부부의 이번 주말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다.
일상의 침입자는 뜻밖의 순간에, 뜻밖의 얼굴로 찾아들기도 한다. 일면식도 없는 노부부가 집에 찾아와 처음 보는 계약서를 들이민다면 어떨까. 「마구간에서 하룻밤」의 주인공 ‘문진’은 홀로 별장으로 개조된 마구간에서 거주 중이다. 최근 암이 재발해 별장을 처분하고 치료에 집중할 계획인데, 집과 함께 정리해야 할 사람이 있다. 문진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 ‘순연’이다. 순연은 예전 항암치료 기간 병실 동기로 친해졌고 퇴원 이후에도 두문불출하는 문진에게 꾸준히 다가와준 사람이다. 하지만 점점 문진에게 돈을 빌리거나 미심쩍은 물건을 팔고, 급기야 아픈 자신에게 엉터리 ‘만병통치약’까지 팔아 더이상 참아줄 수가 없다. 별장과 함께 순연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결판을 내기 위해 순연을 초대한 날, 내놓은 집을 보러 왔던 노부부가 기별도 없이 집에 다시 찾아와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돈을 요구하는데…… 이 불편한 사람들로 꽉 찬 마구간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예측지 못한 침입자의 존재는 이처럼 평온했던 일상을 파괴하는 듯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성혜령의 세계에서 침입자는 균열과 파국을 초래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도래해 있는 균열과 파국의 징조를 현시하는 존재에 가깝다”(한영인, 해설). 「사태」는 전 주인에게 학대당하다 구조된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경주’, 그녀의 오랜 친구들이자 부부인 ‘희도’와 ‘보정’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셋은 계곡에 물놀이를 갔다가 폭우로 인한 산사태주의보가 내려 꼼짝없이 숙소에 갇힌다. 그런 상황에서 화장실을 빌리겠다며 숙소에 찾아온 군인의 존재는 공포를 자아내지만, 사실 진정한 위기는 이들 각자의 일상에 이미 오랜 시간 잠복해 있었다. 강아지를 학대한 몹쓸 인간에게 갖고 있는 경주의 깊은 분노, 아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하는 보정과 그런 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희도의 어두운 이야기가 고립된 별장 속에서 쏟아지며 평온한 일상의 균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평범한 일상 곳곳에 틈입한 불안과 공포, 위기와 단절을 묘파하며 숨 돌릴 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의 끝에서 성혜령은 도식적인 매듭짓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무수한 의심과 질문을 흩뿌린다. 버섯 농장을 나온 기진과 진화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물가를 걷다 보면 사라진 크림님과 치약이를 찾을 수 있을까. “현재를 단일한 결론에 묶어두지 않음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개방하는”(해설) 노련한 감각이 우리를 무궁무진한 질문과 상상으로 이끈다. 자유롭게 요동치는 성혜령의 하드보일드에 흠뻑 취해보기를 독자들에게 기쁘게 권한다. 짜릿한 서스펜스 속에서 불확실할 것이 확실한 미래를 상상하는 낯선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서 있는 여성의 누드 / 황홀

캐럴 앤 더피 저 / 심지아 역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나의 살아 있음 속으로, 살아 있음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네가 걸어 들어왔다”
영국 최초의 여성, 성소수자 계관시인 캐럴 앤 더피
공감과 간절함으로 쓰인 어느 완고하고도 섬세한 세계


영국 계관시인 역사상 첫 여성, 성소수자,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 동화작가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1955~ )의 시집 두 권을 엮은 『서 있는 여성의 누드/황홀Standing Female Nude/Rapture』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8번으로 출간되었다. 캐럴 앤 더피의 작품은 각종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적으로 백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등 비평적으로도 인정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보기 드문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의 내면에 밀착한 채로 존재하는 혐오와 폭력, 착취를 드러내 지금 여기를 들여다보게 하는 첫 시집 『서 있는 여성의 누드』, 관능의 언어로 연인의 목소리를 경험하게 하는, 그리고 싸늘해지는 순간에 담긴 섬세한 빛까지 기록한 『황홀』. 소재와 스타일이 다르지만 그 비균질함이 각각의 특성으로 긴장을 유지하며 새의 두 날개처럼 평형을 이루는 두 시집을 한 권으로 묶었다.
이 책은 정치적 · 사회적 · 철학적인 주제부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소재를 넘나들며, 진지하면서도 가볍고 날렵하게 파고드는 특유의 위트로 섬세한 공감을 보여주는 캐럴 앤 더피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때 나는 목소리를 가졌단다”
낱장의 목소리들의 영토로 이루어진 첫번째 시집
『서 있는 여성의 누드』(1985)

“사랑을, 사랑만을 원하는” 그는 사랑의 불모를, 우리가 협소하고도 집요하게 구현한 세계의 폭력성을 시로 구현한다. 그의 첫 시집은 “사랑을, 사랑만을 원하는” 시인이 그린 다량의 폭력 속에 아슬하게 섞여 있는 미량의 사랑의 기록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시인 중 한 명인 캐럴 앤 더피의 첫 시집 『서 있는 여성의 누드』에 담긴 세계는 위협적으로 산재한 균열의 세계이다. 그 세계는 폭력적인 종합 중등학교 같기도, 여섯 살 리찌가 위태롭게 놓인 난간 같기도, 벌거벗고 야윈 여자가 정물처럼 서 있는 예술가의 냉기 서린 작업실 같기도, 날카로운 호각 소리를 따라 돌고 있는 돌고래들이 갇힌 수족관 같기도, 집에 있는 생물들을 죽이고 더 죽일 것이 남지 않아 문을 밀치고 나아가는 칼을 쥔 소년의 번득이는 거리 같기도, 대공습 후에 기억을 잃고 겉뜨기 안뜨기를 흉내 내는 자신의 손을 낯설게 바라보는 여자가 앉아 있는 지하 공간 같기도 하다.
시인은 여러 목소리를 통해 자아의 구축, 현대 문화, 성평등 문제,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소외, 억압, 사회적 불평등 같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유머와 진지한 통찰, 사회적 논평을 결합한다. 시인은 일상적인 대화체와 극적인 독백으로 뛰어난 성격 묘사 실력을 보여주며, 각 캐릭터에 자신을 위치시켜 캐릭터의 말투로 각 관점을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매우 섬세하게 공감한다.
그중에는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여성을 그린「슈팅 스타」와 같이 피해자의 목소리뿐 아니라, 「여가 교육」과 같이 반사회적 인물, 악당의 목소리도 담아 충격을 준다. 그들의 잘못을 어떤 식으로든 용납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불안한 마음과 그들을 내몬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오늘 나는 무언가를 죽일 것이다. 아무거나. / 나는 충분히 무시당해 왔고 오늘은 / 내가 신의 역할을 할 것이다.[…]”,「여가 교육」부분).
1985년에 출간된 더피의 시는 혐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 시는 1985년의 영국적인 이야기로 편안하게 읽히기를 거부한다. 우리가 편안하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공간적 · 시간적 거리가 가능하지 않다. 『서 있는 여성의 누드』는 우리의 내면에 밀착한 채로 존재하는 혐오와 폭력, 착취를 드러내어 지금 여기를 들여다보게 한다. 출간 당시 비평가들의 큰 호평을 받은 『서 있는 여성의 누드』는 계관시인의 눈부신 시적 경력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그렇게 나는 잠들었고,
열렬히, 열렬히 너를 꿈꾸었다”

대리석에 끌로 새긴 기도와 같은 일곱번째 시집
T. S. 엘리엇 상 수상 작품집『황홀』(2005)

『황홀』의 시들은 선물 같고, 만질 수 있는 꿈 같다. 선물은 놓여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보려고 그것을 끄르는 손길이 선물을 깨어나게 한다. 읽기는 리본의 부드러움을 감촉하며 매듭의 단단함을 공들여 풀며 선물의 시간을 길어지게 하는 행위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

캐럴 앤 더피의 시집 중 큰 찬사를 받은 시집 중 하나인 『황홀』은 연인의 목소리를 경험하게 한다. 『황홀』의 언어는 관능의 언어이다. 저항할 수 없음에 대한 언어이다. 감정적이고 개인적이며 비애가 담긴 이 강렬한 사랑 시들은 더피의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황홀』의 시들은 사랑에 빠져드는 단계(“사랑에 빠지는 것은 / 화려한 지옥”, 「너」부분)부터 관계의 끝까지 사랑 이야기에 대한 기록을 만든다. 고전적인 형식에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가슴이 미어지는 언어로 담은 (자전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시들은 인간 감정의 가장 깊게 패인 부분을 탐구한다.
총 52편의 시로 된 이 시집은 52주로 된 일 년이라는 시간을, 시작과 끝이 있으며 다시 시작으로 되돌아가는 일 년이라는 상징적인 시간을 담고 있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돌아오듯 마치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랑도 다시 시작을 맞이하길 염원하듯이.
독자들은『황홀』을 읽으며 성적 정체성과 성별을 지우고 오직 연인으로서, 사랑의 시간으로 되돌려진다. 2005년에 출판된 이 아름다운 시집은 T. S. 엘리엇 상을 수상했으며, 우리는 경험에서 깊은 운율을 발견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시가 우리 모두를 위해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저 / 양윤옥 역 / 17,800원 / 소담출판사

 
인생살이, 사방팔방이 함정
한 번 떨어지면 벗어날 방법은 없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어린 딸을 데리고 도망쳐 도쿄에서 생활하는 싱글맘 다카요. 그녀에게 도착한 임대료 체납 독촉장. 강제 퇴거까지는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친정도, 대부업체도 그녀를 외면한다. 궁지에 몰린 다카요가 매달린 곳은 SNS로 고객을 모집하는 불법 개인 사채업자 미나미. 간신히 돈을 빌려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변변찮은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대출금은커녕 이자와 공과금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
그런데 이 미나미라는 사람, 유난히 친절하다. 대출금 변제일을 유예해주는가 하면 육아 고민이나 한부모 가정의 고충과 같은 개인적인 상담까지 해준다. 그와는 별개로 돈 드는 일은 자꾸만 생기고 친절함에 반비례하듯 대출금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만 가는데…….

“미나미 씨, 혹시 주말에 효율적으로 일할 만한 곳을 아시면 조언해 주세요.”
“그런 일자리가 전혀 없지는 않죠.”

조르고 졸라서 받은 구인 목록은 성매매 일.
이 사람, 애초에 날 성매매 쪽에 팔아넘길 꿍꿍이였을까?

“내가 대출해 준 돈은 다달이 조금씩 갚아도 괜찮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대체 ‘미나미 씨’는 누구일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맞을까?
빚밖에 없는 인생에서 벗어날 길은 있는 걸까?


반드시 두 번 읽어야 하는 걸작 미스터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미스터리 장편 소설이다. 스마트폰을 경쟁 상대로 삼고 ‘책을 잘 읽지 않는 젊은이들도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작품을 지향하는 작가는, 소설 소재로서는 드문 분야인 사기 대출, 소비자 금융, 불법 개인 사채와 같은 시사 문제를 본작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지만, 석 달 치 월세가 밀린 탓에 열흘 안에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어린 딸과 함께 지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처한 다카요. 어디서도 돈을 구하지 못한 그녀는 결국 인터넷 사채업자 미나미에게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 간신히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것만은 면한다. 그러나 급한 불만 껐을 뿐이지,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에 아이 급식비까지 다달이 밀린 돈만 몇만 엔. 간신히 구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는 이자 내기만도 빠듯한데 공과금에 아이에게 드는 돈까지 마련하려니 필요한 돈은 불어나기만 한다. 돈이 부족할 때마다 대출을 받자, 정신 차리고 보니 대출금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

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고금리 사채의 늪에 빠지는지, 그리고 사채를 쓰는 순간 악귀와 같은 인간들에게 시달리며 어떤 지옥으로 떨어지는지 본작에서는 사채업의 실상을 낱낱이 밝힌 다.
이 시대 일본 사회의 현실을 실감 나게 그려냈을 뿐 아니라 작가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도 함께 속이고 있다. 모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서술 트릭.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는 기막힌 이야기이다.

돈에 속아 아프고, 작가에 속아 짜릿하다.
과연 당신은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의 어린이책 3

다움북클럽 저 / 18,000원 / 오늘나다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다움북클럽이 추천하는 성평등 어린이ㆍ청소년 책 2023-2024
《오늘의 어린이책 3》이 2024년의 독자 여러분을 찾습니다. 성평등 어린이책을 말하는 열 가지 열쇳말을 기준으로 지난 일 년 간 다움북클럽이 리뷰한 책들과 다양하고 알찬 이야기들이 빼곡 담긴 푸짐한 책 선물입니다.
다움북클럽은 작가, 평론가, 편집자, 출판 기획자, 교사 등 어린이와 청소년 곁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여 꾸려 가는 모임입니다.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 종료 이후 《오늘의 어린이책》 1호와 2호로 성평등 어린이 청소년책의 큐레이션 작업을 이어 왔으며, 이번에 세 번째 열매를 맺습니다. 이번 호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실었으며,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금서’ 논란을 다룹니다. 그리고 2023년에 출간된 도서를 중심으로 85권의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도서들을 추천하면서 책마다 정성 어린 추천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

《오늘의 어린이책》 3호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린이의 생각과 마음에 공감하고 함께 길을 찾고자 하지만, 어른이 어린이일 수 없다는 자각은 늘 있어 왔습니다. 성평등 주간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과 감수성이 변화한 경험을 나눈 고등학생 청소년, 평생 휠체어와 함께 살아온 청년의 이야기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왜 중요한지 깨우쳐 줍니다. 이와 함께 동화 작가와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와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통하여 어린이의 육성을 바로 들을 수 있는 글들을 수록하였습니다. 다양성의 가치는 좋은 어린이책에도 실려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과 경험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문학에 담겨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다독거려 온 김지은 평론가의 글로 그 의미를 밝혀 봅니다.

“혐오를 넘어 무지갯빛 세계로” 도서 추천 범주 개정

다움북클럽 도서 목록은 10개의 추천 범주와 26개의 질문을 기준으로 성평등 어린이책을 추천합니다. 이번에 《오늘의 어린이책 3》을 출간하며 10개의 범주 중 ‘혐오 반대’를 ‘젠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정하였습니다. 그동안 ‘혐오 반대’ 범주에는 주로 LGBTQ+ 관련 도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다움북클럽은 이제 무지와 부정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인식과 태도에 있어서 적극성과 긍정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범주명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젠더 다양성’ 범주에는 혐오를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다양한 존재들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더욱 열정적으로 담길 것입니다.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어린이 청소년이 자신을 긍정하며 주체적으로 세상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길에 다움북클럽의 선택이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금서 전쟁 중!


다움북클럽이 수차례의 토론 끝에 선택하고 추천하는 목록을 관심 있게 보는 이들 중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수의 물결이 득세한 작년은 이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습니다. 성교육, 성평등, 인권 도서를 어린이의 책장에서 누락시키려는 시도 때문에 공공 도서관과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서 고생이 많으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민원에 시달리며 업무가 마비되고, 어쩔 수 없이 일부 도서를 열람 제한하면서 전문성이 훼손당하는 아픔을 겪으셨습니다. 혹자들은 이를 ‘금서 전쟁’이라고 불렀습니다.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한 다움북클럽은 이 무도한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그 누가 아무리 뭐라고 떠들어 대도’ 우리 어린이들이 이 특별한 좋은 책들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우며 성장하는지 알고 나면 가슴이 웅장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시야를 넓혀 미국과 독일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비슷한 ‘금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오히려 더욱 가열 차게 인권 도서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수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유머로 승화하여 꾸준히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 씩씩한 독일 작가 프라우케 앙엘이 보낸 연대의 목소리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움북클럽이 그동안 엮어온 성평등 어린이ㆍ청소년 책 목록의 역사
2019년 ‘나다움 어린이책’ 134종
2020년 ‘나다움 어린이책’ 199종
2021년 『오늘의 어린이책 1』 262종
2023년 『오늘의 어린이책 2』 92종
그리고 2024년 『오늘의 어린이책 3』 85종까지
그동안 다움북클럽에서 추천한 어린이책은 모두 439종!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저 / 19,800원 / 메디치
 
강원국 작가의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
50만 부 돌파 및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강원국 작가의 인생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50만 부 돌파와 더불어 출간 10주년을 맞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독자들을 새롭게 찾아왔다.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근무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연설가였던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시대 소통의 방법론을 배운 강원국 작가. 《대통령의 글쓰기》에는 그가 두 대통령에게 배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뿐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해온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말과 글을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 담겨 있다.

이번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독자를 위해 일부 내용을 다듬었다. 강원국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낸 두 대통령의 관찰 기록이 이제는 역사 속 인물이 되어버린 두 분을 우리 곁으로 다시금 소환한다. 


강원국 작가의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출간!


오늘날의 강원국 작가를 있게 한 인생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출간 10주년을 맞이했다.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대통령의 글쓰기》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들이 그래야 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관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글쓰기 노하우 책을 내라는 현직 대통령의 ‘명령’을 시행해 출간된 이 책은 이후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글쓰기 관련 서적의 붐을 이끌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글쓰기 비법을 40가지로 정리한 이 책은 2014년 주요 일간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수많은 독자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이는 이후 글쓰기 관련서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작가 강원국의 탄생이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스피치라이터,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다듬어온 강원국 작가는 이 책을 계기로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쓰는 저술가, 강연자, 방송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가 10년 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은 비결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독자와 만나왔다. 수험생, 입사지망생, 회사원, 공무원으로부터 자기소개서를 쓰고 논술시험을 치르고 보고서를 쓰는 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통해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지, 그 자리에 있던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어떤 생각과 심정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알게 되었으며, 연설문 하나 나오기 위해 어떤 과정과 고뇌의 시간을 거쳤는지 알게 되었다는 분이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대통령의 취임사와 연설문을 허투루 듣지 않게 되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두 대통령이 어떤 분이었는지 알게 되었다며 두 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고,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 책이 10년간 꾸준히 읽혀온 것은 말과 글로 민주주의 시대를 실현해온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한 사람들 덕분이라 하겠다.

“민주주의는 곧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로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시대,
우리에게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있습니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자기 말과 글이 없던 박근혜 대통령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통령은 말과 글로 국정을 운영하고 말과 글이 곧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특히 대통령의 말과 글이 흔들리는 소통 부재의 시대마다 김대중, 노무현의 말과 글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말과 글의 위기는 대통령의 위기이고, 대통령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생의 마지막까지 독서로 다져진 말과 글을 통해 국민을 설득했으며,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진솔하고 투박한 서민의 언어를 쓰고자 말과 글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듬었다. 이런 두 대통령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다행이다.

말이 곧 글이었던 김대중 VS 글을 말하듯 썼던 노무현 대통령
- 강원국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두 대통령의 말과 글

대통령은 연설문을 통해 자신의 뜻을 국민에게 전하고 통치한다. 어떻게 써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고심해온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각자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을 선호했다. 연설비서관을 8년간 역임한 강원국은 두 대통령의 차이를 세밀하게 짚어냈다.
논리를 중요시한 김대중 대통령은 서면 메시지나 축전처럼 짧은 글에서도 기승전결의 논리적 구조를 갖추고자 했기에 말이 곧 글로 옮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햇볕정책”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와 속담을 자주 사용해 최대한 쉽고 명쾌하게 표현했다. 겸양의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해서 연설문이 전반적으로 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동·솔직·소탈·강조어법을 종종 활용하면서 일반인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서민의 언어를 써서 글을 말하듯이 쓰고자 했으며, 일반론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논리와 주장을 담고자 했고, 겸양보다는 자신 있는 표현을 좋아했으며, 현장에서 청중과 직접 호흡하는 교감형 연설을 선호했다.

이러한 두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의 차이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방식을 찾아가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을 부록으로 실어 두 대통령의 연설문 형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고자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안미옥 저 / 14,000원 / 창비
 
내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아름다운 성장의 기록
서툴렀던 어린 ‘나’를 돌보는 시간, 시인 안미옥의 첫번째 에세이
매력적인 감수성으로 삶의 슬픔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시인 안미옥이 등단 12년 만에 첫번째 에세이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를 창비 에세이& 시리즈로 선보인다.
총 2부로 구성한 이 책은 시인이 일상을 살아나가는 나날을 사려깊게 담은 일기이자, 아들 ‘나무’가 태어나 다섯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촘촘하게 따라가며 아이와 함께 삶과 세상을 배워나가는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날이 자라가는 아이의 곁에서 작가 또한 다시 태어나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매일의 낯선 감각을 두려움이 아닌 용기로 마주하는 법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쓰는 사람으로서, 돌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이만큼이나 서툰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다정하고도 따듯한 문장으로 펼쳐놓은 이 책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꾸밈없는 언어로 표현하는 아이의 말이 선사하는 신선한 재미 또한 담고 있다. 한때는 삶과 그 속에 놓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결코 알지 못했던 시인이 아이 ‘나무’를 지켜보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새로이 배워나가는 이 소중하고도 빛나는 순간들의 아름다운 기록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어린 ‘나’들을 보듬으며 다시없을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는 더이상 당신을 염려하지 않을 것 같다.” (김금희 추천사)

‘이상하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
우리를 둘러싼 감정의 첫 순간을 만나다


1부 ‘계속해서 자란다’에는 아이와 함께 주고받는 일상을 통해 작가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낯설고 두렵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그 처음의 시선을 통해 ‘이상하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며 자신이 낯설게 여겼던, 그래서 두렵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무섭다고 느낀 것의 실체를 똑바로 바라보게 되면 그것을 더는 무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진실을 배우면서 말이다.
이사를 가게 되어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친구가 ‘보고 싶다’고 매일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태어나 제일 처음 해봤던 이별이 무엇인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친밀한 사람과의 이별이 가슴 아픈 이유는 “‘보고 싶은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그리움이 불러일으키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달래고 겪어내야 하는지, 다시는 볼 수 없는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 세살 아이의 마음을 가늠해보며 우리는 영원한 헤어짐을 감당하는 방법을 연습해보기도 한다.
2부 ‘서툴다는 것은 배우고 있다는 뜻’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매일매일 고투하는 시인 안미옥의 일상, 아이를 통해 위로받는 순간을 통해 한때 어렸던 ‘나’의 슬픔을 보듬는 치유의 순간을 담았다.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발견을 통해, 시 쓰기가 좋아서 시를 쓰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시 읽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 쓰기의 괴로움을 딛고도 계속 쓰고 싶어했다는 대목은 이제는 “시 쓰기가 제일 좋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고백은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기 무서워했던 아이가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중엔 안 무서웠어. 재밌었어”라고 천진하게 말했던 순간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기도 하다. “무서워도 조금씩 해보면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거라는 발견은 우리에게 작은 용기를 선사한다.
“나 엄마랑 안 놀 거야. 엄마랑 노는 거 재미없어”라고 말하며 칭얼대는 아이는 그 이유를 묻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좋은데 엄마가 싫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해서 미운’ 감정이 자신에게도 있었다고 풀어놓는 작가는 그 미움 또한 사랑의 과정이자 속성일 수 있다는 진실을 이해하며 비로소 마음의 응어리를 푼다. 아이를 통해 사랑의 복잡한 마음을 통찰하게 된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미워했던 한 사람을 마음 깊이 품게 되는 이 장면은 상처받았던 어린 ‘나’를 감싸안아주는 순간을 통해 독자에게 크나큰 위로를 준다.
한편, 이 책의 중간중간 삽입된 ‘나무의 말’은 아이가 툭툭 던지는 말에서 비롯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담은 삽화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할 것이다.

누군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보는 것


‘에필로그’에는 이 에세이의 초석이 되어주었던 일기를 담았다. 이 「나무 일기」의 서두에는 이 책을 왜 ‘육아일기’로만 한정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등장한다. 작가가 출산을 앞두고 “아기를 낳게 되면 내 삶이 사라지고 아기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될까봐” 두렵다는 고백을 하자 그 말을 들은 한 선생님은 자신을 그렇게 분리하면 안 된다고, 육아를 하는 나, 아이를 돌보는 나 또한 ‘나’ 자신의 일부라는 값진 조언을 해준다. 육아 또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일기는 내 삶에 대한 일기이지 ‘육아일기’라고 특별하게 부를 이유는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새롭게 만나게 된 자신의 인생, 이제 막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존재인 아이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사랑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시도가 된다. 무언가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조금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