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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신간 도서 소개(아동,청소년)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5-01-22
조회수
253
 

카를슈타인 백작


필립 풀먼 글 / 이지원 역 / 황부용 그림/만화 / 15,000원 / 논장



판타지 문학의 거장,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카네기상, 휘트브레드상, 스마티즈상 수상 작가
필립 풀먼의 낭만 소설!


긴장감, 박진감, 딱 적당할 만큼의 공포,
운명을 개척하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진취적인 발걸음!


유럽 민담에 담긴 여러 주제를 화려하게 버무린,
흥미진진하게 무섭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경쾌한 고딕 스릴러.
초자연적 요소,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는 연극성, 박력 있는 전개로
숨 가쁘게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카를슈타인 마을에서는 누구도 만성절 전날 밤에는 집을 나서지 않는다.
이날은 바로 사냥꾼의 악령 자미엘이 사냥감을 찾으러 오는 날이니까.
바로 그날, 카를슈타인 백작은 루시와 샬럿, 두 조카를 사냥 별장에 보내려 한다.
살을 에는 끔찍한 추위와 소름 끼치는 공포, 점점 옥죄어 오는 무서운 계략!
아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하녀 힐디인데…….

 
◆ 한겨울, 음산한 카를슈타인성과 빽빽한 숲과 떠들썩한 마을 여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의 드라마

카를슈타인 마을의 여관 ‘즐거운 사냥꾼’ 집 힐디는 겨울밤, 파이프 연기와 가득 찬 술잔 앞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당찬 소녀이다. 지금 즐거운 사냥꾼은 산림 감시대장이 은퇴할 때에만 열리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격 대회 때문에 멀리서 찾아온 장총을 든 사나이들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사기꾼, 협잡꾼까지 몰려들고 마을은 온통 들뜬 분위기다.

힐디는 카를슈타인성에서 하녀로 일하는데, 성에는 부모님이 난파선에서 돌아가신 뒤 유일한 친척인 백작과 함께 사는 루시와 샬럿 아가씨가 있다. 만성절을 며칠 앞둔 날, 백작이 루시와 샬럿을 사냥꾼의 악령 자미엘에게 제물로 바치려 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힐디는 심장이 떨리는 공포 속에서 어떻게든 아가씨들을 도망시키려고 한다. 우선 산악 안내원의 오두막에 아가씨들을 숨기고 마을로 내려가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엄마는 아가씨들을 도로 데려다 놓으라고 화를 낸다. 밀렵 죄로 체포된 힐디의 오빠가 사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감옥에서 도망쳐 지금 즐거운 사냥꾼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음식도 없이 산속에 남겨진 아가씨들, 미쳐 날뛰는 백작, 어떤 사악한 힘이 훼방이라도 놓는 것처럼 온갖 방해 속에 아가씨들의 예전 선생님 데븐포트 양과 이야기 나눌 기회조차 얻지 못한 힐디……. 게다가 샬럿마저 다시 잡혀 오고, 힐디는 그대로 성에서 쫓겨나고 만다.
한편 혼자 남은 루시는 즐거운 사냥꾼으로 내려왔다가 떠돌이 배우 카다베레치 박사를 만나고, 마술 환등과 수정 구슬, 마법 상자의 환상 세계 속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는데…….
드디어 데븐포트 선생님과 엘리자, 막스, 힐디 그리고 여러 번 엇갈린 루시와 샬럿까지, 모두 다시 만난다. 뜨거운 재회의 기쁨도 잠시, 데븐포트 선생님이 루시와 샬럿에게 기껏 도망쳐 나온 성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게 아닌가! 힐디와 오빠가 사냥 별장에 가서 아가씨들을 구하라고 하면서. 드디어 만성절 전날 밤, 오싹 피를 얼어붙게 하는 사냥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필립 풀먼의 천재성을 설명하는 데는 어떤 서문도 필요치 않다. 이 책에서 그의 천재성은
처음부터 드러난다. 이 이야기를 읽는 어른 독자들은 아마 이 책의 포스트모던한 장치들을
알아채겠지만 어린이들은 순수하게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즐길 것이다.
절대 놓치지 말 것을 권한다. _인디펜던스 선데이



◆ 서로 다른 목소리, 실감 나는 연극적 전개

《카를슈타인 백작》은 《황금 나침반》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필립 풀먼이 쓴 첫 번째 어린이책으로, 풀먼이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때 직접 각본을 써서 학생들과 무대에 올린 연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나이도 성격도 신분도 가지가지인 수많은 등장인물에 초자연적인 존재인 사냥꾼의 악령까지 더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로 풀먼의 천재성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막이 열리면 연극의 주인공들처럼, 각 인물들이 자신의 순서에 따라 등장해 말을 한다. 힐디는 야무지고 꼼꼼하게, 루시와 샬럿은 극적인 사건을 갈망하면서도 호기심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데븐포트 선생님은 진취적이고 냉철하게, 막스는 순박하면서도 약간은 덜렁대면서, 이렇게 각자 자신의 성격대로 서로 다른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그 분위기를 살리고자 원문 역시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자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만 말하는 인물들의 조각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하고 추리하면서 짜맞추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이다. 주인공들과 함께 애태우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 명 한 명의 숨 가쁜 달음박질이, 19세기 알프스산맥의 바위투성이 절벽과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빙판의 얼음 덩어리들 사이로 눈에 선하다.
더불어 꼬리를 무는 사건, 얽히고설킨 관계, 미스터리,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린 구조, 수많은 복선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초자연적인 힘, 유령, 출생의 비밀 같은 요소들이 으스스한 카를슈타인성과 신비로운 숲과 맞물리면서 아주 강력한 힘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풀먼은 선과 악이 불분명한 다양한 대안적 세계를 소개하며
판타지 장르에 새로움을 가져오고, 스토리텔링과 가장 고고한 정신적 통찰력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_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심사평



◆ 초자연적인 존재, 권선징악, 악마와의 계약, 유럽 민담의 화려한 버무림

모든 사건은 만성절 전날 밤, 그러니까 할로윈 데이에 나타나는 사냥꾼의 악령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11월 1일 만성절은 크리스트교 교회에서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날로, 그 전날 밤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는 날인 할로윈 데이이다. 요즈음 할로윈 데이는 어린이들이 악의 없는 장난을 치는 축제일의 성격을 띠지만, 원래는 고대 켈트인에게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며 유령이나 마녀 같은 모든 종류의 귀신이 배회하는 불길한 날로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삼갔던 유럽의 오래된 전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날은 결혼, 행운, 죽음 같은 것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점을 치거나 악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날이기도 하다.
여기에 풀먼은 자기가 원하는 여러 요소들을 함께 버무려 넣었다. 사냥꾼의 악령은, 피에 굶주린 사냥개들을 앞세우고 자신의 영토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사냥하여 취한다는 유럽의 민담을 바탕으로 했다. 사격 대회와 은 총알 이야기도 유럽 여러 곳에 전해 오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도 나온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자들이 대신 바칠 영혼을 찾는 주제는 독일 낭만주의 소설인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등장한다.
유럽 민담에 담긴 여러 내용, 초자연적인 존재, 권선징악, 악마와의 계약과 영혼의 구원 같은 주제, 그렇지만 이 화려한 구성의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모든 요소들의 문화적 배경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엎치락뒤치락 주인공들의 모험을 쫒아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쫄깃, 너무나 재미있으니까.


◆ 운명을 개척하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주체적인 주인공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성적 역할에 대한 편견 없는 주체적이고 당찬 여주인공들의 등장이다.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당시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이고 야무진 여주인공들이 등장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세계 방방곡곡을 홀로 여행하고, 논리적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븐포트 선생님, 겨우 열네 살 소녀이지만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루시와 샬럿을 구해 내는 영리하고도 용감한 힐디,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그러면서도 어린이다운 긍정의 희망을 잃지 않는 루시와 샬럿, 주인공들은 모두 눈앞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려 도전하고 또 도전해 끝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간다. 귀족 아가씨가 아닌 하녀 힐디가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계급에 대한 고정 관념 역시 타파하는, 아주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품이다.
긴긴 겨울밤, 깊은 침묵과 신비를 간직한 숲, 그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도전, 운명의 개척에 책 읽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리카의 맛있는 실험실 4


야마모토 후미 글 / 나나오 그림/만화 / 이소담 역 / 13,000원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과학을 좋아하는 리카는 베이킹을 좋아하는 소라와 ‘최강 콤비’가 되어 여름 방학 숙제인 자유 연구를 멋지게 해 냈습니다. 다음 자유 연구도 함께하자고 약속한 바로 그 순간! 아주 귀여운 여자애가 소라를 향해 달려와 안깁니다. 소라도 그 아이를 자연스럽게 안아 주는 것을 본 리카는 그 여자애가 혹시 소라의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싶어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소라의 사촌인 유우는 유우의 아버지가 이 동네에 레스토랑을 열게 되어 이사를 올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기뻐합니다. 그리고 묘하게 리카를 미워하는 것 같더니, “리카, 너는 소라의 뭐야?”라고 물으며 리카의 불안을 더 키웁니다. 소라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른 채 리카와 소라가 환상의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함께 베이킹을 한다는 사실을 유우에게 말해 버립니다. 그 사실이 둘만의 소중한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리카는 몹시 슬퍼집니다.

하지만 속상해할 새도 없이 리카는 유우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나는 일류 셰프가 되고 소라도 일류 파티시에가 될 거야. 그러기 위해서 우리 둘이 프랑스에 유학하러 가기로 약속했어.”

리카와 소라 앞에 새롭게 등장한 유우, 프랑스에서 날아온 소식, 그리고 드디어 드러난 ‘환상의 디저트’ 레시피의 비밀까지. 리카의 맛있는 실험실 4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리카와 소라, 태풍이 가지고 온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제8회 가도카와 츠바사 문고 소설상 일반 부문 금상 수상작!

과학 실험과 베이킹을 절묘하게 섞어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리카의 맛있는 실험실’ 시리즈 4권, 『리카의 맛있는 실험실 4 두 사람의 약속과 사과의 비밀』이 출간되었습니다. 리카 4권에서는 최강 콤비였던 리카와 소라 사이에 위기가 발생합니다. 소라의 사촌 유우가 등장하며 리카는 소라에게 품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더 정확히 알게 되고, 소라는 그토록 꿈꾸던 ‘환상의 디저트’를 배울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기만 합니다.

한편 리카와 소라가 사는 지역에는 태풍이 발생해 과수원을 하는 깃페이의 할아버지네 사과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깃페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사과를 가득 안고 소라를 찾아오고, 리카, 소라, 유우, 슈, 그리고 친구들은 모두 모여 깃페이를 위한 베이킹을 시작합니다. 각자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단 친구를 돕기 위해서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고 결국 해결해 내는 아이들의 멋진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선물처럼 실린 특별 단편 〈응원하는 마음이여, 도달하라〉에는 소라와 리카의 설렘 가득한 첫 만남이 담백하게 담겨 있습니다.
















범고래 씨 인터뷰

이대일 글 / 다나 그림/만화 / 13,000원 / 창비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향한 오롯한 마음
발 딛고 선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동시집

2021년 제13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대일 시인의 첫 동시집 『범고래 씨 인터뷰』가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을 직시하는 묵직한 시선이 느껴지는 한편 유머와 긍정의 힘으로 성장하는 어린이 화자들이 밝고 활기차다. 숨 쉬는 모든 존재를 향한 사랑이 동시집 전반에 흐르는바, 이 온기는 가족과 친구, 범고래와 길고양이, 우주로까지 뻗었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독창적인 시선으로 환경과 생명, 어린이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조화롭게 풀어놓은 동시들이 어린이의 세계를 확장해 줄 것이다. 총 56편 수록.

“지구에는 무슨 볼일로 왔니?”
모든 생명에게 안녕을 묻는 상냥하고 믿음직한 동시 세계


『범고래 씨 인터뷰』는 이대일 시인이 어린이 곁에서 오랫동안 벼려 온 시 세계를 엮은 첫 동시집이다. 등단작 중 ”어느 한 편도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라는 평을 받으며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강렬하고 밀도 높은 언어로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시적 공간을 탄생시켰다. 단짝 친구의 부재를 “네모난 빈칸 같은 자리”라고 표현한 「빈칸」, 선생님에게 혼날까 봐 조마조마한 어린이의 마음을 긴장감 있게 그린 「바이러스」, 여름 방학을 앞둔 시점의 설렘을 달콤한 간식에 비유한 「여름 방학 만들기」 등 어린이의 입말과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한 작품들이 유쾌한 웃음을 주는 가운데,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한 동시들 또한 눈에 띈다. 인류가 최초로 촬영에 성공한 블랙홀로 알려진 ‘M87 블랙홀’에게 ‘우리 은하’의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지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M87 블랙홀에게」가 대표적으로, 자연 생태계의 순환을 넌지시 가르쳐 주며 독자의 시야를 넓힌다. 텅 빈 집에 “학교에서 돌아온 내가 안기면” 집의 “심장이/쿵쾅쿵쾅”(「심장 소리」) 뛰는 것처럼, 고된 일과를 보낸 아빠의 “작동 버튼을 오프(off)로”(「아빠 충전」) 맞추면 아빠의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 좋은 충격으로 마음이 두근거릴 시 세계가 열린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타자의 고통을 우리 곁으로 불러오는 목소리


이대일 시인은 다정한 목소리로 어린이의 마음을 노래하다가도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눈길을 돌릴 때면 단호하고 냉철해진다. “철창 속에 갇혀/매일매일/커피콩만”(「사향고양이」) 먹는 사향고양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복제” 동물로 태어나 평생 “마약을 탐지”(「비글 메이」)하며 사는 개를 비추는 작품은 타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통찰력과 더불어 탐사 다큐멘터리 영상의 카메라 같은 예리한 시선이 돋보인다.

-어디에 사시나요?//저는 좁은 수조에서 살아요/여기서 일도 하고요/잠은 물탱크 속에서 자요//-네? 수조에 사신다고요? 일을 하신다고요?//네,/매일 오전 아홉 시에 시작해서/한 시간씩 여덟 번/늘 정해진 일을 똑같이 반복해요//(…)//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글쎄요/아 참! 어느 날 한 꼬마가 저를 보고는/“와! 범고래다.” 하더라고요.//범고래?/그게 뭐죠? - 「범고래 씨 인터뷰」 부분

표제작에서 범고래는 인간의 여가 공간인 수족관에 갇혀 노동하는 존재다. 이 범고래는 물살을 느낄 수 있는 넓은 바다와 싱싱한 먹이뿐 아니라 자신의 본성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이 시는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듯 보이는 범고래가 사실은 고유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인간에게 이용만 당하는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발 딛고 선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인의 시선은 도시에 사는 야생 동물들에게도 두루 미친다. 흔히 ‘교통안전 교육’이라고 하면 인간이 받는 교육이라는 인식이 높지만, 시인은 도시의 야생 동물들을 안전 교육의 수강생으로 불러온다. 그들에게는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아스팔트나 “이빨 같은 자동차” 모두 안전한 일상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간의 입장에서 무심코 말하는 ‘안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안전인지를 숙고하게 한다. 다른 존재와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고 제 편리함만 좇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떤 생명체에게는 생사의 문제가 되는 점을 정확하게 비판하는 시인의 시선이 미덥다.

“엄마는, 곧 나비가 된대요.”
슬픔과 외로움을 껴안으며 단단하게 자라는 어린이


이대일 시의 특장 중 하나는 슬픔을 다스리는 방식이다. 등단작 중 한 편인 「책」에서 손자인 화자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자취를 담담한 태도로 좇는다. 할머니에게 농사일이 마치 책을 읽는 일처럼 늘 새로운 기쁨과 감동을 주었듯, 화자에게 할머니 역시 한 권의 책, 미지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슬픔을 삼키고 할머니의 흔적들을 꼼꼼히 읽어 나가는 화자만의 추모 방식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며 인간의 죽음을 나비의 우화 과정에 빗대는 「나비」에서 화자는 엄마가 “고치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하늘나라로 날아”갔다고 말한다.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외려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다시 매일을 살아가려는 차분한 태도가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인은 또한 누구나 살아가며 겪게 마련인 크고 작은 아픔도 보드라운 유머로 승화한다. 무릎이 까져 상처가 난 어린이 화자는 “까진 무릎에/‘공사 중’/팻말이” 붙었다며 “안에서 뭘 하는지/들여다보고”(「상처 딱지」) 싶다고 호기심을 내비치며 엉뚱한 상상을 뽐낸다. 하굣길, 외로운 마음을 운동장 한 편에 덩그러니 놓인 축구공에 투영한 화자는 축구공에게 “내일 만나자며/이제 그만/집으로 돌아가서 쉬라고” 말하며 가뿐해진 마음으로 공을 “골대 안으로 밀어 넣어”(「안녕, 축구공」) 준다.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뿌리 내리고 살아남는 강인함//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순서 지키며 꽃 피우는 예의//꿀벌 꽃등에 배추흰나비 꽃무지/가리지 않고 베푸는 자비//(…)//어디든 망설이지 않고/멀리까지 날아가 보는 모험심//이 모든 걸 갖춰야/민 씨 가문의 자손이다 - 「민들레 가문」 부분

시인은 민들레가 어떤 고난에도 살아남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굳센 용기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졌기에 귀하고 미쁘다고 본다. 추위 속에서도 강인하게 뿌리 내리는 민들레의 생명력은 어린이의 무궁한 잠재성과 연결되며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 너그러운 포용력이 엿보이는 이대일의 동시들이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재미와 세심한 위로를 전하는 한 권의 ‘책’, 즐거운 미지의 세계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보이니, 보이니?


릴리아 글 / 일곱 그림/만화 / 17,000원 / 킨더랜드



보이니, 보이니, 뭐가 보이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들
숲속 마을, 귀여운 세 친구가 모여 여행을 떠납니다. 천천히 거닐며 주변을 살피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세상을 탐색하지요. 여행길에 만난 세상은 달콤하고 유쾌한 일로 가득 차 있어요.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를 맛보고, 개굴개굴 신나는 노랫소리에 춤도 추고, 하늘 이불 덮은 채 별을 세기도 해요. 다음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함을 자아내는 세 친구의 여행은 새롭고 흥미진진한 내일을 기대하게 합니다.
오랫동안 먼 길을 걸어도, 내리는 빗방울에 옷이 젖어도 걱정 없어요. 함께 걷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여행 끝에 만난 또 다른 친구들은 천천히 온 세 친구를 재촉하지도, 왜 늦게 왔냐며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그저 천천히 기다려서 좋았다고 말할 뿐이죠. 나란히 앉아 자연을 만끽하는 이들의 뒷모습은,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앉아 충만한 행복을 느껴보라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하나, 둘, 셋! 수를 찾아봐!
수 세기를 배우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한 서정적인 그림책

《파랑 오리》 《초록 거북》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줬던 릴리아 작가, 마법같이 다가온 '부모 됨'의 순간을 감동의 언어로 담아냈던 《큰별 작은별》 일곱 작가가 함께한 《보이니, 보이니?》는 수 세기를 배울 수 있는 서정적인 그림책이에요.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롭고 섬세한 하늘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세 친구의 모습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요. 숫자를 처음 익히는 아이는 숫자 모양으로 그려진 길과 그 속에 담긴 숲속 이모저모를 살피며 친근함과 흥미로움을 느끼게 될 거예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 주세요. 그림 안에 담긴 숫자만큼 하나, 둘 소리내서 세어 보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따라 그려보아요. 그림책 속에 반복되는 문장을 질문 삼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와 함께 다양한 책놀이를 하며 숫자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함께 읽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이로아 저 / 13,500원 / 문학동네


우리는 이 작품을 심사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지금 이 시기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각자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는지 감상을 나누었을 뿐이다._심사평
“그 생생함은, 그 슬픔은, 그 구체성은 나를 뒤흔들었다.”
왝왝이는 누구인가? 그곳은 어디인가?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훌훌』 『고요한 우연』 『네임 스티커』에 이어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절절히 그려 낸” 이 작품은 “슬퍼할 자격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성찰하며, “인물의 마음을 단순하게 정의하지 않고” “누군가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를 정면돌파”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아” “용감하게 할 말들을 배치했다.”

왝왝왝, 울고 있는 그 소리.
하수구 아래 어둠 속에서 연서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동자.
소년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사람들은 내게 잊으라고 말했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덕담처럼 건넸다. 하지만 그날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내가 같은 사람일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 일 년. 연서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의 일상으로, 참사 이후 ‘그다음’으로 나아가려 애쓰건만, 만나면 ‘너를 위해’ 진상 조사만을 외치는 절친 호정도, 마음먹기에 따라 뭐든 이겨 낼 수 있다고 하는 아빠도, 피해자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은연중 기대하는 사람들도, 폭력적인 혐오와 폄하를 일삼는 사람들도 연서를 번번이 그날로 데려다놓는다. 그 모든 시선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연서는 위악을 갑주처럼 두른다.
도저히 잠들 수 없던 밤, 연서는 하천 산책로를 걷다 크고 선명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왝왝왝, 울고 있는 그 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연서는 하수구 아래로 플래시를 비춘다. 어둠 속에서 연서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동자. 그건 사람의 눈이었다.

도대체 소년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누구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상기시켜 주기로 하자.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약속.
그곳에서 돌아온 후로, 연서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교실 한가운데 놓인 빈 책상의 주인이었던 ‘그 아이’를. 비가 내리던 날이면 전화를 걸어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그 아이’를. 잊어버릴까 봐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자꾸자꾸 불러 보는 거라고 말하던 ‘그 아이’를.

우리 곁에, 우리가 잊고, 우리가 지워 버린 그 자리에, 바로 여기에.
그 애가 있었어. 기억나. 그 남자애.

연서는 이제 위장도 거짓도 벗어 버린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고 진술한다.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추모제 준비단을 나왔지만, 정작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신은 잊히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았음을. 그리고 다짐한다. 무엇도 잊지 못할까 두렵지만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리라고. 현실의 모두가, 그 아이 스스로도 잊어버린 그 아이의 이름을 계속 호명해 끝내 이 세계로 불러내리라고.

“비로소 알았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잊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야 잊어 가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나는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로부터 시작된 기억은 점차 퍼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기억하는 날, 나는 비로소 간간이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면 잃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왝왝이는 그곳에 있었다. 하수도 아래가 아니라 우리 곁에, 우리가 잊고, 우리가 지워 버린 그 자리에. 바로 여기에.

‘아직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어야 할 이야기
싸움 속에서 누구도 외롭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누구도 그 존재의 자리를 소거당하지 않고.

이 소설은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삶과 분투를 통해, 기억과 애도, 연대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그러하기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어야 할 이야기이며 증언이다. 싸움 속에서 누구도 외롭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누구도 그 존재의 자리를 소거당하지 않고, 삶과 세계가 멈춰 있지 않고 흘러가기를, 그다음으로 나아가기를. 기억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자각하고, 슬퍼할 자격을 판가름하지 않고 애도하며, 연대할 책무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맞이하는 결말들은 더 희망적일 것이다.










알잖아!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 되는지

백은하 글 / 이한울 그림/만화 / 13,000원 / 새를 기다리는숲



어떤 전쟁도 NO! NO! NO!

전쟁, 점령, 핵무기, 테러…….
이런 단어들은 함부로 쉽게 쓰일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에요.
전쟁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로
비극적인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돼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쟁의 고통과 아픔을 되새겨 봐요.

세상에서 꼭 사라져야 할 한 가지, 전쟁!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한편에서는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요.
전쟁은 한순간에 수천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너무나도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에요.
또한,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보다 큰 피해를 보는 것이
바로 우리 어린이들이지요.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돼요!
전쟁의 고통과 아픔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평화의 소중함을 배워요.

전쟁의 고통과 아픔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다
흔히 인간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불러요. 전쟁은 인류가 겪는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쟁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가던 보금자리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기도 하지요. 전쟁이 길어지면 병원, 학교, 도로와 같은 사회 인프라가 모두 사라지고 말아요. 그래서 한 번 전쟁이 일어나면 다시 건설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지요. 전쟁은 인간의 욕심이 낳은 가장 최악의 결과일 거예요.
과거의 전쟁은 사람, 즉 군인의 수가 많은 쪽이 유리했어요. 칼이나 창 등을 이용해 직접 적과 맞닥뜨려서 싸웠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대 사회의 무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하게 발달해 있어요. 버튼 하나만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드론을 이용해 무인 폭격을 하기도 하지요. 더 잔혹해지고, 전선이 더 광범위해져 한 번 전쟁이 발발하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민간인, 특히 어린아이까지도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대한민국은 늘 전쟁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요. 물론 우리 어린이가 당장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키운다면 분명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알잖아! 전쟁이 왜 일어나면 안 되는지》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주인공 세미, 재원이를 통해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참한 일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됩니다. 아무도 전쟁으로 불행해지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 보고,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될 것입니다.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

성명진 동시집 / 핸짱 그림 / 13,000원 / 창비



자연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동심
어린이의 목소리로 새로운 평화를 노래하는 동시집

맑고 정직한 눈으로 자연과 어린이의 생명력을 노래해 온 성명진 시인이 6년 만에 신작 동시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를 펴낸다. 은은하면서도 단단한 서정으로 어린이의 마음속 작은 파문까지 살뜰히 포착해 내면서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을 이룩해 나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 동심의 근원에서 성심을 다해 길어 올린 ‘환하고 환한’ 마음은 갈등과 불화에 지친 아이들의 현실을 포근하게 위로할 것이다.

자연에서 길어 올린 ‘환하고 환한’ 동심
지극한 마음으로 눈부신 생명력을 노래하다

겸허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자연과 동심을 노래해 온 성명진 시인이 그의 네 번째 동시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와 함께 다시금 어린이 곁에 섰다. 자연의 생명력과 어린이의 뭉클한 성장기를 더불어 포착해 낸 전작 『오늘은 다 잘했다』(창비 2019) 이후 6년 만이다. 시인은 여전히 작고 여린 것들에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을 내어 준다. 창가의 파꽃에, 담장 위의 덩굴장미에, 물 위의 소금쟁이에, 그리고 추운 날 홀로 버스 정류장에 앉은 어린이에게 눈길을 준다. 시인은 그들에게 건넬 순하고 다정한 말을 세심히 다듬는 것은 물론, 이번 동시집에서 좀 더 심지 곧은 언어를 벼려 냈다.

자주 웃어요 우리는/조그만 일에도/팔랑거리면서요//즐거우니까요//꽃요?//에이,/또 비교하려고 그러시네//꽃은 꽃이고/우리는 우리랍니다 _「잎사귀들」 전문

시인은 자연과 어린이를 믿는다. 그들의 넘치는 생명력이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알기에 그렇다. 이 든든한 믿음은 “꽃은 꽃이고/우리는 우리랍니다”라며 천연스럽게 말하는 잎사귀들처럼 어린이가 “자신의 존재이자 본성을 당당히 선언하도록 이끈다”(유강희, 해설 「환하고 환한 것에 대한 무한 경외」).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이자 “우리”가 되어 보는 가운데, 어린이 독자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위험한 데서, 내 꽃은 더 예뻐진다네.”
어린이가 성장하는 찰나를 포착하다

어린이의 성장은 세상 무엇보다 귀하고 중요한 사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꼭 어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리란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른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는 훌쩍 자란다.

나는/갓 생겨나 알 속에/웅크리고 있습니다//좀 더 자라면/스스로 나가려고/껍질을 얇게 지었습니다//밖에서 아무나/함부로 깨뜨리라고/그런 게 아닙니다 _「알」 전문

얼음덩이를 빠져나온/물방울들/모여 소곤거린다//우리 일단/흐르자//흐르지 않고는/못 살겠다 _「자유」 전문

시인은 알 속에 웅크린 생명이 새롭게 탄생하는 순간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말미암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어린이가 ‘나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함부로 깨뜨리”려는 현실에 대한 시인의 예리한 문제의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는 단지 자연과 동심에 대한 예찬에서 그치지 않는다.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을 어린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멋지게 헤쳐 나가길 바라며, 시인은 고유한 생명력으로 충만한 자연을 세심히 표현해 냈다. “우리 일단/흐르자” 단호히 외치며 자유를 찾아 나서는 “물방울들”의 모습은, 어린이의 현실과 공명하며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하나도 안 무서운 저녁이 올 거야.”
화목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소원하다


멀리 언덕을/구물구물 넘어오는 것들//마을로 다가오면 보여요/염소들이에요/그게 좋아요//사납거나/징그러운 것 아닌/염소들이라서 좋아요//그것들을 따라/우리 마을로 살며시/하나도 안 무서운 저녁이 오지요/달도 따라서요 _「저녁에 언덕을 넘어오는 것들」 전문

물론 자연과 동심이 언제나 현실과 불화하는 것만은 아니다.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에는 이 세상이 두렵고 울적하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의 이미지 역시 명징하다. 간밤에 태어난 송아지는 자신을 푸근하게 맞아 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에서 “집 밖은 무섭긴 해도/분명 재밌는 일도 많을 거라는 걸” 깨닫고(「어젯밤에 태어났어」), 하늘엔 그런 “누렁소”를 비추는 “먼 하늘 새 별”의 불빛이 환하다(「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 「시인의 말」에서 직접 밝혀 놓았듯, 시편들 사이사이에는 “폭력을 미워하고 화목을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이 스미어 있다.
“하나도 안 무서운 저녁”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싸움 없이 화목한 풍경을 재치 있게 스케치한다. 아래서 콩 싹이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기우뚱한 채로 자리하게 된 조각돌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지만, 이내 “끄덕/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정!” 하고 외치는 모습은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찾아 낸 평화의 순간일 것이다(「졌다」).

호박 싹이 돋았어요//이 작은 녀석,/실은 힘이 장사랍니다/가을까지 큰 호박덩이 여러 개를/높은 언덕 위에 너끈히 올려놓지요//저는 이 일을/조금 거들어 주는 사람이고요 _「농부」

누렇게 늙도록/일을 했군요 호박덩이 님//근데 그렇게 크고 둥그런 몸으로/높은 언덕배기에서/어떻게 내려오나요?//아, 그거/어렵지 않다오//저 농부 님이 내려 주시지요/품에 꼭 안아서요 _「쉬워요」

시인은 서로에게 의지해 힘든 현실을 너끈히 이겨내는 모습 역시 담백하게 그려 낸다. “높은 언덕배기”에 올라선 호박덩이를 만드는 것은 “농부의 품”이면서도 “힘이 장사”인 “호박 싹”이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돌보고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함께 떠올려 보는 것은 오늘날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상상력이다. 『밤 버스의 달이 타 있어』를 읽으며 어린이 독자가 저마다의 평화를 마음속에 그려 나가길 바란다.












나는 시궁쥐였어요!



필립 풀먼 글 / 피터 베일리 그림/만화 / 이지원 역 / 14,000원 / 논장



판타지 문학의 거장,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 작가
필립 풀먼의 또 하나의 대표작!

이야기의 장인이 기술 좋게 풀어내는 인간 사회의 진실!
정치, 교육, 언론, 공권력…… 판타지이면서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리얼리즘,
동화와 모험담과 패러디가 혼합된 완벽한 이야기.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지만, 끝내
사랑과 가족과 순수한 장인 정신으로 이겨 내지요.

초등 교과 연계 
·국어 4-1-3 느낌을 살려 말해요
·국어 4-2-4 이야기 속 세상
·국어 5-1-10 주인공이 되어
·국어 5-2 함께 연극을 즐겨요
·국어 6-2-8 작품으로 경험하기
·국어 6-1 함께 연극을 즐겨요
·국어 6-2 함께 연극을 즐겨요


“나는 시궁쥐였어요!”
어쩌면 로저의 이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지금의 로저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언론의 주장처럼 하수도에 사는 난폭한 괴물일까요?
공연업자의 바람대로 돈을 벌어 주는 세기의 볼거리일까요?
거리의 소년이 원하는 최고의 빠져나가는 챔피언일까요?
정말 다행은, 왕자비와 괴물의 ‘기적’이
신문을 더 잘 팔리게 할 기삿거리라는 점이랍니다.

◆ 여러 층의 읽기가 가능한 동화 ㆍ 모험담 ㆍ 패러디
어느 날 저녁, 나이 든 밥 아저씨와 조앤 아주머니 부부의 집에 다 찢어진 제복을 입은 꾀죄죄한 남자아이가 나타난다. 그 아이는 “나는 시궁쥐였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름이 뭔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부부는 아이에게 ‘로저’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는, 로저가 온 곳을 찾아 나선다.
맨 처음 시청에서는 발견된 아이라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경찰서에서는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하고, 병원에서는 학교에 보내라고 하고, 학교에서는 매를 때려 도망치게 만든다. 곧이어 왕립 철학자라는 사람이 연구를 하겠다며 데려가서는, 그만 아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곧바로 박람회 공연업자의 손아귀에 떨어진 로저. 이제 금세기 최고의 볼거리가 되어 온몸에 부스럼을 붙인 채 역겨운 괴물 행세를 하는데……. 그러다 밤에 활동하는 소년들 패거리에 얽혀 들고, 결국 갈 곳 잃은 로저는 죄책감과 비참함 속에 하수구 철망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 무렵 흥미로운 이야기 취재에 열을 올리던 회초리일보는 ‘하수도의 괴물’ 기사를 쓴다. 괴물 박멸 여론이 들끓고, 신문들은 괴물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학부모 단체들은 괴물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선동한다. 드디어 괴물의 운명이 결정되는 재판정, 해부학 교수, 왕립 철학자, 공연업자…… 증언이 이어질수록 로저는 흉포한 괴물로 각인되고, 기어이 사형 판결이 내려진다. 절망한 밥과 조앤은 마지막으로 오릴리아 왕자비를 찾아간다.
다음 날, 회초리일보에는 천사 같은 왕자비의 중재로 기적이 일어났다며 애당초 괴물은 없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고통받는지 아느냐는 질타와 함께.

동화와 풍자, 슬랩스틱 유머와 긴장감 넘치는 멜로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춘, 멋진 이야기.
__가디언

◆ 잘 알려진 옛 동화와 현대 대중문화의 조화
《나는 시궁쥐였어요!》는 필립 풀먼의 대표적인 어린이책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널리 사랑받는 수작이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때 시종으로 변해서 마차를 타고 간 시궁쥐, 그 뒤에 시궁쥐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재치 있는 물음에서 출발해 바로 인간 사회의 위선적 모순과 허위의식을 비틀고 뒤집으며 종횡무진 어두운 이면을 들춰 보임으로 동화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언론, 교육, 공권력, 정치, 지식인,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이윤 추구…… 우리 사회의 여러 측면이 꼬리를 물고 뒤섞인 판타지는 꼭 지금의 우리 현실처럼 전혀 낯설지 않다. 독자들은 그동안 당연시했던 언론의 힘이나 지식인의 권위나 정치인의 정책 등 많은 것에 새삼 의문을 가지며 어떤 것도 무지성적으로 믿어 버리지 말아야 함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잘 알려진 동화들을(신데렐라, 구두장이를 도와주는 그림 동화 속의 난쟁이들, 고아원의 올리버 트위스트와 친구들, 전설로 남아 버린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기억까지) 뛰어난 장인 정신으로 엮어 낸 이야기, 판타지이면서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리얼리즘,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찾아오는 감동적인 결말이 아주 멋지다.

삶이라는 것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소인지
알려 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지혜롭게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__필립 풀먼

◆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다시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이다. 하지만 회초리일보는 사실과 상관없는 정보를 유포하고 같은 사실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전파한다. 수많은 기사와 논평을 통해 한 아이를 폭력적인 괴물로 만든 것도, 겉모습에 속지 말자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마지막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히 논조를 바꾼 것도 모두 같은 회초리일보이다. 언론이 항상 진실을 말하지는 않기에, 신문, 방송, 인터넷 등 현대 대중 매체를 대하는 소비자의 지혜가 절실하다.

◆ 무책임한 정치는 삶을 파괴한다
언론 못지않게 정치 역시 여론의 뒤를 쫓아가며 눈치를 보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판단만 내리고 있다. 오늘날 욕을 먹는 정치의 모습 그대로다. 사회에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는 그만큼 어려운 정치는 당연히 많은 사람을 편안하게 살게 해 주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대변할 길이 없는 소수를 억압하는 것이 바른 정치일까? 균형이 무너지면 치우쳐지고, 그 치우침은 권력이 대변하지 못하는 삶을 파괴한다. 바로 로저의 삶처럼.

◆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자, 그 이름은 지식인
지식인이란 간단하게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자이다. 그래서 진실을 탐구하고 알리는 사명이 주어진다. 하지만 왕립 철학자는 로저의 진실을 외면하며 세 치 혀로 자신의 잘못을 빠져나가려고만 한다. 오늘날 복잡한 사회에서도 지식인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 장차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할 우리 어린이들은 로저를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계기가 되는 왕립 철학자를 보며, 진실을 말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의 책무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 교육 현장, 가정과 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선생님은 로저가 왜 소리를 지르는지 알아보지 않고 윽박지르고 무조건 매를 든다. 획일적인 통제 교육, 처벌에 의한 강압 교육이 아니라 이해와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는 교육만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식과 인성 모두를 고양시키는, 공교육의 역할에 관해서 함께 고민하고 가정과 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지만 밥이 욕심 없이 솜씨를 발휘한 진홍빛 구두, 그 구두로 인해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사랑과 가족과 일에 대한 열정이 이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간 바탕이 된 것이다. 순수한 장인 정신의 승리!
삶이라는 것은 너무나 소중하다. 아무리 사회가 혼란스러워도 우리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사회를 바로 잡아가는 노력이 언제나 밑받침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빨간 모자를 기다리며


미레이유 메시에 글 / 샤를로트 파랑 그림/만화 / 신유진 역 / 17,000원 / 보림



아픈 가족을 보살필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희망을 통해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작은 가족의 이야기!

작은 오두막에 사는 작은 가족의 다정한 마음들
숲 언저리 작은 오두막에 작은 가족이 살고 있어요. 이사우라와 아를로, 그리고 고슴도치 카푸입니다. 소박하고 조용한 행복을 느끼며 살던 어느 날, 카푸가 병에 걸립니다.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그들의 소중한 고슴도치를 치료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지만 카푸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들은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땅의 요정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해 숲으로 향합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며칠을 기다려도 요정을 만날 수는 없어요. 준비한 선물은 숲속 동물들에게 이미 나누어 줬고요. 카푸는 시름시름 앓고 오들오들 떨고 있어요. 지친 모두는 깜빡 잠에 드는데······. 이사우라와 아를로, 카푸는 땅의 요정을 만날 수 있을까요?

나만의 빨간 모자가 세상 곳곳에 있어요
책 속에서 이사우라와 아를로는 아픈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담습니다. 먹을 것이 거의 없는 집에서 땅의 요정에게 줄 먹을 것을 모으고, 숲으로 찾아가 어두울 때까지 기다려도 보고, 으스스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다시 숲으로 가지요. 카푸를 구해 줄 땅의 요정의 존재를 믿기 때문입니다. 카푸가 나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지요. 땅의 요정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가올 희망을 기다린 것이에요. 빨간 모자는 이사우라와 아를로의 희망의 증거이고, 노력에 대한 선물 같은 결과입니다. 작은 가족을 구한 빨간 모자는 우리 주변에도 있어요. 우리가 향할 길을 조금 더 밝은 쪽으로, 다정한 쪽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우리만의 빨간 모자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가족의 모양을 살펴볼 수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가족이라는 말을 듣고 그 구성원을 떠올려 보세요. 부부와 아이, 혹은 아이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구성을 전형적인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이 이야기에도 가족이 등장합니다. 두 아이 이사우라와 아를로, 그리고 그들의 고슴도치 카푸입니다. 아이들은 병든 카푸를 위해 최선을 다해요. 가족을 보살피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가족, 내가 선택한 가족 둘 사이에서 소중함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이 이야기는 다양한 모양의 가족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줄 거예요.

















펭귄 세 마리



석철원 저 / 20,000원 / 반달(킨더랜드)




그림은 참 신기합니다.
화면에 선을 하나 쭉 그었더니 땅이 생겼습니다.
그 땅 위에 펭귄을 그렸더니, 펭귄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펭귄은 쉬지 않고 계속 달려갑니다. 저는 펭귄을 쫓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펭귄의 모습이 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달려갑니다.

-작가의 말


나만의 정상을 향해,
힘들고 지쳐도 다시 한번 내딛는 힘찬 발걸음
여기, 달리기를 시작한 세 마리 펭귄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이들의 서로 다른 눈빛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비슷한 속도로 달리던 펭귄들은, 첫 번째 펭귄이 넘어지게 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두 번째 펭귄은 그대로 가던 길을 달려 나가고, 세 번째 펭귄은 넘어진 펭귄이 마음에 걸린 듯 뒤돌아볼 뿐입니다. 넘어진 펭귄은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펭귄들을 바라보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힘을 내 또다시 달려 나갑니다.
그러나 펭귄이 달리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높은 다리와 울퉁불퉁한 길을 겨우 통과했지만, 미로처럼 어지럽게 펼쳐진 길 위에서 결국 방향을 잃고 헤매고 맙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고, 너무 지쳤습니다. 한 걸음 내딛기 어렵던 바로 그때, 구멍에 빠진 펭귄을 발견합니다. 펭귄은 구멍에 빠진 펭귄을 도와주고 난 뒤, 다시 힘을 내 달립니다.
높은 산을 한 걸음씩 오르고, 갈림길에선 어느 방향이 맞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마침내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펭귄에게서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느껴집니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정상을 향해 가는 펭귄. 언젠가 도착하게 될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내가 가고 싶은 길, 늦어져도 넘어져도 괜찮아!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모든 '나'를 위한 그림책

펭귄들의 달리기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뛰어가지만, 때때로 넘어지고, 좌절하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세 마리 펭귄이 가진 서로 다른 눈빛은 서로 다른 우리의 지향점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세 마리 펭귄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출발선은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며 갖게 되는 각자의 다른 지향점은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때로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남과 비교한 내 모습을 통해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고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새하얀 바탕에 검은 선으로 이어진 배경, 단순하게 그려진 펭귄들의 모습과 짧은 문장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펭귄 세 마리』는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이 어디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펭귄처럼, 내가 바라는 길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자신만의 길을 찾아 용기 있게 나아가는 펭귄처럼, 언젠가 다다를 나만의 푸른 바다를 향해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달려 보세요. 물결이 흐르는 대로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펭귄의 모습을 통해, 내가 바라는 진정한 '나만의 길'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봄이 오리


한연진 저 / 15,000원 / 보림



랄랄라 꽥꽥꽥
오리들의 노래가 봄을 불렀어요.
노랫소리를 따라 온 향기로운 봄날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리들이 부르는 사랑스러운 봄노래
서늘하고 캄캄한 조용한 겨울, 아이는 오리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 노래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지요. 아이와 오리가 노래를 시작하자 땅에서 싹이 났어요. 오리가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그렇게 봄이 시작됩니다. 오리들이 부른 노래를 따라 땅에서 씨앗이 움트고, 새싹이 나고, 꽃이 방긋 피어나요. 꽥꽥꽥 노래가 반짝이는 새싹을 불러요. 오리들이 부른 봄노래가 세상을 가득 채워 나뭇잎도 살랑거립니다. 우리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천진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계절의 기쁨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어 웅크리던 어깨가 조금 펴지고 봄을 기다리다보면 어느 날 나뭇가지 위로 반짝이는 새잎이 눈에 띄어요. 처음 세상에 나온 연두는 아주 밝고 빛나는 노란 연두색이에요.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을 한연진 작가는 또 한번 재미난 상상으로 풀어냈습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화면을 가득 채우는 노랫소리를 표현한 그림에 집중해 보세요. 빛나는 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노란색에 형광을 섞어 인쇄했습니다.

시간과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그림책
《가을이 오리》에서와 같이 《봄이 오리》에서도 오리 캐릭터들이 점진적으로 장면을 채워 봄을 완성한다. 노랫소리를 표현한 노란 바탕은 책 전반에 흐르며 길고 즐거운 리듬감을 주며 봄을 상징하는 화사한 색깔들이 등장하며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두운 색감의 첫 장면이 본문의 과정을 통해 꽃으로 가득찬 마지막 페이지로 변화하고,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스스로 말을 바꾸며 말놀이를 즐겨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의 봄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무거나 문방구


정은정 저 / 유시연 그림/만화 / 15,000원 / 반달(킨더랜드)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아직도 모르겠어? 난 이야기를 모으려고 문방구를 연 거야!”

마음속 용기를 북돋워 주는 요술 물건으로 가득한 곳
아무거나 문방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24년 3월 출간 직후 ‘‘이야기’의 힘을 유쾌하게 전하는 동화’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가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어린이들이 문방구에서 얻은 요술 물건 덕분에 힘을 얻고 고민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도깨비의 옛 친구 ‘어쭈 도사’가 새롭게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쭈 도사는 문방구에 비밀스러운 그림 족자를 남기며 누구에게도 족자를 들키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는 홀연히 떠나 버린다. 과연 어쭈 도사와 족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무거나는 이전처럼 어린이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을까? 어린이에게 유쾌한 웃음과 용기를 전하는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왔다!
초등 화제의 베스트셀러 『아무거나 문방구』 2권 출간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문방구를 차린다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은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가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아무거나 문방구 1: 뚝딱! 이야기 한판』에서는 도깨비 ‘아무거나’와 문방구 공동 주인인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가 신비한 물건을 통해 어린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무거나 문방구 2: 어쭈 도사의 비밀』에서도 어린이들이 문방구를 찾아와 용기를 얻고 문제를 헤쳐 가는 과정이 그려지는 가운데 새로운 캐릭터 ‘어쭈 도사’가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표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어쭈 도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만나자마자 아웅다웅하는 아무거나와 어쭈 도사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맛깔스러운 글, 유머러스한 그림의 조화가 빛나는 새 에피소드들이 신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과 시원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더 강력해진 유머와 상상력

어쭈 도사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2권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앞 이야기」에 등장했다 갑자기 사라지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어쭈 도사는 아무거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예전부터 “나랑 이야기 한판!” 하고 이야기 내기를 걸어 속엣말을 늘어놓게 만드는 아무거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호시탐탐 아무거나를 골릴 기회만 노리다 한밤중 문방구에 침입해 아무거나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 계약서에 아무거나의 손도장을 찍는다. 도사가 마음대로 쓴 계약서에는 도사가 휴가를 떠난 동안 아무거나가 도사의 집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며,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얼씨구나그림족자’를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제나 빈틈없고 유능해 보이는 아무거나가 도사의 꾐에 걸려들어 억울해하는 모습이나, 아무거나와 어쭈 도사가 티격태격하며 ‘앙숙 케미’를 뽐내는 장면은 책의 서두를 읽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는 한편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순식간에 납작해져 둘둘 말리는 도사의 두루마리 집,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얼씨구나그림족자의 비밀은 2권의 마지막 어린이 손님이자 도사의 족자를 몰래 훔치는 ‘동하’의 사연과 어우러지며 작품의 말미에야 서서히 밝혀진다. 족자에 어떤 기상천외한 힘이 숨겨져 있을지, 어쭈 도사가 아무거나를 골탕 먹이는 데 끝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일은 『아무거나 문방구 2: 어쭈 도사의 비밀』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푸근한 도깨비와 귀여운 고양이 귀신에 이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어쭈 도사까지 탁월하게 표현한 유시연 화가의 그림들 또한 2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다.

목소리 내는 어린이의 든든한 조력자,
아무거나 도깨비의 활약은 계속된다!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는 “아이들이 문방구에 와서 억눌린 사연을 풀어 낸 후 문제를 해결하고 힘을 얻는 구성”이 “느닷없는 마법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기존 판타지 동화와 구별된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무거나는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거나 아무 대가 없이 고민을 해결해 주는 존재라기보다 어린이 스스로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전해 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신통방통한 물건들 역시 고민 해결의 직접적인 열쇠가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매개일 뿐이다. 2권에서도 문방구에 온 어린이 손님들은 ‘구구절절 옛이야기 물건’ 코너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발견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관심을 받지 못해 불만인 ‘지희’는 대상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어쩌다 빨간부채 파란부채 세트’를,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승우’는 그림을 그리면 무엇이든 ‘진짜’로 만들어 주는 ‘알쏭달쏭요술붓’을, 인기를 얻고 싶은 ‘주아’는 주변에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도록 해 주는 ‘단방귀젤리’를, 친구의 새 물건을 탐내는 ‘동하’는 갖고 싶은 것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해 주는 ‘얼씨구나그림족자’를 손에 넣는다. 네 아이는 요술을 부리는 물건 덕분에 잠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짜릿한 쾌감을 맛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뿐더러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지자 문방구로 돌아와 도움을 청한다. 그때 아무거나는 어린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내도록 대화를 이끌고, 어린이들은 속마음을 텋어놓는 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교훈을 얻기도 한다. 어린이가 제힘으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이야기’와 더불어 마음을 나누며 고민과 상처를 덜어 주는 곳으로서 아무거나 문방구가 특별한 이유다. 오늘날 넘쳐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침묵하는 데 익숙해진 어린이들도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는 사이 어느새 후속작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한편 본문이 끝난 후 부록처럼 이어지는 「도깨비 이야기 장부」는 본문의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옛이야기를 다룬 1권의 ‘이야기 장부’와 달리 미래를 살아가는 아무거나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담았다. 앞으로 또 어떤 손님들이 기대되는 ‘아무거나 문방구’ 시리즈 3권은 2025년 10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신비한 지식 박물관_문화

김일옥, 지식나무교사모임 글 / 불곰 그림/만화 / 14,800원 / 그린애플
 
신비한 ‘용(龍) 박물관’에 갔다 오면,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번쩍 뜨인다고?
《신비한 지식 박물관 _문화》는 상상 속 동물인 용(龍)이 관장인 신비한 박물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저 잘못 탄 버스에서 내렸을 뿐인데, 스스로를 박물관장이라고 소개하는 청룡 용용이와 마주친 주인공 시은이. 얼떨결에 박물관 구경을 시작한 시은이 앞에는 곧 상상도 못한 존재들이 나타나는데……!
이 책은 초등학생 시은이의 시선으로 독자들도 편견 없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핵심 정보만 간단명료하게 눌러 담은 ‘용용이의 문화 교과서’에서는 우리가 먹고 마시며 입고 즐기는 모든 것이 문화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각 장별로 본문 뒤에 이어지는 각종 문화관에서는
나라별 또는 시대별로 다양한 문화재와 거기 얽힌 역사적 배경까지 꼼꼼하게 설명해 준다. 이에 시은이를 뒤따르다 보면 지리적 특성 또는 기후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삶의 방식이 마침내 전통과 풍습, 즉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시은이와 함께 신비한 박물관의 탐방을 마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신비한 지식 박물관 _문화》. 환상 동물인 용과 드래곤, 요정이 함께하는 신비한 박물관 탐방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문화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관점을 선물해 보자.

■ 서로 다른 ‘너와 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문화 다양성!


최근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세태다. 나와 너, 남자와 여자,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 문제는 매 순간 나만 옳다고 우겨서는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은이가 같은 반 친구 동주와 다툰 것처럼 말이다.

“그, 그럼 너는 진짜 곰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걸 믿는 거야? 우리가 환웅과 웅녀의 후손이라고? 그런 건 아니지? 우리 학교에서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 배웠잖아!”
‘바보같이’라는 말을 겨우 삼킨 시은이의 속마음이라도 눈치챈 것마냥, 동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뭘 그런 걸 따져? 네 식대로 엄밀히 따지면, 단군 할아버지가 한민족의 하나님 아버지인 거 아냐?”
시은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동주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 같아.”
_본문 33-34쪽

어떤 주제든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 감정만 상할 뿐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나의 문화’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문화’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와 다른 문화를 지녔다고 해서 서로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에 《신비한 지식 박물관 문화》는 초등학생인 시은이를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해 고민해 보게끔 만든다. ‘환상계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문화 중심주의자 드래곤과 ‘인간계와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여기는 문화 상대주의자 용용이의 대립을 통해서는 ‘문화’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을 돌아볼 수도 있다.
‘기독교인은 집에서 제사 지내는 친구와 친하게 지낼 수 없는 걸까?’
고민하던 시은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에 눈뜬 것처럼, 어린이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낯선 문화도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길 바라 본다.


■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용 박물관’의 문화 탐방기


‘청룡이 지키는 박물관’, ‘사악한 레드 드래곤에게 맞서는 요정 팅커벨’ 등 동서양의 문화를 다채롭게 섞은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이 책은 문화의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주목한다. ‘지속 가능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면서 앞으로 그 가치를 이어갈 수도 있다네.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인 한옥을 예로 들어 볼까? 요즘에는 자연과 어울리게 지어진 한옥의 지혜를 현대 건물에 활용하기도 한다더군. 옛것의 좋은 점을 새로운 것에 적용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일구는 셈일세.
_129쪽

문화와 관련된 지속 가능성이란, 우리 문화를 지키되 갈고닦음으로써 미래 세대도 지금의 우리처럼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 야 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박물관장으로서 독자들을 안내하는 용용이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문화에 대해 초등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 교과 필수 개념을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
‘나’를 둘러싼 문화의 인식에 더해 ‘나와 다른 범주’에 존재하는 문화도 이해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시기, ‘어떻게 하면 ‘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이 책이 부디 어린이 독자들의 문화적인 세계를 넓혀 주길 바란다.









백설 공주

이루리 글 / 최영아 그림/만화 / 17,000원 / 이루리북스
 
*세계적인 이야기꾼 이루리 작가가 새로 쓴 『백설 공주』!
*『달토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최영아 작가의 신작!
*아름다움의 기준과 의미를 묻는 그림책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루리 작가는 새로 쓴 『백설 공주』를 통해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무대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와 신라에서 태어난 백설 공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더불어 한국적인 이미지로 사랑 받고 있는 최영아 작가의 그림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신라의 백설 공주를 통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 그림책! 바로 『백설 공주』입니다
 
초등 교과 연계 or 누리 과정 연계
ㆍ누리과정: 의사소통(책과 이야기 즐기기)
예술경험(예술 감상하기)
ㆍ교과연계: 5학년 1학기 국어 3. 작품을 감상해요
                     3학년 1학기 국어 1. 작품을 보고 느낌을 나누어요

#전래동화 #패러디 #백설공주 #미의식 #서동요 #백설기

아름다움의 기준과 의미를 묻는 그림책
아름다운 그림책 『백설 공주』는 아름다움의 기준과 의미를 묻는 그림책입니다. 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까요? 이루리 작가와 최영아 작가가 새로 만든 그림책 『백설 공주』에서 서태 왕비는 마법의 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묻습니다. 안타깝게도 마법의 거울이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것입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도 거울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묻고 있나요? 이루리 작가와 최영아 작가가 새로 만든 『백설 공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과 의미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달토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최영아 작가의 신작!
한복 입은 토끼가 어떻게 달에 가서 살게 되었는지를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 『달토끼』는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수출되었습니다! 최영아 작가는 신작 『백설 공주』에서 신라의 백설 공주를 매혹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만약 디즈니가 최영아 작가의 그림책 『백설 공주』를 본다면 분명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을 것입니다. 이것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백설 공주』이기 때문입니다. 최영아 작가의 『백설 공주』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이야기꾼 이루리 작가가 새로 쓴 『백설 공주』!
이 책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 작가 이루리가 새로 쓴 『백설 공주』입니다. 이루리 작가는 서양의 『백설 공주』를 신라의 『백설 공주』로 새롭게 바꿔 썼습니다. 신라의 진평왕, 마야 왕비, 덕만 공주를 출연시켰고, 중국의 서태 왕비와 관우도 등장합니다. 물론 역사적인 인물들은 사실이 아니라 배우로서 출연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캐스팅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루리 작가가 새로 만든 『백설 공주』는 패러디라는 즐거움과 더불어 비유와 상징을 읽는 즐거움이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왕의 이름

파비안 네그린 글 /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조 그림/만화 / 제님 역 / 16,000원 / 목요일

〈벌거벗은 임금님〉을 뛰어넘는 우화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지혜로 다스리는 정치풍자 그림책.
현대 정치사회 문제를 재치 있게 풍자하여
아이들의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정치적 권력과 리더십의 과정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며 권력자가 어떻게 선출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드러냅니다. 닭의 울음소리처럼 무의미하거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정치적 시스템을 비판하는 동시에
바위에 새겨진 ‘왕의 이름은 모든 수탉이 합창으로 불러야 한다.’ 라는 문구는 헌법이자 민중의 소리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왕의 위치가 백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현대 사회의 정치 이야기를 풀어낸 풍자 그림책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 탐욕과 허영, 욕망을 풍자했다면 이 책은 법을 어기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백성들이 겪는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부조리, 민중의 기지,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를 반영한 결말이 인상적이며,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에서 가능한 지혜와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거슬러 권력과 욕망으로 무너지는 정치사회를 은밀하게 비판하면
서 마지막의 우스꽝스러운 해결책이 반전을 더합니다.
단순한 동화가 아닌 복잡한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풍자와 상징을 통해 철학적 깊이를 더한 그림책입니다.









이층 침대

사이토 린, 우키마루 글 /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만화 / 고향옥 역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위층은 엄청 위험해.”
“그 말은 정말로 정말이었어!”
잠들기 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꿈의 조각 같은 모험이 펼쳐집니다!

■ 모험은 어디에서나 시작되지!
재미있고 따뜻한 그림책 글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콤비 사이토 린과 우키마루가 글을 쓰고,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자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그림을 그린 『이층 침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상상과 모험이 피어나는 이층 침대에서 꿈을 키우고 모험을 만들어 가는 오빠와 동생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입체적이고 압도적인 화풍의 그림을 만나 아름답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으스스한 유령 나라, 야생 동물들의 천국 정글, 난파선과 북극곰을 만날 수 있는 북극에서 오빠와 동생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모험을 즐긴다.

어린 탐험가들에게는 이층 침대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 아래층을 쓰는 아이는 위층이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위에서 자면 왠지 잠이 더 잘 올 것만 같고, 잠이 안 오더라도 뭔가 신나는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층을 쓰는 아이 또한 그 자리를 선뜻 내주고 싶지 않다. 바닥에서부터 높이 떠서 천장과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누우면 금세 공상에 빠지고 엄청난 모험이 시작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모험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으니까!

■ 오빠와 나는 멋진 탐험가!
오빠와 동생은 이층 침대를 사이좋게 나눠 쓴다. 오빠는 위층, 동생은 아래층. 동생은 오빠가 위층을 쓰는 것에 불만이 있지만, 힘차게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리에 누워 딸깍! 딸깍! 각각 머리맡의 등을 끄면 도란도란 이야기가 시작된다. 잠들기 전 나누는 이야기를 타고 오빠와 동생은 현실을 뛰어넘어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상상의 세계로 성큼 발을 들인다. 어둠에 휩싸인 유령 나라에서 함께 유령을 물리치고, 코끼리와 얼룩말과 나무늘보 등 야생 동물들이 가득한 정글에서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예쁜 새를 만나고, 꽁꽁 얼어붙은 북극에서는 썰매 개가 끌어 주는 썰매를 타고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린다. 서로를 배려하는 남매의 우애는 판타지 공간에까지 아름답게 스며들고, 매일매일 기대 이상의 신나는 모험을 하며 하루를 위로받는다.
오빠와 동생은 둘이 함께하는 모험이라면 겁날 것이 없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싸우고 운 동생을 위로하려는 오빠와, 아파서 입원한 오빠를 생각하는 동생의 따뜻한 마음이 뭉클하게 전해지는 장면에서는 상상과 모험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작가들의 힘이 느껴진다. 장면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펼치는 모험을 통해 용기를 얻은 아이들은 현실을 이길 힘을 얻을 것이다.











SOS 물

야요 글/그림/만화 / 김정화 역 / 17,000원 / 분홍고래

플라스틱 물병으로 가득 찬 세상!
너에게 깨끗한 환경을 찾아 줄게
깨끗한 물을 찾아 떠나는
두 친구의 환경 탐험 이야기!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환경 그림책!
이 책은 환경을 위협하고 건강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책입니다. 캐나다에서 출간된 뒤 퀘백 작가연맹 문학상 최종 후보, 신문사 선정 100대 도서 등에 추천되며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관한 메시지’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서평 잡지 〈커커스 리뷰즈〉는 “지구를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지침을 가진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극찬했습니다.
책은 선원 랄로와 금붕어 로사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좁고 탁한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 로사는 랄로에게 자신의 환경이 답답하다며 좀 더 나은 삶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랄로는 친구 로사에게 깨끗한 물이 있는 좋은 환경을 찾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둘의 환경 탐험이 시작됩니다. 연못, 산꼭대기, 북극, 정글, 사막, 해변까지 지구의 모든 곳을 가 보지만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며, 이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 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안내합니다.

동물 친구들과 쓰레기를 치우며 배우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
“어디에나 있는 그것들! 이것들이 모두 어디서 왔을까?”
랄로와 로사는 물병으로 가득찬 물 위를 탐험하며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마트에서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를 가득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플라스틱 생수병을 보며 랄로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절망은 아니었을까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랄로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과연 어디서 왔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가 깨끗한 물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오히려 물을 오염시킨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행동에 나섭니다. 랄로는 동물 친구들과 힘을 합쳐 쓰레기를 치우고 위기에 처한 동물을 돕습니다.

환상적인 삽화와 함께하는 환경 보호의 첫걸음!
야요의 매력적인 그림과 재치 있는 이야기는 환경 보호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주어 어린이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매력적으로 전달합니다. 무분별한 페트병 사용이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킴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알려주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에 관해 생각해 보도록 안내합니다.
또한 행동하는 랄로와 로사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은유적이고 유머러스한 삽화는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동물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은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책이 들려주는 최고의 가치는 행동에 나서는 이유가 타인을 위한 ‘이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모두의 작은 배려가 큰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요.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어린이들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과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