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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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 김규민 저 / 18,000원 / 책폴 “의대에 진학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의대생을 꿈꾸기 전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꿈꿔왔던 미래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제 어떠한 현실이 펼쳐질까? 서울대 의대 수시 전형 수석 입학생이 전하는 ‘진로 탐색’ 로드맵 중학교 때까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아이. 고1 때 TV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소독약 하나 없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공부를 시작한 아이.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꿈을 꾸며 2019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수시 전형에서 수석 합격하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의예과에 입학한 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김규민의 이야기다. 서울대 의대 입학 당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청소년의 든든한 공부 멘토가 되어 주었던 그가, 이제는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고민 노트’를 공개한다. 바로 의사라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의사는 과연 어떠한 결정을 해야 할까?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릴까? 아니, 맞고 틀리고는 대체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저자가 마주하는 의료 현장의 생생한 고민과 의사의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실질적인 예시가 파트별로 촘촘하고 빼곡하게 채워진다. 그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각도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철학적 질문을 통해 의대 면접(MMI: 다중미니면접) 및 논술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책이다. 지적인 탐험을 즐기는 일반 독자들 또한 시종 흥미롭게 읽어 나가며 삶에 대한 통찰을 일깨우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진로 탐색과 미래 고민을 함께 나누며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담아내는 책폴 ‘드리밍’ 시리즈의 첫 책.『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는 의대 열풍의 시대, 의사들의 실제 고민이 무엇이고, 의대생들은 무엇을 고민하며,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윤리적 딜레마를 통해 의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들여다본다. “의사라는 꿈이 현실이 되자, 내 앞에 놓인 건 온통 딜레마투성이였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의학도가 되어 현실을 바라보며 시작된 고민의 흔적을 뜨겁게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의대를 진학하는 목표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을, 의사가 된 후 걸치게 될 하얀 가운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느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내가 가는 길이 누군가의 미래가 됩니다" 내일을 향한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특별한 노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2년에 시행한 ‘초 · 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의 희망 직업 선택 기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의사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순위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의사가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이전 조사에 비해 높아졌고, 이렇게 경제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의 증가는 의대 쏠림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의대에 관한 관심은 이렇게 많은데,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얼마큼 알고 있을까? 매년 치열한 의대 입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의대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를 비롯한 전국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신입생 등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의대에 진심인 학부모와 청소년들은 과연 의사와 의사의 일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는 의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대생, 더 나아가 의사들이 고민하는 여러 문제를 청소년이 미리 ‘탐색’해 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이 명확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의학도가 되어 보니 세상은 온통 딜레마 투성이였다.”라고 말하며 당장 2년 뒤, 흰 가운을 걸치고 환자 곁에 서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사실 ‘어떻게’ 의대에 들어가는지 말해주는 이야기는 무궁하지만 ‘왜’ 의대에 가고 싶은지, 의사가 되어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지 알려주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성취해야 할 목표만이 아닌, 탐색해야 할 ‘삶의 가치’로 의대를 바라본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좀 더 특별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변수를 맞닥뜨리는 일상의 틈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런 문제의식을 주변과 나누면 좋겠기에, 저자는 자신의 고민이 비단 의학도만의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매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담는다, ‘무엇이 옳은지, 누구를 도와야 하는지, 삶과 죽음이란 대체 무엇인지’ 독자들이 각자의 철학을 다질 수 있도록 뜨거운 진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는 그간제대로 알지 못했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각도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철학적 질문을 통해 의대 면접(MMI: 다중미니면접) 및 논술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독자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에 충분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의과대학 버전을 읽는 느낌이다! (홍순범 서울대 의대 교수) 우리가 몰랐던 의사, 의사의 일, 의사의 딜레마에 관하여… “수술 환자가 내 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라면?”, “완치 확률이 낮은 신약 정보를 환자 가족에게 제공해야 할까?” “지역의 유일한 외과의사로 강도와 남편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성인 환자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아기의 부모가 아기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한다면?” “만일 내가 의사라면, 이럴 때 어떠한 기준에서 ‘판단’을 해야 할까?” “궁극적으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의사, 꿈이 현실이 될 때』는 의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딜레마 상황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여러 관점과 물음표를 제시한다. 열한 살 딸을 성폭행한 환자의 수술이 진행 중인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을 중단하라고 집도의를 위협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의 가족에게 완치될 확률이 극히 적은 신약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의사, 지역의 유일한 외과의사 앞에 펼쳐진 남편과 남편을 찌른 강도 중 하나만 살려야 하는 상황, 판단력이 있는 성인 환자가 치료를 계속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 못하는 아기 환자의 부모가 아기의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한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이 책은 의사가 맞닥뜨리는 정치 · 사회 · 문화적 다양한 딜레마 상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의대생이 되어 의학을 공부하는 와중에 마주한 근원적 질문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Part1. 무엇이 선행인가?’에서는 도대체 선행(옳은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딜레마를 다뤘다. ‘Part2.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서는 그 선행을 ‘누구에게’ 할 것인가에 관한 딜레마가 나온다. 모두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때에 따라 그것은 폭력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구를 도울 것인지가 두 번째로 해야 할 고민이기 때문이다. ‘Part3.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구체적인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거리들을 다뤘다. 멀고도 가까운 의사와 환자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의 고민을 공유하며 무엇이 옳은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Part4. 그래서, 결국 살릴 것인가?’에서는 삶과 죽음 사이에 선 환자 곁에서 의사가 겪는 딜레마와 의사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관한 근원적 질문으로 가닿게 된다. “의사는 직업이 아니다. 생명을 구하는 막중한 책임이다.” 성취해야 할 목표만이 아닌, 삶의 가치로 마주한 ‘의대’라는 세계 의사의 역할이 단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면, 모두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모든 의사는 미션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숙명인 걸까? 하지만 저자는 ‘살리는 일’ 너머의 무언가가 더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저버릴 수 없다고 고백한다. 일상의 틈새로 쏟아져 나오는 수없이 많은 질문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 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면서도, 정작 저자는 그 어떤 질문에도 정답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숱한 고민은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의학적 고민은 우리의 인생과도 가장 맞닿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기에” 고민의 시간이 무색할 리 없다. 청소년들이 꿈꾸고 바라는 직업의 세계는 저마다 다채로울 것이지만, 그곳에 발을 내딛게 되며 각자 마주하는 고민의 지점은 서로 다르지 않으리라 저자는 생각한다. 걸치는 옷의 종류와 의미가 다를지라도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은 결코 비교 우위를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갈수록 정답이 없는 세상이지만 충분히 나의 답을 찾아갈 수도 있는 시대다. 또 반대로 말하면, 영영 나의 답을 놓칠 수도 있는 시대다. 그 차이는 ‘책임감’에서 비롯되고, 이는 ‘나와 세상을 향한 끈질긴 고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 최선을 다해 고민하기를. 캄캄한 고뇌의 늪을 겸허히 마주하기를. 선택의 갈림길에서 쉽게 도망치지 않기를. 선택과 판단 앞에 책임감 있게 임하기를. 이는 책 속의 모든 질문을 통틀어 궁극적으로 저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는 뜨거운 응원과 격려일 것이다. 정의롭게, 정직하게,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평등의 짧은 역사 토마 피케티 저 / 전미연 역 / 22,000원 / 그러나 세계의 평등을 향한 전진 피케티의 이번 ‘평등의 짧은 역사’는 기존 그의 책들이 가지고 있던 약 1000쪽에 달하는 3권의 책들을 읽기 힘들다는 독자들의 요청에 대한 답으로 그것에 대한 간결한 요약과 그동안 그의 연구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들을 되짚고,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는 평등을 향한 여정은 오래전에 시작된 투쟁의 역사이고, 이 투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유를 일련의 규칙들과 사회 집단들 간 특수한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특정 사회 내에서만 온전한 의미를 가지므로 사회적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유를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소유는 상위 1%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등을 향한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하지만, 하위 50%의 소유는 거의 늘어나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불평등의 완화를 위해서 누진세와 상속세의 확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이 책은 불평등의 역사적 비교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평등의 확대를 향한 장기적인 흐름이 있어왔음을 논증하고 있다. 18세기 말부터는 평등을 향한 역사적 움직임이 있었으며, 그 후로 지금까지 세계는 꾸준히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는 것이 피케티의 견해이다. 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고 해서 이 세계의 모순과 불평등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그는 불평등의 내용과 기원을 밝히고 평등을 향해 어떠한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교육과 의료 부분에서의 진보적 성과를 살피면서도 세계의 인구, 생산, 소득의 전반적인 증가가 지속 가능한지 살피자고 제안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거시 경제 지표로 ‘국내 총생산(GDP)’보다는 ‘국민 소득(National Income)’ 개념을 사용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민족적 주권주의에서 보편주의적 주권주의로 꽤 많은 부분을 피케티는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에 대해서 다룬다. 노예제와 식민주의가 서구의 부의 축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부분을 논증하고 그에 따른 배상의 문제에서의 불공정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한 식민주의에 의해 만들어진 불공정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해법도 그는 제기한다. 그리고 그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에 의해 형성된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경제시스템은 부자들을 위한 신식민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 피케티의 결론이다. 이러한 신식민주의의 유산을 극복하고 우리가 어떻게 평등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는 다양한 층위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이 책에서 민주적이고, 연방제적이며, 분권화되고, 참여적이며, 환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무수하고 다양한 경제 모델이 전 세계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피케티는 평등을 향한 여정이 결과가 불확실한 투쟁이며 미리 정해져 있는 길은 아니라며, 지구 구성원들이 사회적 화합과 지구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에서 이제 민족적 주권주의가 아닌 보편주의적 주권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피케티의 새 책을 한국에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2021년에 출간된 책인데, 출판사 사정으로 한국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인지한 경제학자들은 많았겠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실증적으로 연구해서 인정받은 학자는 토마 피케티이다. 그의 원고를 읽으며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소유’를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소유’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본다면 ‘상속세’ 폐지와 같은 주장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소유’에 대한 태도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을 연상케 했고, 관점의 공통점도 찾을 수 있을듯 했다. 마이클 샌델의 주장은 정교한 논리적 추론의 결과였지만, 피케티는 그러한 논리에 엄밀한 사회과학적 통계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진세가 역사적으로 불평등의 완화를 이루게 했다는 논증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의 서구 사회의 부가 세계 경제 시스템과 국제 노동 분업의 효과 때문이라며 다국적 기업과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나라에 줘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흥미로웠다. 진보적인 측면에서의 주장이 때로는 논리의 완성도는 높으나, 통계적 수치의 뒷받침 부족으로 ‘단순한 주장’으로만 치부되기가 쉬운데, 그러한 주장에 정당성의 데이터적 근거를 제시하는 학자라서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논리적 근거를 갖게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투계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저자 저 / 임도울 역 / 15,000원 / 문학과지성사 “죽은 것들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
권력, 애정, 증오, 침묵, 연대, 학대의 공간… ‘집’이라는 네 벽 안에 둘러싸인 공포와 경이로움을 담은 13편의 증언 여성, 작가, 이민자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복잡한 현실을 열어젖히며,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폭력에 맞서는 언론인이자 소설가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María Fernanda Ampuero(1976~ )의 첫 소설집 『투계Pelea de gallos』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신성시되어 온 ‘가족’을 파헤치는 건 불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관념, 위선 속에서 상처받고 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여성과 아이들 같은 약자이다. 일간지 『엘텔레그라포』는 이 책을 ‘가족과 연결된 공포와 폭력을 탐구하는 책’이자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마초적 욕망에 종속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탐구’라고 평했다. 이 책에 수록된 「수난」은 메리 셸리의 아이들상(2015)을, 「월남」은 코세차 에녜상(2016)을 받았고, 첫 소설집 『투계』(2018)는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호아킨 가예고스 라라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된 『투계』는 영어 · 이탈리아어 · 포르투갈어 · 그리스어 등 다수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작가는 “우리는 그동안 종교와 국가와 군대 등 다른 모든 제도에 대해서는 신성성을 벗겨내 왔으면서 왜 가족은 여전히 신성불가침한 개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1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가족 안에 존재하는 은폐된 폭력을 보여준다. 그 은폐된 폭력은 아버지(남성)의 폭력이며 계급의 폭력이며 가부장적 사회의 폭력이다. ‘집’이라는 네 벽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추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살아가는 현실을 이 책은 일관되게 까발린다. 시인 김혜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추천! 『뉴욕타임스』 2018년 올해의 소설 10권 선정 “네 딸은 괴물이야” 괴물이 되어야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끔찍한 현실 여성의 시선으로 뿌리 깊은 폭력과 불평등을 신랄하게 까발리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중심, 암푸에로의 첫 소설집 맡아줄 곳이 없어 투계꾼 아버지를 따라 다니는「경매」의 어린 소녀는 내장이 터진 닭을 보고 구역질이 일지만, 잠든 자신의 교복 치마를 들추던 아저씨들이 “죽은 닭의 창자와 피와 닭똥을 보고는 구역질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을 그 “창자와 피와 똥으로 범벅”이 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킨다. 이는 더러움으로만, 더 괴물이 되는 것으로만 여성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드러낸다. 「새끼들」「수난」「상중喪中」「다른」의 아버지, 할아버지, 오빠, 남편은 가장이라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쥐고, 자신의 규율에 어긋났을 때 서슴없이 폭력을 쓴다. 그리고 그 폭력은 다음 세대에 대물림된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 오빠가 그 뒤를 잇고, 딸들은 그것에 순종하는 동시에 다른 약한 것들에게로 폭력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새끼들」의 주인공은 “남자들에게는 항상 네, 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고 권력에 굴복한 것이다. “사랑의 가장 나쁜 형태”라면서도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랐듯, 주인공은 성인이 된 후에도 사랑을 갈구함으로써 그 권력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집 저 집에서 벽에 던져져 깨진 값싼 유리컵처럼 나도 그렇게 깨지곤” 하면서도 “남자들에게는 항상 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자의 상처가 폭발할 때 비유는 필요 없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마초적 욕망에 종속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탐구. 용감한 책일 뿐 아니라 끔찍하게 가슴 아프다. 『엘텔레그라포』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욕망에 지배되고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강요받는다. 「괴물」의 소녀가 황소라 불리며 “너는 어째 메르세데스처럼 얌전하고 상냥하고 고분고분하질 못하니”라는 타박을 받고, 「새끼들」의 화자가 “남자들에게는 항상 네,라고” 하듯이. 「상중喪中」은 이러한 여성상에서 벗어난 인물에게 가부장제가 어떤 폭력을 가할 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준다. 무자비한 폭력은 제도적으로 자행되고 제도적으로 은폐된다. 어두컴컴한 축사에서 벌어진 그 모든 끔찍한 일은 마리아가 가부장제의 여성상에 반했기 때문에, 여성이 성적 쾌락을 탐했으므로 시작되었다. 가부장제가 행해온 뿌리 깊은 폭력과 여성 혐오 앞에서는 종교도 구원이 되지 않는다. “성인 중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성인”도 말뿐인 위선자이며, “남자에 대한 존중이 그 집안에 대한 존중”이라며 이 사태를 방관한다. 그가 말하는 “믿음이란 단어는 이미 혀 속에서 똥 맛”이 날 뿐이다. 작가는 과감하게 성경 속 여성 막달라 마리아를 재해석하여 예수의 수난사를 다시 쓰기도 한다. 「수난」에서 “너”는 “고독 속에서 물과 돌과 모래를 지배하는 법”을 배운 마법의 힘을 가진 여성이다. 그런데 “아무도 너를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모든 기적은 “너”에 의해 행해졌으나 모든 공은 “그”가 가져간다. 이는 가부장제의 역사에 대한 비유, 남성에 가려져 기록되지 않은, 능력이 있어도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아 기록되지 않은 여성의 역사에 대한 비유이다. 「다른」에서는 일상과 가정의 모든 것이 남성의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너”의 쇼핑 카트에 담긴 물건을 통해 보여준다. “너의 카트”에는 자신의 것이 아닌 욕망이 가득하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온 “너의 선택”을 돌아보는 행위 자체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처럼 ‘반항적인 영혼’들의 목소리를 직조해내는 동시대 작가는 언제나 환영할 수밖에” 암푸에로의 소설은 으깨어지는 존재들의 지치지 않는 저항 행위를 보여주며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13편의 이야기에 담긴 일상의 끔찍한 폭력, 빈곤, 이산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이라영(예술사회학자) 이 책은 인종과 사회적 계급에 따른 차별, 빈부 격차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열네 살의 가사노동자 나르시사는 몸집도 크지 않고 나이도 돌보는 아이들보다 고작 두 살 많은 것뿐인데 인생을 4백 번은 산 사람처럼 보인다.(「괴물」) 부자들은 웨이터들의 “갈색 피부가 자기들의 흰 식기에 닿는 게 싫어서” 흰 면장갑을 끼게 하며, 심지어 원래 이름은 “코로소”인데, 고용주가 멋대로 부르다 이름이 “코로”로 굳어지기도 한다. (「코로」) 학교도 못 가고 아픈 남동생을 돌보는 가난한 소녀는 단 한 번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남동생을 돌볼지 않고 만화영화 한 편을 보고 싶어 “동생의 울음소리가 묻”히도록 더 크게 웃는다.(「그리스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러나 신랄하게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해체하는 암푸에로는 페이지마다 문화 ㆍ 정치 ㆍ 사회적인 요소들을 낟알 낟알로 떨구어 내면서, 현실을 생생히 그려낸다. 그러나 암푸에로의 주인공은 피해자로 남지만은 않는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서라도 자신을 지키고, 압제자가 힘을 잃었을 때를 기다려 복수하거나, 저주 인형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잊었던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전환기를 열고, 그리고 많은 경우 꿋꿋이 생존함으로서…… 암푸에로의 주인공들은 살아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명백한 잔인성에 맞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쟁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들은 비단 라틴아메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의 양상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함께 분노하고 심장이 뛰는 이유일 것이며, 이러한 순간의 발견이 다른 문화를 만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인과 소나무 배재수, 김은숙, 오삼언, 배수호, 서정욱, 안지영 저자 저 / 22,000원 / 수문출판사 1장 한국인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기원을 찾으며 이 시대 대한민국 사람들은 많은 나무 가운데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조사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1991년부터 2023년까지 32년간 수행된 8번의 수종 선호도 조사에서 2위와 많은 차이를 보이며 소나무가 1순위로 선정되었다.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국민은 경관적 가치를 가장 높게 선정하였으나 전문가는 인문학적 가치를 들었다. 전문가 역시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경관적 가치를 2순위로 선택한 것을 볼 때 소나무의 경관적 가치는 국민과 전문가 모두 소나무를 좋아하는 공통된 인식이었다. 한국인이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①모든 나무 가운데 소나무가 으뜸이라는 유교적 상징성, ②조선 후기 송정으로 대표되는 국가로부터 강제된 소나무의 중요성, ③조선 후기 온돌의 전국적 보급과 가정용 연료재의 과도한 채취로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소나무의 접근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이 책은 연구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1장과 본문 4장, 결론 1장으로 구성되었다. 2장은 조선 후기 현대까지 한국인의 소나무 이용과 인식의 역사적 변천을 다루었다. 특히 1945년 광복과 함께 분단된 현실을 고려하여 북한의 소나무 인식을 보론(補論)으로 함께 다루었다. 3장부터 5장까지는 소나무가 한국인에게 ‘으뜸나무’, ‘중요한 나무’, ‘늘 보는 나무’가 되었던 역사문화적 배경을 다루었다. 마지막 6장은 소나무숲이 쇠퇴하는 자연천이 과정,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등에 취약한 소나무숲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역사ㆍ문화적 관점에서 소나무의 이용과 보전 방안을 모색했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저 / 14,000원 / 창비 탁월한 에세이스트 박연준 시인이 풀어놓는 마음 관찰기
흔한 일상의 소재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우아한 사색
특유의 진솔하고도 우아한 사색이 돋보이는 통찰력과 매력적인 감각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온 박연준이 신작 에세이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창비 에세이& 시리즈로 선보인다. 산문 읽는 즐거움을 독자에게 한가득 안겨주는 탁월한 에세이스트 박연준 시인이 이번에는 그만의 우아한 사색이 담긴 필치로 일상과 맞닿은 ‘마음’을 관찰한다.
총 3부로 구성한 이 책은 달력, 편지, 발레, 풍선, 새벽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하나의 명사에서 시작하여 그 단어에 얽힌 추억과 자신만의 정의를 풀어놓으며 흔하디흔한 매일의 반복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나에게 있던 흔한 것들이 어느새 ‘유일한 것’으로 달라져 있”(추천사 요조)는 독서의 감각을 선사하는 이 글들은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며 더께가 내려앉아 소란하고도 혼탁해진 마음을 맑게 정화하며 독자에게 질문 하나를 남겨놓을 것이다. 나의 마음은, 또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냐고. 마음에 밑줄을 긋는 이 산뜻하고도 사려깊은 에세이는 읽는 이의 일상을 다정하게 마중하며 “존재하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어가며」)들에 대한 특별함을 찾게 한다.
마음을 돌보려는 사람은 일상을 돌보아야 한다"당신의 기적을 당신이 찾기에도 좋을 때지요" 1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에는 ‘새벽’부터 ‘적산가옥’까지 아홉개 명사에 얽힌 추억과 사유를 담았다. 그중 ‘고양이’ 관찰기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에고이스트」는 박연준 산문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글이다. “상자는 고양이의 외투다. 몸에 맞아 아늑하다면 벗으려 하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서로 다른 명사를 연결하는 명랑한 상상력에 웃음을 짓게 하고, “고양이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지금’이라는 기나긴 생에 화답한다”와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이 짧은 글에 담긴 깊이를 가늠하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시인의 반려고양이 ‘당주’와의 생활을 담은 귀여운 에피소드는 그 덤이다. ‘마음’에 대한 글 「혼탁한 마음 관찰기」에는 “조금만 돌보지 않아도 안팎을 할퀴어놓고 여기저기 흠집을” 내는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시인만의 방법이 담겼다. 한때 자신은 “마음을 보려고 돋보기를 사는 사람처럼 어리석었”으나 “마음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솔직하게 쓰다보면 마음과 몸 둘 다를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직시하며 일상을 돌볼 수 있을 때 뻣뻣하게 굳은 몸과 마음도 부드럽게 풀릴 수 있다. 2부 ‘마음을 마중하는 사람’에는 타자에 대한 좀더 내밀한 이야기가 모였다. ‘선물’에 대한 글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과 ‘편지’에 대한 글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은 엄마에게 편지를 받는 아이이고 싶었으나 “엄마의 편지는커녕 그냥 ‘엄마’를 갖는 일도 요원해 보이던” 어린 시절을 무엇으로 보듬으며 성장했는지 그 귀한 깨달음을 풀어놓는다. 타인에게 받아온 조건 없는 호의가 선물처럼 주어졌고, 그들이 보내준 편지에 담긴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음을 보내려는 이의 의지”는 시인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한편, 시인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과 그가 숨을 거두기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시간이 두려워서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잠만 주무시던 아버지와 그런 그의 등을 “외웠다”라고 고백하는 「나는 그의 등을 외웠다」는 ‘달력’을 통해 아버지와의 일화를 끄집어내는 글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달력을 보며 “자명하고 야멸차다. (…) 하루가 ‘하루’이리라는 약속, (…) 그 속에서 우리는 먹고 자고 일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외롭다”라는 서늘한 발견을 하기도 한다. 3부 ‘작은 마음의 책’에는 책과 언어, 문학에 대한 글을 묶었다. 이 책에 배치된 순서대로, 말하고(「귀가 싫어하는 말」) 듣는(「귀가 사랑하는 말」) 일을 거쳐 상상(「이런 상상은 불온한가?」)과 질문(「하루치 질문」)에 이르는 이 일련의 과정은 지금까지 박연준이 펼쳐온 문학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그 시작을 목도하게 한다. 또한, 대학 시절 시와 인생을 가르쳐주었던 은사 김사인 시인에 대한 글 「아름다운 시절이 떠내려가는 속도」는 “암울했던 20대 시절 내 행운은 그를 만난 것, 그에게 시를 배운 것”이라는 문장에 실린 무게만큼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은사에게 쓰는 편지 뒤에 꼬박꼬박 ‘made in 김사인’이라고 붙였다던 에피소드는 웃음을 주는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는 그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당신에게서 내게 건너온 마음들. 그건 힘들 때 바라보고 싶은 작은 화단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다락방에서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 창비 연재플랫폼 ‘스위치’에 연재되었다. 시초는 ‘다락방’이라는 공간이었다. 높고 깊고 아득해 세상과 떨어진 채 무엇이든 굽어볼 수 있는 아늑한 장소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시인은 이 글들을 써냈다. 하여 시인은 서두를 이렇게 뗀다. “고양이에게 ‘높이’라는 숨숨집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이제는 사라진 공간 다락에서 시인은 자연스럽게 낡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사색한다. 그 사색은 결국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 추억 속에 존재했던 ‘당신’들의 환대를 오래 들여다보게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발견하는 일. 글을 쓰면 직시하게 되고 직시하면 치유된다던 문장은 이렇게 한권의 책이 되었다. 이제 다음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발견할 차례다. 힘들 때 바라보고 싶은 작은 화단이 되어줄 그 귀한 마음을 말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이헌주 저 / 18,500원 / 갈매나무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일로 바뀌는 ‘티핑 포인트’부터 뜻밖의 사건을 기회로 바꾸는 ‘터닝 포인트’까지 인생에서 반드시 만날 ‘계획된 우연’을 놓치지 않는 법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은 뭘까?’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내 적성에 맞을까?’ ‘더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한참 진로를 고민할 청소년부터 이미 사회에 뛰어든 직장인까지,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일’에 관해 고민한다.
이 책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의 저자 이헌주(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연구교수)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상담 전문가로서 사람들의 이러한 고민을 수없이 다뤄왔으며, 이 과정에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튜브에서 진로 관련 영상으로 9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던 저자는, 상담실을 넘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 안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방법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왜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걸까? 외부의 평가 혹은 전망에 의존해 진로를 정하면 삶의 방향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기술 발전으로 격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할, 또는 쇠퇴할 직업들의 전망을 접하다 보면 불안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불안과 좌절을 견디고, 붙잡은 일을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좋아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내적 만족이다. 물론 어떤 일을 좋아하기만 해서야 직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연관된 환경 및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계속하다 보면 뜻밖의 기회를 잡을 확률이 늘어난다. 만일 꾸준히 노력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까지 쌓인 상태라면 이 기회는 인생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진로상담학자 존 크럼볼츠는 이처럼 유리한 기회가 찾아올 환경을 조성하고, 또 그 기회를 붙잡는 과정을 일컬어 ‘계획된 우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계획된 우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자기실현의 가장 중요한 열쇠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들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먼저 1장과 2장에서는 격변하는 직업 사회에서 나의 방향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인 ‘고유성’에 관해 알아보고, 이 ‘고유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좋아하는 것’의 특징을 ‘가치’의 관점에서 알아본다. 이어서 3장에서는 ‘일곱 가지 질문’과 ‘가치 형용사 찾기 테스트’로 이루어진 워크북을 통해 나의 흥미와 강점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책에 마련된 메모 지면을 활용하여, 독자가 직접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 적어보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존 크럼볼츠가 제시한 ‘계획된 우연’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직업적 성장과 성취를 거두게 해줄 5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감춰진 ‘원석’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석준 (아나운서,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저자) 당신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까 ‘잘하는 것’을 할까? 최근 모든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것을 택하는 청년이 크게 늘었다는 기사가 소개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 중에선 이직 준비 중간에 잠시 휴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삶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진 청년들이 점점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현대에 유독 도드라질까? 그 이유 중 하나는 현대 사회가 너무나 빨리 변화해서, 그 변동의 시류에 휩쓸리다 보면 인생의 방향성을 잃기 쉽다는 데 있다. 특히 혁신적인 AI 기술 발달로 수많은 사무직 및 전문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직업 선택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SNS 활성화로 인터넷 안에서 다른 사람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재능이 넘치는 사람, 어린 나이에 직업적 성공을 거둔 사람, 부유한 사람의 생활과 내 생활을 비교하다 보면 스스로가 보잘것없게 느껴지기 쉽다. 이런 시대에 인생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신 안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창조성’이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에게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창조성이 있고, 그 창조성으로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낼 힘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경험’의 총합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내게 일어난 사건과 내가 세상을 해석한 내용의 총합이므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책에서는 이 ‘고유성’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비유하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절대로 놓치면 안 될 단 하나의 준비물이라고 일컫는다. 당신이 쥔 키는 ‘주체성’입니다. 주체성이란 자신의 두 손으로 키를 움직이려는 의지죠. 나침반은 ‘고유성’입니다. 당신이 자신만의 항해에서 마땅히 가야 할 방향성이고요. 이 키와 나침반은 모두 당신 안에 있습니다. (47쪽) 그렇다면 이 내면의 ‘나침반’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책은 나침반의 두 축을 이루는 요소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꼽는다. 그리고 이 중 우리는 철저하게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바로‘잘하는 것’이란 외부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축이기 때문에, 앞서 보았듯 변동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흔들림 없는 지침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이란 나 혼자 그렇게 평해서가 아닌 남들에게 객관적으로 ‘잘한다’라는 평가를 얻어야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천재적인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 세간의 평가는 싸늘하기 마련이며, 조금 재능을 보인다 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의욕이 꺾이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외적 반응에 의존해서는 약간의 어려움만 닥쳐도 금세 포기하게 되곤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이란 나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서, 외부 평가에 상관없이 지속 가능한 힘이 있다. 오히려 외부에서 아무리 압박을 가한다 한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기란 힘들 때가 많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것’이란 우리가 진정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아무 대가 없이도 하고 있으면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흔들리는 사회적 상황 안에서도 굳건하게 내 삶의 길을 나아갈 수 있다. 가치, 강점, 경험을 토대로 내 안의 탁월함을 발견하는 자기실현 연습 노트 과거, 현재, 미래를 탐색하는 7가지 질문과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5가지 가치 유형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면 행복하고 성취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니, 간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현실적 요구를 맞춰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가치를 깊이 있게 탐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때 ‘좋아하는 것’이 가진 네 가지 특성을 알면 그 특성을 이정표 삼아 나의 흥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네 가지 특성이란 지속적 관심·좋아하는 느낌·끌리는 방향성·행동이다. 즉 ‘좋아하는 것’이란 우리가 계속해서 잔잔하게나마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 즐거운 느낌이 들며, 나도 모르게 그것을 향해 끌리게 되고, 어떤 식으로든 그것과 관련된 행동을 하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내가 어떤 특정 행동에 흥미가 있다고 해서, 그 특정 행동이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2장에서 등장하는 대학생 D의 사례는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 부모님 손에 이끌려 상담실을 찾은 D는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로 좋아했던 것은 게임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전략을 세우고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느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성향과 학창 시절 방송부에서 즐겁게 활동했던 경험을 종합하여, PD가 되겠다는 꿈을 세우고 관련 학과로의 전과를 준비한다. 이처럼 자신이 표면적으로 ‘좋아한다’라고 느꼈던 활동은 사실 그 활동 안에 숨은 어떠한 요소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선 자신의 경험, 정서, 가치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이면의 의미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계속 관심이 쏠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느끼고, 늘 마력처럼 끌리고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움직이게 만드는 활동. 마치 첫사랑과 같은 설렘과 열정으로, 그것과 함께 있으면 자신이 마치 새롭게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 모든 것이 모인 곳에 당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일이 있습니다. (108쪽) ‘좋아하는 것’을 찾는 내적 모험을 하고 싶다고 해도, 상담실에 찾아가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실제 커리어 코칭을 진행할 때 활용하는 질문과 테스트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일곱 가지 질문’은, 각각 꿈·빛났던 순간·즐거움·미래·자신·소중한 사람·가치라는 주제로 우리의 과거·현재·미래를 면밀하게 탐색하도록 돕는다. 먼저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즐겁고 보람차게 무언가를 한 경험을 떠올리며 내가 오래전부터 진정으로 좋아하고 끌렸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짚은 후,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 무엇일지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과거와 현재에 관한 질문을 숙고한다면, 내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실현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답할 때, 가볍게 한 번 답하기보다는 약 100일 정도의 시간을 들여 거듭해서 곱씹고 답해보기를 권한다. 그 정도로 깊이 내면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나 자신도 잊고 있던 나의 모습과 기억이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일곱 주제는 모두 나와 나의 흥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특히 마지막 주제인 ‘가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치란 우리 경험의 근저에 있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란 결국 우리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란 뜻이다. 그래서 책에는 일곱 가지 질문에 답해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찾아볼 수 있는 ‘가치 찾기 워크북’을 추가로 실었다. 20문항으로 이루어진 ‘가치 형용사 찾기 테스트’를 마치면 다섯 가지 가치 범주(독립적인·온화한·책임감 있는·친밀한·창의적인) 중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가치 범주를 알아낼 수 있다. ‘가치’란 당신이 열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신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강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당신이 가진 훌륭한 강점이 됩니다. (169쪽) ‘가치’는 나의 고유성과 지향점에 가장 밀접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떠한 가치를 소중히 하느냐는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치란 나의 가장 훌륭한 강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앞에서 이야기했듯, 가치란 내가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할 수 없는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의 ‘강점’과 ‘좋아하는 것’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강점’, 즉 ‘잘하는 것’ 역시 우리가 ‘좋아하는 것’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도토리가 상수리나무로 자라나듯이, 나의 소소한 강점을 빛나는 탁월함으로 성장시켜 줄 ‘계획된 우연’을 만나다 물론 ‘좋아하는 것’ 모두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잘하는 것’이란 외부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잘한다’라고 평가받았을 때 비로소 인정받는 요소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좋아하는 것’안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는 것’이란 아직 발현되지는 않았으나 배움과 경험을 통해 빛나는 ‘탁월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 일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활동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먼저 지금까지의 활동으로 파악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노트 왼편에 적은 후, 이를 일상 속에서 작게나마 하나하나 실현해 본다. 그리고 그 중 미세하게라도 ‘탁월함’의 씨앗이 보이는 일을 노트 오른편에 적는다.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칭찬이든, 스스로 받은 느낌이든 단서는 얼마든지 있다. 노트 오른편에 적힌 것이 바로 내가‘잘할 수 있는 것’의 목록이다.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별개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 많은 흥미 중에서 단순한 취미나 여가활동을 넘어 좀 더 탁월해질 싹이 보이는 가능성을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211쪽) 유의할 점은 ‘잘할 수 있는 것’이란 아직 가능성의 영역이지 실제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분야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게 잘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해당 분야를 배우고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한다. 따라서 저자는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당장 직장을 그만두기보다는, 일단 생활을 유지할 방법을 마련한 후, 정말 하고 싶은 일에서 실력을 쌓을 시간을 확보하기를 권한다. 최근 유행하는 ‘부캐’ 만들기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매일 퇴근 후 일정한 시간을 내어 조금씩 내가 원하는 분야를 학습하고 실행해 보자. 꾸준히 실력을 축적하다 보면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을 폭발시킬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기실현’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진로상담 분야의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는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존 크럼볼츠는 이런 순간을 ‘계획된 우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여러 진로상담학자가 직업인을 상대로 시행한 인터뷰 결과, 적성에 따라 기획한 대로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의외로 극히 드물었으며 대다수 직업인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둔 사람들 역시 우연한 기회로 그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할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이들은 그 ‘우연한 기회’를 ‘계획’했고, 삶의 ‘터닝 포인트’로 만들 줄 알았기 때문이다. 우연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원하는 일과 가까운 환경을 많이 경험하면서 좋은 기회가 올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나의 역량이 충분히 준비된 상태라면 그 우연은 인생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된다. 이것이 바로 ‘계획된 우연’ 이다. 실제로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 또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 역시 우연한 기회로 그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그저 ‘우연한 기회’로 오른 자리에서 그토록 높은 성취와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그 우연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236쪽) 크럼볼츠는 이 ‘계획된 우연’을 만들어내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호기심·지속성·유연성·낙관성·위험을 무릅쓰기를 제시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 있는 일에 관련된 환경과 사람을 자주 접하다 보면 좋은 기회를 만날 가능성이 커지며, 여기에 그 일을 ‘지속해서’ 꾸준히 연습해 왔다면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할 역량도 갖추어졌을 것이다. 또 어떤 특정 분야에 집착하기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흥미가 생기는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 그만큼 나의 세계를 넓힐 수 있다. 좌절과 고난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줄 ‘낙관성’ 역시 빠지면 안 될 요소다. 마지막 ‘위험을 무릅쓰기’는 정말 원하는 일을 시작하는 첫걸음을 뗄 때 특히 중요한데, 무언가를 실행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껏 감춰뒀던 재능을 선보였을 때 아무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 가능성이 있던 사람에서 실패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극복하게 해주는 건 단호한 용기다. 도토리는 손으로도 한 움큼을 그러쥘 수 있을 만큼 작다. 하지만 그 도토리가 땅에 묻혀 따듯한 햇볕을 쬐기도 하고 온갖 비바람을 견디기도 하는 시간을 거치면,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상수리나무로 변한다. 이처럼 우리의 가능성 역시 아직은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깊은 학습의 시간과 충분한 경험, 그리고 나를 실현할 기회인 ‘계획된 우연’을 거치면 눈부신 탁월함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이 우리 안의 가능성의 열쇠인 ‘좋아하는 것’을 찾고, 스스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일구어갈 지침서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시는 살아 있다 성민엽 저 / 18,000원 / 문학과지성사 읽고 쓰는 모두와 공명하며
생동하는 이야기로 거듭나는 중국 현대시
중국 현대시의 환한 길잡이 성민엽이 풀어내는 서른다섯 가지 시 이야기 서울대학교 중문과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 성민엽의 『시는 살아 있다-성민엽의 중국 시 이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채널 〈성민엽의 문학 이야기〉를 개설하여 2021년 12월부터 꾸준히 다양한 중국의 현대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해당 채널에 업로드한 글 중 서른다섯 편을 가려내고 다듬어 이번 책을 구성하였다.
성민엽은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평단에 등장한 이래 한국 문단의 비판적 성찰자 역할을 수행해온 문학평론가이고,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토대로 한국 독자와 중국 문학 사이를 교량처럼 이어온 번역가이며, 중국 전반에 대한 너르고 방대한 지식과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학문적 지평을 넓혀온 중국 문학 연구자이다. 또한 이토록 다채로운 행보의 기저에는 문학이라는 영토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선 적극적인 독자로서의 열정이 짙게 깔려 있다. 문학평론가, 번역가, 연구자 그리고 독자. 이 네 가지 층위의 시선으로 저자는 중국 현대시의 사면을 오롯하게 바라본다. 『시는 살아 있다-성민엽의 중국 시 이야기』는 ‘백화시(白話詩, 문어인 한문이 아니라 구어인 중국어로 쓴 시)’와 ‘신시(新詩, 구시 또는 구체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등장한 현대시)’를 발표하며 중국 현대시의 포문을 연 후스(胡適)부터 최근 중국 시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특한 개성의 위슈화(余秀華)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 시인 스물네 명의 대표작들을 폭넓게 아우른다. 이때 저자는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섣부른 해석을 내리는 대신 어법적 차원부터 밀도 높게 파악해나가며 작품을 음미한다. 운율은 물론 구두점, 띄어쓰기, 단어가 배치되는 위치까지 가능한 한 원문 그대로 재현해 우리말로 옮김으로써 번역과 해석이 단순하고 상투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텍스트의 미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른 언어권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곁들이거나 함께 감상해봄 직한 시청각 자료를 QR 코드로 삽입하는 등 풍성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주관을 절제하고 텍스트에 집중하는 차근한 해석과 오류 가능성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부단한 성찰로 꾸려진 성민엽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중국 현대시와의 공명을 시작한다.
충실하고 섬세한 감각과
마음을 연결하는 맞울림을 통과하며시는 아름답게 살아 숨 쉰다 서문(「살아 있는 시, 살아나는 시」)에서 전공이 현대 중국 문학이기 때문에 중국의 현대시를 주로 다루게 되었을 뿐 시 자체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저자답게, 성민엽은 『시는 살아 있다-성민엽의 중국 시 이야기』에서 각 작품을 찬찬하고 진득하게 읽어 내려가려는 태도를 견지한다. 통사 구조, 행과 연의 배치, 어휘와 음절의 뉘앙스, 반복과 변주의 리듬, 시적 장면의 구성 등을 꼼꼼하게 짚어나가며 시의 형태를 치밀하게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시적 화자와 눈높이와 보폭을 맞추고 현실과 상상, 전통과 파격, 명료와 모호로 이루어진 시 세계를 둘러본다. 현학적인 해석과 거리를 두고 텍스트를 극진하게 살피려는 저자의 노력 덕에 독자는 낯선 외국의 문학이라는 장벽을 가뿐히 넘어 그 묘미에 한껏 빠지게 된다. 외재적 맥락에 지나치게 치우친 해석이 온전한 읽기가 될 수 없다면, 그러한 맥락을 아예 떼어놓는 해석 또한 온전한 읽기가 아닐 터. 저자는 내재적인 해석에 초점을 맞추되 필요에 따라 중국의 사회적ㆍ문화적ㆍ정치적ㆍ역사적 배경이나 시인의 일화 등을 끌어와 적절히 시의 외연을 감싸기도 한다. 작품이 취하고 있는 형식과 그에 깃든 의미가 중국 문학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 시인이 남긴 삶의 궤적을 톺아보며 작품마다 숨어 있는 비화를 들여다본다. 문학적 도전과 진실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20~21세기 중국 시인들의 시편들은, 또 그 시편들의 가치를 환하게 밝혀주는 성민엽의 시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켜 서로를 가까이 끌어당기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다. “평범한 사람의 마음에도 시가 없을 수 없으니, 시인이 시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를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 자신에게도 시인의 시가 있는 것이”(서문 「살아 있는 시, 살아나는 시」, p. 5)라는 루쉰(魯迅)의 말처럼, 독자는 두 겹의 맞울림을 거쳐 중국 현대시의 아름다운 숨결을 담뿍 느끼고, 그와 함께 호흡하며 자신만의 시를 품게 될 것이다.
레지스탕스 이우 저 / 19,000원 / 몽상가들 tvN 〈벌거벗은 세계사〉 ‘레지스탕스’ 편 출연 작가,
소설가 이우의 장편소설!
헤세의 『데미안』은 이제 너무 낡고 지쳤다. 나를 찾기 위한 새로운 저항을 제시하다. 일진, 학교폭력, 입시제도, 기성세대, 전통과 규율 우리는 실존하기 위해 이 모든 것에 저항하기로 했다! 열여덟 살의 민재와 기윤은 각각 시인과 화가를 꿈꾼다. 부단하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지만, 세상은 그들의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는 일진으로 불리는 강자들의 폭력과 괴롭힘으로 얼룩져 있고, 학생부에서는 규율과 전통을 명분으로 온갖 부조리를 만들어 학생들의 자유를 빼앗는다. 부모님은 그들의 꿈을 허튼 것으로 여기며 입시에만 매진하게 한다. 그들은 세상에 저항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마침내 지하조직 레지스탕스를 결성한다. 이제 레지스탕스는 일진들의 강압적인 폭력과 학교의 부조리한 전통, 그리고 세상의 확고한 가치관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과연 레지스탕스는 투쟁을 통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쟁취할 수 있을까.
세상의 규칙과 강자들의 논리, 그리고 온갖 의무 목록 속에서 시인과 화가를 꿈꾸는 민재와 기윤은 세상에 저항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들은 자신들을 억누르는 학교 폭력과 학교의 전통과 규율, 그리고 부모님에 저항하기 위해 지하 조직 레지스탕스를 결성한다 과연 레지스탕스는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워 진정한 자기 자신을 쟁취할 수 있을까 이우의 장편소설 『레지스탕스』는 현대 사회의 억압과 갈등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스물아홉 살의 기윤의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화가로서의 큰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전시회의 실패와 평범하게 살 것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압박, 그리고 친구들의 냉대 속에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다. 삶이 이렇게 무너졌는데도 화가를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의 가치에 눈 돌린 채 화가로 산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삶의 궁지에 몰린 그는 문득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학창 시절 두 친구를 만난다. 첫 번째 친구는 상민으로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의 우두머리이다. 그는 사회적인 성취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학교 내에서 권력을 통해 자신의 이권을 쟁취하며 물질적 성취와 각종 이권을 쟁취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휘두른다. 동급생들의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 된 그는 기윤에게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한다. 바로 같은 나이키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었다. 기윤은 상민의 무리와 어울리며 비행을 시작하지만, 결국 상민의 무리에게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기윤은 권력의 부조리와 잔혹함을 깨닫게 된다. 반면, 민재는 모범적인 친구로 내적 성취와 자기 성찰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문학적인 투쟁을 통해 시인이 되기를 절실하게 꿈꾸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건 사회적인 성취보다는 내적인 성장이다. 민재는 상민과 상반되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그에게 깊은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친해지기 위해 같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통해 민재외 친구가 된 기윤은 그의 신념과 철학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민재는 기윤이 상민과 그의 조직으로부터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윤은 무력한 피해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키고자 한다. 기윤과 민재의 저항은 경찰과 학교와 부모님까지 얽히게 된다. 마침내 상민의 무리는 학교에서 축출된다. 폭력과의 전면전에서 승리를 거둔 그들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저항해야만 한다고 결론 내린다. 그들은 이제 학교의 억압적 규율에 도전하기 위해 지하조직 레지스탕스를 창설한다. 학교의 강압적인 두발과 복장 단속, 그리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계승되는 부조리들을 철폐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투쟁은 민재의 문학적 역량으로 마침내 그 목적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정작 자신들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민재는 예술적 반항을 도모한다. 바로 연극 「루멘」을 통해 자신의 반항의 메시지와 자기실현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승화시킨 의지대로 살기 위해 보란 듯이 합격한 의과대학의 진학을 포기한다. 대신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기 위해 기나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기윤은 그런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제자리에 남게 된다. 기윤은 예술적 반항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민재를 보고 큰 울림을 받게 된다. 민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과연 기나긴 모험을 떠난 민재는 어떻게 됐을까, 화가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기윤의 여정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레지스탕스가 된 기윤과 민재, 어린 두 친구의 이야기는 숭고한 삶의 의미와 진정한 자기실현에 대한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이 울림은 우리가 오늘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독자들은 치기 어린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의 실존적 고민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 박승민 저 / 10,000원 / 창비 “먼 우주의 시간 속에는 이 세상 헛되고 헛된 일 없다는 것을
아침마다 돌아오는 햇볕이 부연하고 있지 않는가”
모든 사라지는 존재에게 전하는 묵묵하고도 결연한 위로 생의 끝, 허무의 바닥에서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이야기 등단 이후 한결같은 시심(詩心)을 견지하며 슬픔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강직한 시세계를 다져온 박승민 시인의 네번째 시집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가 창비시선 508번으로 출간되었다. “생태 난민의 만가(輓歌)”(정지창, 해설)로서 절창을 보여준 『끝은 끝으로 이어진』(창비 2020)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삶과 죽음의 문제에 끈질기게 천착해온 시인은 이번에도 그 원숙한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나아가 물질문명의 폐해와 인간의 폭력을 날카롭게 묘파하는 시편들은 생태 위기의 심각성과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운다. 신미나 시인은 “삶이라는 ‘반복’을 견디는 도저한 믿음에 바치는 격려”(추천사)라고 적었다. 삶과 시를 대하는 시인의 진실한 마음과 진지하면서 겸허한 태도가 깊이 와닿는 이번 시집은, 시인이 허무의 골짜기 위로 쌓아 올린 견고한 교량이자 생태의 회복을 간절히 염원하는 기도서이다.
허무를 향한 깊은 응시가 길어낸 굳은 깨달음과 의지“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 박승민 시인은 죽음의 문제에 유독 관심이 깊다. 시인에게 죽음은 단지 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만물은 짧은 순간만을 존재하다가 사라지며 좌절과 실패는 필멸하는 존재들의 숙명이다. 시인의 노래는 그 허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라짐은 무(無)의 시간 속으로 소멸하여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의 사슬로 이어져 다시 태어난다. 전작 시집에서 이미 “끝은 끝으로 이어진 세계의 연속”이며 “존재는 늘 새로운 형식으로 우주의 일부로 다시 드러난다”(「끝은 끝으로 이어진」)는 통찰을 보여주었듯,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죽음은 단지 삶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깨달음을 되새긴다. 시인에게 죽음이란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것이면서 “새로운 형태가 되는”(「하여간, 어디에선가」) 것이다. 죽음의 문제에 대한 시인의 인식은 더욱 깊고 견고해졌다. “인간의 눈을 포기할 때 세계는 얼마나 광활한가 위험보다는 위대함에 가까운가” 시인은 예민한 시선으로 물질문명의 폐해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을 주시한다. 인간의 눈이 아니라 사물의 눈으로 “자연이라는 순환의 고리에 뚫린 커다란 허방”과 “구(球) 안에 갇힌 세상”(추천사)의 살풍경을 직시하면서 “이 산의 심장과 저 산의 식도를 뚫어 직선 터널을 놓고부터”(「길」) 발생된 생태계의 변화를 이미 감지해낸다. “맨드라미 씨 같은 날벌레들”과 “까마귀만 한 붉은 나방들”(「어느 마을을 지나는데」)이 출몰하고, “강물과 산자락은 생산 라인으로 끌려 들어”(「새로운 신(神)」)가고, 돼지와 닭과 오리와 소를 떼로 파묻었던 자리에는 급기야 “인간들이 묻히기 시작”(「매장」)한다. 시인은 “인간이 전기톱을 끌 때”(「소멸의 집」)만이 비로소 폐허화된 땅에 “새순을 일으키는 따스운 봄의 홍조”(「틀니」)가 생기롭게 흘러들 것임을 예고한다. “자꾸 오작동하는 몸”으로 “가망 없는 생”을 살아가다보면 문득 “살고 있다는 생각도 살았다는 기억도 희미”(「이동하는, 끝없는」)해진다. 더 나은 세상을 이루고자 한때 혁명을 꿈꾸었으나 “혁명은 이제 책 속에나 있고”, 절망과 고통의 세월을 버텨나갈 “견딜힘이 달리니” “이젠 남들처럼 살아보면 안 될까”(「입춘」)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암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밥그릇 속에 네명의 죽음을 꿰매버린” “자본의 강철 같은 맨얼굴”(「만이천오백칠십팔일」)도 똑똑히 기억해둔다. 그런가 하면 “아우슈비츠의 자식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하며 “아우슈비츠가 또다른 아우슈비츠”(「아우슈비츠」)를 만드는 아이러니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자본주의의 폭력을 증언하고, 전쟁과 기후 위기와 기아 등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은 재앙의 현장을 기록해나가며 고통을 함께하고자 한다. 슬픔과 원망의 바다를 건너 끝내 돌아올 아침으로 향하는 굳건한 발걸음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항복연립」)라는 물음은 더이상 해를 볼 수 없는 현실을 사는 이가 던지는 무기력한 탄식처럼 들린다. 실제로 그것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슬픈 기형”(「구절, 초가 하루에도 몇 번씩」)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이가 던지는 낮은 비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물음에는 한줌의 믿음 역시 남아 있다. 당장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어디선가는 해 뜨는 아침이 반복되고 있을 것이란 굳건한 믿음이다. 죽음마저도 생을 완전한 허무에 가둘 수 없듯 “먼 우주의 시간 속에는 이 세상 헛되고 헛된 일 없다는”(「헛됨이 오만년이라면」) 깨달음을 손에 쥐고 시인은 허망한 세상을 통과한다. 그렇게 “난폭한 광야”를 지나 “슬픔과 원망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는 “오래된 지혜의 이삭들”(「헛됨이 오만년이라면」)이 희망의 빛으로 반짝이는 상생과 조화의 숲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숲 그늘 아래서 시인은 견실한 시정신을 벼리어 ‘좋은 시’를 넘어서서 이 시대에 ‘필요한 시’를 꾸준히 써나갈 것이다.
사교육없이 우리아이 영어천재 만들기
오재영 저 / 19,000원 / 혼공책들 “집에서 ‘엄빠표영어’로 우리 아이 영어 잘하게 만드는 방법”
“내아이에 맞는 영어(그림)책 고르고 읽어 주는 법/읽게 하는 법”
“영어 영상물을 영어교육에 활용하는 노하우” 영어유치원/학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엄빠표영어’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 사교육의 폐해가 심각하다. 영어유치원에 가기 위해 ‘4세 고시’라는 걸 보는 아이들이 있다니…..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쓴 책이다. 보통 아빠와 엄마가 바로 집에서 시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유튜브 등의 영어 영상물과 앱을 영어노출에 활용하는 법, 아이의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영어책을 어떻게 고르고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집을 아이 영어습득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만들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부록에서는 연령대를 미취학 아동, 초등 12학년, 초등34학년으로 나누어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 121개를 소개한다. 영어를 좋아하면서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사교육 없이도 얼마든지 아이를 영어천재로 키울 수 있다. 이제 평범한 엄마아빠가 온라인 무료자료들만 적절하게 활용해도 아이가 영어를 잘 하게 도와줄 수 있다. 더 이상 비용이 많이 드는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어진 시대가 온 것이다. 엄빠가 신경 써주면 얼마든지 집에 훌륭한 영어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에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영어교육 이론설명 같은 건 없다. 알짜정보를 모은 책. 바쁜 엄빠들이 검색하는 수고도 덜어줄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어떤 영상들이 도움이 될지 저자가 고민하고 연구해서 골라 담았다. 또한 연령별 책 리스트, 아이의 연령과 수준에 맞는 책 골라주는 법, 엄빠가 읽어 줄 수 있는 영어 그림책 종류, 영어 책의 종류별 이용법, 영어 그림책 읽어 주는 법, 연령별로 시청하면 좋을 유튜브 채널 리스트, 아이 영어노출에 이용하기 좋은 앱 리스트 등도 포함했다. 이미 충분히 검증된 것들이므로 안심하고 이용하면 된다. 본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연령대별 ‘엄빠표영어’하는 구체적인 요령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0세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를 위한 영어 노출방법을 설명한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엄빠표 영어 활동들, 아이에게 읽어주기 좋은 영어 그림책 리스트, 영어책 읽기를 거부할 때의 대처법,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영어동요 채널 등을 포함했다. 4장에서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엄빠표영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초등 고학년에게 바람직한 영어 습득방식, 책과 영상을 골라주는 요령, 아웃풋(발화)을 유도하는 법 등을 일러준다. 저자는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평범한 엄마아빠들도 바로 따라할 수 있게, 좋은 책과 영상물, 챗지피티, 앱 같은 자원들을 영어교육에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아이에게 맞는 자료를 정성껏 골라 접하게 해주면, 힘들게 영어공부 시키지 않아도, 아이의 귀와 입이 뚫리는 것을 보게 되실 게다.”라며 “이렇게 부모와 상호작용하며, 매일 조금씩 쌓인 루틴은 아이들이 평생 영어를 즐겁게 연마하고 써먹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비판적 에코페미니즘
그레타 가드 저 / 김현미, 노고운, 박혜영, 이윤숙, 황선애 역 / 25,000원 / 창비 기후위기 시대의 페미니즘은 더욱 비판적이어야 한다!
최신 이론을 반영한 새로운 에코페미니즘 교과서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에코페미니즘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평가받는 그레타 가드(Greta Gaard)의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이 출간되었다. 생태문학 비평의 권위자이자 미국 녹색당 소속 운동가로서 정의로운 체제전환을 위해 노력해온 가드는 이 책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에코페미니즘의 이론적·실천적 차원을 새롭게 종합한다. 기존의 에코페미니즘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변혁 지향의 페미니즘’이었다면, 가드는 ‘다르게 질문하기’라는 페미니즘 전략과 철학자 발 플럼우드(Val Plumwood)의 ‘관계적 자아’ 개념을 활용해 서로의 신체를 횡단하는 소통의 경험과 돌봄을 지향하는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을 전개한다. “놀라운 깊이의 이론과 증거로 뒷받침된 경이로운 책”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풍부한 참고자료와 사례연구도 담았다.
담론의 최전선에서 다시 돌아보는 에코페미니즘지난 30년간 한국에는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의 『에코페미니즘』(개정판 창비 2020) 이후 주목할 만한 에코페미니즘 이론서가 드물었다.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앞으로 이 분야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본격적인 저술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현미(『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지은이) 노고운(『세계 끝의 버섯』 옮긴이) 등 학계와 현장에서 두루 신뢰받는 연구자 5인의 정확하고 명쾌한 번역으로 만나는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교차성, 퀴어에로티시즘,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등 기후위기 이후 변화한 사회과학과 페미니즘의 최신 패러다임을 반영했으며 동물권과 비거니즘, 퀴어, 반자본주의 등 시의성 있고 논쟁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어 새로운 에코페미니즘 연구와 실천에 도움이 될 지도를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와 활동가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뿐 아니라 창작자와 일반 독자를 위한 새로운 시대의 에코페미니즘 교과서로서 기후위기 시대를 돌파할 영감을 줄 것이다. 모든 지구타자들을 ‘관계적 자아’로 바라보자는 제안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운동과 사회과학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관계성에 주목하는 그레타 가드는 이에 발맞춰 기존 에코페미니즘 논의를 비판적으로 전유하고 급진적으로 확장한다.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호주의 페미니즘 철학자 발 플럼우드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 즉 ‘지구타자’를 ‘관계적 자아’로 보자고 제안하며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관계적 자아란 지구타자들이 서로의 신체를 먹고 먹히면서 몸성으로 얽힌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공기와 물, 흙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구성 물질이 서로의 신체를 횡단하며 관계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플럼우드의 관점은 지구타자들이 각자의 행위자성, 소통능력, 의도성을 가지고 서로의 삶을 공동 구성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인간이 자연에 일방적인 지배력을 행사해온 현실을 간파하는 데 유용하다. 나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억압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여성과 자연에 가해지는 억압의 원인을 가부장적 자본주의 세계체제로 귀속시킨 마리아 미즈와 반다나 시바의 사회적 에코페미니즘을 효과적으로 갱신한다. 가드는 플럼우드의 이론적 영향 아래에서 교차성과 포스트휴머니즘, 신유물론 페미니즘 논의를 통합해 모든 생물종의 관계와 얽힘을 고려하는 ‘종간정의’(interspecies justice)의 윤리학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생산체제와 인간-자연의 전통적 관계를 의문에 부치고, 기후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해서다. 이렇게 가드는 기존의 에코페미니즘 논의와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리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종합해 에코페미니즘의 계보를 새롭게 정리하고, 그 최전선에서 젠더정의, 기후정의, 퀴어에로티시즘 등 다양한 담론을 아우르고 있는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을 치밀한 사례 분석과 함께 소개한다. ‘다르게 질문하기’라는 전략 전환을 일으키는 에코페미니즘 관점들 서문에서 가드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다르게 질문하기’라는 전략이 왜 중요한지 밝힌다. 예컨대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이를 에너지나 원자재 수급, 경제학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일, 노동시간, 임금 착취의 ‘지속불가능성’을 뒤집어 질문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전략을 적용해 다양한 이슈를 검토한다. 1장 ‘정의롭고 에코페미니즘적인 지속가능성’은 1980년 이후 태동한 지속가능성 담론과 관련 학문의 한계를 보여준다. 당시의 환경정의 운동이 인종과 계급만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관계적 자아 개념에 입각해 비인간 동물, 여성, 퀴어, 원주민, 제3세계 등이 겪는 불평등과 환경 부정의를 해결할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상상해야 함을 주장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중요 토대인 비인간 존재 연구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하는 2장 ‘식물과 동물’에서는 ‘도덕적 베지테리어니즘’이라는 에코페미니즘 관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먹거리로 소비되는 동식물 생물종과의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모든 생태적 존재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돌봄을 최대화할 도덕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3장 ‘젖’에서는 거대한 낙농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뿐 아니라 모유수유의 감소, 소규모 낙농장의 쇠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소들 또한 젖을 먹이는 행위를 통해 심리·사회적 연결을 이룬다는 점을 강조하며 산업화된 낙농시스템 속에서 자행되는 어미소와 송아지의 분리에 대한 비판적 동물연구 접근법을 촉구한다. 4장 ‘불꽃놀이’에서는 군사적 목적으로 발명되어 행사 연출용으로 사용된 불꽃놀이가 어떻게 권력과 권위를 찬양하고 계급주의와 제국주의를 비롯한 자연 지배의 문화적 도구로 사용되었는지 추적한다. 이외에도 불꽃놀이가 초래하는 환경오염, 동물에 끼치는 폐해, 생산과정에서의 아동노예노동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남성중심적 인식틀에서 동물을 희생하며 진행된 우주탐사의 문제점은 5장 ‘우주로 발사된 동물들’에서 거론한다. 우주탐사에 이용된 개, 우주관광을 육성하려는 뉴스페이스 기업들, 반생태적 프로젝트인 바이오스피어Ⅱ 등의 사례는 국가주의, 식민주의, 종차별, 계급주의를 드러내는 남성중심적 기획들이다. 여기서 가드는 반생태적 남성성이 생태주의적 남성성으로 대체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이를 통해 ‘인간 정복자’가 아니라 ‘생태시민’이 되는 길을 전망한다. 6장 ‘기후정의’는 기후변화 현상을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검토한다. 재생산 정의, 종간정의, 젠더정의, 먹거리정의를 포함하는 포괄적 기후정의를 이해할 이론적 틀로서 유물론적 페미니즘, 페미니즘 동물연구, 페미니즘 생태경제학을 제시한다. 7장 ‘클라이파이 서사들’에서는 기술-과학적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다루는 남성 작가들의 기후 SF(cli-fi)가 갖는 한계를 조명하며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 등의 논의가 생략되지 않은 서사를 찾아 분석한다. 교차적 분석을 위해 힙합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사례로 들며 기후운동에 좀더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서사를 요청한다. 8장 ‘기후를 퀴어링하기’에서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반생태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대체하는 생태적 남성성을 탐구한다. 백인·이성애 남성의 우월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선 원주민, 여성, 비인간, 퀴어들의 에로티시즘을 복구해야 한다. 퀴어링은 인간이 관계적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생태정의와 종횡단적(trans-species)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여기에서 가드는 ‘어머니 지구’에서 ‘연인 지구’로 메타포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에코페미니즘의 중요성은 전지구적이다” 전세계 생태시민과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연대를 위하여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최근에 등장한 다양한 개념과 이론, 사례를 두루 섭렵해 이를 비판적으로 재조명하는 책이다. 기존의 에코페미니즘 논의에서 다루지 않은 불꽃놀이나 클라이파이 서사, 우주로 보내진 동물들 등 학문과 예술, 문화적 상상력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도 특별하다. 김현미 노고운 박혜영 이윤숙 황선애 5인으로 구성된 이 책의 번역진은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현장과 학계에서 두루 신뢰를 얻고 있다. 정확하고 명쾌한 번역으로 소개되는 이 책이 앞으로 한국 에코페미니즘 운동과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리라 기대되는 이유다.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기후위기로 절멸의 위험에 처한 인류와 모든 지구 생명체가 종횡단적 돌봄을 하고, 우주개발을 위시한 ‘자본주의 컬트’에서 벗어나 지구를 다시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갈 희망의 사유다. 기후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생태시민의 출현이 절실한 지금,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연대에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미래의 자리
문진영 저 / 김현미, 노고운, 박혜영, 이윤숙, 황선애 역 / 15,000원 / 창비 “내일보다 오늘을 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이 빛을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문진영이 선사하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에 관한 가장 섬세하고 따스한 이야기 『담배 한 개비의 시간』(창비 2010)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줄곧 외지고 그늘진 곳에 드는 조그마한 햇볕과 그 온기를 좇아온 작가 문진영. “단지 삶의 독특한 취향이나 스타일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윤리의 차원”(문학평론가 권희철)에 도달했다는 평과 함께 2021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그가 첫번째 경장편소설 『미래의 자리』를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아홉번째 책으로, 친구 ‘미래’의 죽음이라는 상흔을 공유한 세 인물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애틋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문진영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십대 후반의 인물들을 화자의 자리에 세워둠으로써 개인의 아픔뿐 아니라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적 아픔까지도 짚어 보인다. 특히 미래의 목소리를 빌려 살아남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무감각해져 있던 우리의 마음에 고요한 파문을 일으킨다. 회복과 성장을 기대하는 섣부른 태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흉터를 바라보는 올곧은 시선이 담긴 『미래의 자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깊은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내일이 없는 자리에도 평온한 오늘이 찾아들 수 있음을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안고도 살아갈 수 있음을, 미래가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난 이후, 더는 소설을 쓸 수 없게 된 소설가 지망생 지해와 고통 없는 사랑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자람,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모를 만큼 무감각해진 나래는 하루하루 외줄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일상을 보낸다. 한때 신춘문예 최종심까지 오른 적이 있는 지해는 이제 매일 무기력하게 방에 누워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어느 여자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이 어제 살아본 오늘”일 뿐인 아득한 상황에서 이야기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뭔가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모두 버겁”다고 생각하는 지해에게 오늘은 견뎌야 할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자람은 과거 사고를 당한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지망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고, 이후 가정폭력을 가하기 시작한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첼리스트의 꿈도 포기해야 했다. 그런 자람은 일찌감치 독립한 동생 우람과 번듯한 첼리스트가 된 동기들을 부러워하며 자신에게도 가능했을지 모를 미래를 그려보지만, 어머니를 버릴 순 없다는 생각에 자해까지 해가며 매일을 버틴다. “고통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자문하면서. 미래의 쌍둥이 자매인 나래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신과 달리 세상을 잘 살아가는 듯 보였던 미래를 부러워했다. 동시에 미래는 나래에게 “세상이 다 몰라도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 그런 미래의 죽음은 나래로 하여금 삶을 향한 모든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 뒤로 삶에 대한 회의를 지닌 채 “고치 안에 몸을 숨기는 애벌레처럼” 막을 치고 살게 된 나래. 그런 나래에게 어느 날 지해가 전화를 걸어와 말한다. “……살아주면 안 될까. 내 소원이야.” 한때 미래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 당신에게 애틋하게 건네는 또 한번의 오늘에 대한 믿음 이처럼 내일을 잃어버린 채 오늘마저 위태로이 견디는 이들을 붙드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의 손이다. 자람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지해는 얼결에 작은 음식점에 취직해 일하기 시작하고, 일상의 곳곳에서 마주하는 이들의 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자신을 잡아 이끈 자람의 손, 목가구를 만드는 동료 용이씨의 손. 화분을 가꾸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엄마의 손과 김밥을 마는 자신의 손. 그 손들을 통해 지해는 “뭔가가 선명하게 만져진다는 것”, “자신의 손을 거쳐 몸을 가진 무엇이 만들어진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한번 키보드 위에 손을 얹어본다. 일단은 그저 오늘치의 “한 문장만 나아가자,고 생각”하며. 자람은 자신에게 첼로 레슨을 듣는 민서를 볼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느끼지만, 헛된 기대는 고통만 안겨줄 뿐임을 되뇌며 마음을 접으려 한다. 그럼에도 자꾸만 민서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 자람은 문득 생각한다. 민서와 함께 산책하고 식재료를 사서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의 “매일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다시 한번 ‘매일’을 그려보게 된 자람은 뜻밖에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게 되며 그들이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눈을 감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고 생각하고, 타인과 자신을 고통 없이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살아달라는 지해의 말을 듣고서야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온 나래는 미래의 유품을 살피다 우연히 미래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거기 적힌 일기들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미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미래야. 나는 네가 했던 말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 고요함 속에서 나래는 발톱 끝의 욱신거림이 아주 조그만 심장박동처럼 느껴진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밤들을 이렇게 깨어 있게 될까. 그러나 그 밤들이 아주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나래는 알았다. (216~17면) 소설은 지해, 자람, 나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미래의 일기를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각각의 오늘을 한데 겹쳐 보인다. 그로써 우리는 소설의 프롤로그 격인 0장에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던 미래가 공기방울이 된 친구를 일컬어 “그애가 죽은 게 아니라, 그저 다른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라” 말했듯 미래 역시 다른 형태로 그들의 오늘에 자리하고 있음을, 미래의 자리가 영영 비어버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이야기의 끝에 놓인 미래의 일기는 작중인물들과 읽는 이 모두에게 선명한 희망을 남긴다. 그러면서도 내가 삶을 이리도 아름답게 느낀다는 것은 모순일까. 대단한 모험보다는 소소한 위험들을 함께하면서 그 떨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갖고 싶다. 겁낼 줄도 알고 용기 낼 줄도 아는 사람을. 돌아볼 줄도 알고 내다볼 줄도 아는 사람을. (219면) “상처를 극복하고 얻어낸 성장을 소망하기보다 흉터를 안고 유연하게 휘어지”(이서수, 추천사)면서 살아나가기로 결심한 이들의 이야기는 아픈 데서 느껴지는 욱신거림조차 심장이 뛰고 있다는 증거임을, 잔바람에도 흔들리되 결코 끊어지지는 않는 버드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음을, 마침내 내일이 없는 자리에도 평온한 오늘이 찾아들 수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렇듯 문진영의 소설은 의식하지 않는 동안에도 우리를 끊임없이 삶 쪽으로 이끄는 호흡처럼 더없이 꾸준하고 그윽한 방식으로 읽는 이를 추동한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그를 위해 폭우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와 “도망치지 않고 시커먼 먹구름 아래 우산도 없이 서 있기로” 하는 선택을, “들리지 않아도 함께 소리 질러 울기로” 하는 결심을 가져주기를. 서로의 손을 붙들어주기를. 그때 찾아올 또다른 오늘을 기다려주기를. 그러니 “부디 살아주”(작가 노트)기를. 어느덧 한국문학의 미더운 이름으로 자리잡은 문진영의 소설이 그 지극한 마음을 안고 여기 도착했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든 체임버스 저 / 고정아 역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그 무덤 위에서 춤을 추자”
그해 여름, 사랑과 죽음을 만났다 폭풍과 함께 덮쳐온 사랑의 열기와 죽음 그리고 입술이 포개지며 봉인된 우리의 맹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에이든 체임버스의 대표작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에이든 체임버스의 대표작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고정아 옮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썸머 85」의 원작 소설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10대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삶과 사랑, 성과 죽음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탁월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짧지만 열정적이었던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그려낸 퀴어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 '핼'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 사우스엔드로 이사 온 16세 소년으로, 어릴 적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영원한 단짝 친구에 대한 열망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자신들의 사랑은 “여자들의 사랑을 뛰어넘는다”라고 말한 다윗과 요나단같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내가 그를 찾듯이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핼 앞에 어느 날 운명처럼 또 다른 소년 '배리'가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폭풍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핼을 구해준 일을 계기로 두 소년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그 무덤 위에서 춤을 추자”라는 맹세와 함께 한여름 폭풍처럼 덮쳐온 뜨겁고도 설익은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소년의 사랑은 점차 어긋나게 되고, 찬란한 첫사랑의 설렘만큼이나 어두운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내가 해초 틈에 빠진 날부터 그가 죽은 날까지 49일이었다. 그가 '그것'이 되기까지.” 7주, 49일, 1,176시간, 7만 560분, 423만 3,600초. “그 모든 시간 동안, 그리고 그 후로도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질문했다. 왜 배리였을까?”
“약속할게. 오직 너를 위해서. 다른 이유는 없어.”“약속해. 내가 먼저 죽으면 내 무덤 위에서 춤을 추겠다고.” 이 책은 흥미롭게도 “무덤 훼손” 사건을 전하는 짧은 신문 기사로 시작한다. 영국 사우스엔드 소년 법원에 출석한 16세 소년, 그는 “죽은 소년의 무덤에서 이상한 장난을 치다가 체포되었다.” 친구의 무덤에 침입해 무덤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소년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핼로서, 이 책은 핼이 왜 친구 배리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었는지에 대해 배리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가 주검이 되기까지 걸린 7주 동안의 일을 써 내려간 117개의 단편을 묶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주인공 핼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 작품 전면에 드러나 있으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듯 중간중간 삽입된 '수정'과 '리테이크' '액션 리플레이' 등의 표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현재 시점에 도달한 핼이 과거를 돌이키며 다시 고쳐 쓰거나 강조하고 생략한 결과물로서의 재현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에 덧붙여 작품에 삽입된 핼의 담당 사회복지사 '앳킨스' 씨의 여섯 편의 현장 보고서는 핼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보고서에 그려진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핼의 이미지와 핼이 쓴 자기 고백적 글쓰기와의 흥미로운 대비를 통해 수많은 청소년에게 존재할 개별적 서사를 암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작품 내내 두 소년의 판이한 성격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싱그러운 젊음의 열기와 죽음의 어두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대비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이끌어간다는 데 있다. '영원'을 갈망하면서 '죽음'이라는 주제에 깊이 골몰하는 핼은 “모든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뭐든지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순진무구한 관념적 성향의 소유자다. 반면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로써 삶이 뒤바뀐 배리는 생명력 가득하고 자극을 좇으며 순간을 살아가는 충동적 성향의 소유자다.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배리의 죽음을 알리는 이 책은 충만한 에너지와 성적 매력이 넘치는 배리를 '그것-주검'이라는 단어와 포개어놓음으로써, 쾌활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재치 있고 수다스러운 이야기 아래 시종일관 죽음의 이미지를 드리워놓는다. 이 책의 제목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역시 '네가 죽은 걸 기뻐한다'는 뜻의 관용구 '네 무덤에서 춤을 춘다'를 비튼 표현으로, 원래는 조롱한다는 의미고 배리가 이런 제안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겠지만 정작 핼에게 그것은 사랑의 맹세이자 광적인 집착이 되어 작품 전체에 짙은 아이러니를 드리운다. 현재 시점에서 주검이 된 친구, 아니 친구 이상이었던 배리의 죽음을 반추하며 과거 회상을 통해 함께여서 좋았던 시절을 되살리는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는 작품 내내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유지하지만, 이미 예고된 죽음에 서서히 근접해간다는 점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절망보다는 생동의 기운으로 불안한 청춘의 뜨거운 춤을 추려 한다. 사랑과 이별, 상실과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결말까지 유지되는 유쾌한 분위기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실패와 상실을 경험하지만 거기 파묻히지 않고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숙제임을 알려준다. 작가 체임버스는 그것을 핼의 입을 빌려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 불안한 청춘의 뜨거운 춤을 그려낸 틴에이지 로맨스 이 작품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영화화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에 따르면 “열일곱 살에 처음 이 책을 읽었다. 청소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이에 섹슈얼리티의 가능성은 무한히 깊다. 남자가 되고 싶지만 가끔 여자 같다고 느끼기도 하는 식으로 복잡한 감각들이 뒤섞여 다가온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10대를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자신 동성애자이기도 한 오종 감독은 “영화의 원작은 매우 보편적인 힘을 가진 서사”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 오직 그뿐”이라고 강조한다. 동성애건 이성애건 에로스는 이성의 통제 영역을 쉽게 벗어나는 뜨거운 에너지다. 이 에너지를 다루는 일은 인생 전체에 걸친 성장 과제이지만,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는 청소년기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체임버스는 작품에서 사랑과 욕망, 정체성과 감정의 혼란, 불안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기에 접하게 되는 숱한 고민을 아우르면서 그 안에 성 문제를 주요하게 엮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성이 어떤 개별적 경험 항목이 아니라 어른 되기의 모든 면에서 부딪히는 매우 핵심적 요소임을 흡입력 있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은, 주인공들의 탐색이 성 문제를 단단하게 끌어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정신 영역으로 넓고 깊게 이어진다는 데 있다. 착상에서 탈고까지 무려 12년이 걸린 이 책은 지금까지 11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빠른 장면 전환과 다양한 스타일의 교차, 얼마간의 미스터리에 더해 '핼'과 '배리' '카리'라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세 주인공을 둘러싼 불꽃처럼 타오르는 로맨스, 무엇보다 화자인 핼의 재치 넘치는 표현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사건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 책은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흥미로운 독서를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고정아의 번역으로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요즈음에 맞게 수정·보완하였으며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 나폴레온 힐, 돈 그린 저 / 이상미 역 / 17,000원 / 아이콤마 ‘백만장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인생을 바꾼 성공학의 창시자
나폴레온 힐의 철학에 현대적 실천 방안까지 더해진 재단 공식 인증 도서 출간! 세계의 백만장자들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했다. 그 행동에는 철저한 계획과 결단력이 있었다. 사실 그 계획들을 살펴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폴레온 힐은 말했다. “돈을 벌고 저축하는 것은 과학이지만, 돈을 모으는 법칙은 너무나 간단해서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다.”
《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은 부를 쌓을 수 있는 열망, 믿음, 절약, 일, 교육, 저축, 자산, 투자, 봉사라는 9가지 공식을 제시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간절한 열망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해, 꿈을 이루기 위해 일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 소득을 늘리는 방법 등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또한 돈을 대하는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 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새롭게 제시하는 저축과 투자 전략 등 구체적인 실천 전략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를 쌓고 재정적 안정을 얻기 위해 먼저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폴레온 힐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믿는 것은 이룰 수 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은 바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백만장자가 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직접 쓰고 실천해 보자.
먼저 생각의 그릇을 키워라!성공을 꿈꾸는가? 성공으로 가는 길은 ‘확고한 열망’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물론 열망은 희망 사항이나 소망보다 훨씬 강력해야 한다. 성공을 이루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열망이 없다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동기와 에너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성공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생각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부를 쌓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백만장자가 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부를 쌓고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싶다면 생각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왜냐하면 생각의 그릇이 돈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벌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의 사고방식을 넓히고 다양한 기회를 쟁취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는 성공의 기반을 다지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백만장자’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들 대다수는 치밀한 계획과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부자가 되길 원한다면 ‘의식적으로 돈을 생각’해야 한다. 힐의 말로 표현하자면, “온 마음이 돈에 대한 열망에 완전히 사로잡혀, 이미 부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망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면 언젠가 반드시 그 열망을 달성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이 백만장자들의 사고방식 중 첫 번째 특징이다. 마음은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다. 물론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당장의 고난을 감당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힐은 가난을 계속 유지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부자가 되는 일에만 집착하는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부를 이루고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절대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창출하는 가치를 더 중요시했고, 타인들을 돕는 데서 기쁨과 삶의 목적을 찾기도 했다. 그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경제적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본인이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궁극적인 성공이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얻는 것 《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은 빚을 갚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또 잘 쓰며,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그리고 돈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도 돈을 인생의 주요 목적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정 입문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진정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며, 돈이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나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열망을 키우는 말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나폴레온 힐과 돈 그린은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9가지 주요 생각법을 9장에 걸쳐 제시한다. 1장 열망: 부자가 되기 위한 출발점은 간절한 열망이다, 2장 믿음: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는 한 제약은 없다, 3장 절약: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라, 4장 일: 수입을 늘려라, 5장 교육: 돈 버는 법을 배워라, 6장 저축: 좋은 습관이 찬란한 미래를 만든다, 7장 자산: 투자가 모두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8장 투자: 백만장자처럼 부를 키워라, 9장 봉사: 부를 쌓는 황금 열쇠. 그리고 각 장의 끝에는 각 생각법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직접 스스로 부자가 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짤 수 있도록 별도의 페이지를 마련한 점이 책의 가장 큰 특장점이다.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나폴레온 힐의 핵심 철학을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돈과 행복의 열쇠를 알려주는 나폴레온 힐의 9가지 생각법이 담긴 《나폴레온 힐, 부를 이끄는 생각의 그릇》의 또 다른 특징은 성공적인 삶을 이루기 위한 힐의 전략과 통찰을 과거의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9가지 핵심적인 생각을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당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부와 행복의 양에는 제한이 없을 것이다. 부의 기초를 다지고, 지식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돈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하고 싶은 이, 돈을 통해 더 많은 선택권과 자유를 누리고 싶은 모든 이에게 값진 조언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당신이 가장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실이다.” ─ 나폴레온 힐 부를 쌓고 성공을 이루는 길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강력한 열망과 함께, 자신의 생각의 그릇을 넓히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 성공을 꿈꾼다면, 먼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확고한 열망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공동체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부를 쌓고 성공을 이룬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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