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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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이도윤 저 / 13,000원 / 창비 “종이에 쓴 글자들을 툭툭 건드려 사람은 사랑이 되고 마을은 마음이 되고”
빗물의 리듬으로 써내려간 시
진득한 응시로 급변하는 시대상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이도윤 시인의 신작 시집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가 출간되었다. 전작 『산을 옮기다』(도서출판 시인 2004)가 출간된 지 20여년 만에 긴 침묵을 깨고 펴내는 세번째 시집이다. 오랜 세월 언론계에 몸담으며 묵묵히 길어 올린 시편들은 그가 한시도 뜨거운 시심을 내려놓은 적 없음을 증명하듯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는 예민한 감각과 자연에 깊이 조응하는 서정으로 빛을 발한다. 특히 비와 안개, 해와 구름과 같은 자연의 물성을 아우르는 사유가 판문점 선언에서 촛불혁명, 세월호 참사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말하는 결연한 언어와 절묘하게 맞닿아 폭넓은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암울했던 시대의 기록이자 그 시대를 온몸으로 버텨낸 이들의 피맺힌 고뇌와 희망의 언어”(정희성, 추천사)로서 당도한 이번 시집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수평의 내면과 조응하는 고요한 희망의 언어 ![]() 반드시 나의 삶을 살겠다 손명광 저 / 5,000원 / 크리에이티브크루 "다수의 편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멈추고 다시 생각해라." 이 책은 고등학교 수학 성적 6점, 9등급의 열등생에서 연 매출 40억 원의 온라인 유통 회사의 대표가 된 저자 '필자생'의 치열한 생존 기록이자 실전 전략서이다. 저자는 가난과 결핍을 동력 삼아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며 깨달은 진리를 기록하여 책으로 엮었다.
해당 책은 온라인 유통, 콘텐츠, 커뮤니티라는 '신인류의 도구'를 통해 자본 없이도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이 책은 단순히 '열심히 살라'는 뻔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가 아니다. 남들이 가는 안전한 길(정도)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단독자(독립적 주체)'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실전 전략서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핵심 전략: ㆍ 탈클루지(본능 역행):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유전자 오작동(클루지)을 인지하고, 대중의 반대편인 '오른쪽 길'을 선택하는 법을 알려준다. ㆍ 사도(邪道) 전략: 천재가 아닌 범재가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정면 승부를 피하고,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짜치는 일'에서 승기를 잡는 전략. ㆍ 육망성의 무기 (하·양·본 & 탈·환·루) - 하·양·본: 리소스를 줄여 가볍게 시작하고(하방), 압도적인 시도 횟수로 실력을 쌓으며(양), 결국 본질을 꿰뚫는 사업의 공식. - 탈·환·루: 고정관념을 깨고(탈클루지), 실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며(환경설정), 그것을 습관으로 만드는(루틴) 지속의 힘. ![]() 피냐타 깨뜨리기 이유운 저 / 12,000원 / 에피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의 부스러기들, 이 시집 안에서 하나의 모양이 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 대신,
이유운의 언어는 당신에게 아주 작은 〈사이〉를 열어 준다.부서지고 다시 붙는 우리 마음의 모양을 들여다본다. 어떤 날의 우리는 종잇장처럼 얇고, 어떤 날의 우리는 주름진 잡동사니 속에 숨어 있고, 어떤 날의 우리는 누군가의 이름을 품에 넣었다가 조금씩 찢어지고, 다시 붙고, 흔적을 남기며 자란다. 이유운 시인의 시는 그런 마음의 과정을 기억, 촉각, 빛, 주름, 물건, 사랑, 그리고 아주 작은 기울기들로 기록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흔들리던 순간, 혼자서도 이상하게 뜨거웠던 밤,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의 부스러기들. 그 모든 것들이 이 시집 안에서 하나의 모양이 된다. 이유운 시인은 말한다. 〈사랑은 고귀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세속적이라서 오래 남는다〉고. 〈우리는 부족한 채로도 누군가를 깊이 품을 수 있다〉고. 〈나를 기른 사람들과 나를 스쳐간 관계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마음의 모양을 만든다〉고. 삶이 가끔 너무 얇게 느껴지는 사람, 어떤 감정들은 말할 수 없어서 그냥 주머니에 구겨 넣어 둔 사람, 사랑을 믿고 싶지만 두려운 사람에게 『피냐타 깨뜨리기』는 조용히 건네는 손이다. 흩어지는 마음을 붙잡고 싶은 날, ![]() 양광모 대표시 105 양광모 저 / 13,000원 / 푸른길 『양광모 대표시 105』는 양광모 시인이 자신의 시 1,900여 편 가운데 105편을 가려 뽑은 자선自選 대표시집이다. 시인이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째로 다시 통독하며, 독자의 선택이 아닌 창작자의 눈으로 고른 이번 선집은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고 써온 한 시인의 언어적 궤적을 한 권에 담아내었다. “시는 북이다”라는 신념 아래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응원과 위무의 북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시인의 고백이 이 한 권에 응축되어 있다. 시인은 “사랑하고, 쓰고, 모두 나누다, 떠나리라”는 다짐으로, 독자의 반응이나 평단의 평가보다 시를 쓴 사람의 잣대로 자신의 시를 다시 읽고 추려냈다. 그 과정에서 지나온 삶과 언어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일은 곧 자기 인생을 다시 읽는 일이었고, 이번 시집은 그 치열한 자기 검토의 결과물이다. 이번 시선집은 Ⅰ부 ‘봄은 어디서 오는가’, Ⅱ부 ‘별로 살아야 한다’, Ⅲ부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Ⅳ부 ‘당신이 보고 싶어 아침이 옵니다’, Ⅴ부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의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은 곧 시인의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절망 속에서도 다시 삶을 향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 문장들이다. 일상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봄·별·사람·사랑·여행과 같은 구체적 이미지로 삶의 상처와 회복, 고독과 연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끌어안는 것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 ‘살아 있는 한 첫날이다’,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 아침이 옵니다’,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 흐린 날엔 힘껏 산다’ 같은 시편 제목과 구절들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건네는 응원 문장이 된다. 양광모 시인은 “그동안 쓴 천구백여 편의 시 중에서 독자들의 잣대가 아닌 시를 쓴 사람의 잣대로 105편을 골라보았다”고 밝히며, 긴 빙하기 끝 해빙기를 맞이하듯 자신의 언어를 다시 해방시키는 심정으로 이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응원과 위무의 북소리를 힘차게 때로는 잔잔히 들려주고 싶었다”며, 이 시집이 “당신의 애쓰는 영혼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한다. 인생에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모험보다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는 모험이 더 많다는 것을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지만 희망이란 초대를 받아야만 찾아오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12월에는 봄을 기다리지 말고 힘껏 겨울을 이겨내려 애써야 한다는 것을 (중략)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배웠다⌟ 中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느린 발걸음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때의 무궁무진한 감회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사랑하고, 쓰고, 나누고, 떠나기까지의 시간을 언어로 기록해온 한 시인의 진심 어린 인사가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또다시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얼어붙을 듯이 추운 겨울이지만 힘껏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며 시인의 노래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 내 생애 최고의 수술: 세브란스 소와외과 교수에서 서울고등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이 된 의학박사 한석주의 조금은 특별한 삶의 기록 한석주 저 / 18,000원 / 다빈치books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희귀·난치성 질환 환아의 생명을 살려온 의학박사 한석주의 특별한 삶의 기록을 담았다. 퇴임 후 현재 서울고등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의료 소송 심리와 의견서 제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은 외과의사 한석주의 의료적인 수술과 사회제도적인 수술에 대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서두에 ‘조금은 특별한 삶’이라고 표현했지만, 범인(凡人)의 눈으로 보면 그의 삶은 특별함을 넘어 ‘별스러움’에 가깝다. 누구나 주저하는 고난도 수술 앞에서 망설임 없이 소매를 걷어붙였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을 법한 복잡한 분쟁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걸고 옳다고 믿는 말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이행했던 의료적인 수술로는 나영이 수술, 전남 목포 아동학대 피해자 수술, 샴쌍둥이 분리 수술, 담도폐쇄증 수술, 항문 복원 수술, 심장이소증 환자 수술 등에 참여하게 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의료적인 전문 지식을 가지고 의료 사고나 아동 학대 및 살해 사건의 증인으로 나선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원내 장기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책무를 맡아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을 일으킨 윤○○의 황제 수감 생활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과정, 내부고발자로서의 고뇌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환자의 편에 서서 심평원과 진료비삭감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간 존엄과 사회 정의를 함께 지키고 싶었던 한 외과의사의 용기와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빵점 같은 힘찬 자유 김승희 저 / 13,000원 / 창비 “이제 그만 불면증도 바람도 자유도 안식에 들었다 해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삶의 비참을 비틀고 자라나는 황홀
1973년 등단 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비참과 고통의 시대를 오로지 ‘시’로 감당해온 김승희 시인의 열두번째 시집 『빵점 같은 힘찬 자유』가 출간되었다. 2021년 만해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청마문학상 등을 수상한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창비 2021)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허망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역설적으로 우뚝 솟아나는 자유를 향한 의지를 뜨거운 언어로 노래한다. 50여년의 시력(詩歷)이 증명하듯 깊은 통찰력과 예지력을 겸비하면서도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달하고 다채로운 시편들을 통해 “시인은 나이 들어도 시는 나이 들지 않을 수 있다”(오은 시인, 추천사)는 경이로움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삶의 어둠과 시대의 절망을 끌어안으며 “기어이 그 한가운데를 다 겪어”내는 시인의 단단한 자세와 진득한 응시에서 우리는 “2026년 이후의 한국문학사는 김승희의 열두번째 시집에 빚을 지게 될 것”(양경언 평론가, 해설)임을 예견하게 된다.허름한 자유를 향해 웅혼하게 나아가는 시 ![]() 뭘 쓸까 강백수 저 / 16,800원 / 허클베리북스 15년간 70곡의 노랫말과 7권의 책, 소처럼 써온 글쟁이 강백수의 글감 찾기 수업
강백수의 글쓰기는 ‘특별함’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풍경에 천천히 귀를 기울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반짝이는 사건이 없어도, 눈에 띌 만한 드라마가 없어도,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들은 늘 조용히 우리 곁을 스쳐 간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순간들을 포착해 글감으로 바꾸는 그의 오랜 습관과 태도, 일종의 ‘생활형 창작법’을 공개하는 안내서다.
그의 말처럼 특별한 글은 특별한 소재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된 슬픔, 흔한 기쁨,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부끄러움 같은 ‘보통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평범함을 글로 바꾸는 감각을 되살려준다.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하지?”라는 문 앞에 멈춰 선 이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대답이기도 하다.강백수는 평범해 보이는 장면들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의 결을 발견해낸다. 반지하 방의 천장에 붙어 있던 야광별, 감자탕을 발라주던 연인의 손끝, 새벽 빨래방에서 울고 있는 남자의 어깨처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지만 아무나 쓰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는 그 사소한 순간들이야말로 삶을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기록이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발견돼야 하는 ‘좋은 글감’이라고 말한다. 《뭘 쓸까》는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알려주는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다. 마음을 정교하게 들여다보는 법, 지나간 감정을 곁눈질하지 않고 붙잡는 법, 때로는 슬픔마저도 조금은 우스워 보이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거리 두기가 어떻게 문장으로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강백수의 창작 일기 같은 책이다. ![]() 나는 이우석이다 노지민 저 / 14,800원 / 일송북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던 김옥균의 그림자, 고대수라고 불리웠던 7척 장신의 궁녀 이우석을 국내에 알리는 첫 발굴 작업
『나는 이우석이다』는 갑신정변에 참여한 역사적 인물 ‘고대수’, ‘7척 장신의 무수리’라는 짧은 기록으로만 전해지는 여성의 삶을 추적한 에세이·전기다. 이 책은 허구적 서사를 구축하는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사료와 시대적 정황, 개인의 질문과 성찰을 토대로 기록의 틈새를 조심스럽게 잇는다. 그 과정에서 역사에서 지워진 한 인간의 선택과 사유를 복원한다.
강화섬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관의 결정에 따라 입궁한 무수리, 궁궐이라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서 있었던 여성은 왕비의 호위 궁녀가 되며 정치의 한복판을 목도한다. 그가 마주한 것은 백성의 삶과 괴리된 국가, 사익에 매달린 관료, 신분과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을 가르는 질서였다.
이우석은 질문한다.
국가는 무엇인가, 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까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
작가는 IMF 외환 위기라는 개인적·사회적 단절의 경험 속에서 이 인물을 다시 만났다고 말한다. 국가부도 사태, 삶의 기반을 잃은 개인들, 무너지는 공동체의 풍경은 19세기 말 조선이 맞닥뜨렸던 위기와 겹쳐진다. 『나는 이우석이다』는 과거의 이야기를 빌려 현재를 비판하고, 현재의 질문으로 역사를 다시 읽는다.
이 책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체제를 향해 나아가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위협받아 왔고, 또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갑신정변의 역사가 아니라, 그 실패 속에서도 ‘왕이 없는 나라’,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선택의 의미를 묻는다. ![]()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김유나 저 / 17,000원 / 창비 “물속에서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는 법,
무른 몸으로도 건강하게 사는 법”
담백한 이야기의 감칠맛 속에 깃든 인생의 참맛 한국문학의 싱그러운 새바람, 김유나 첫 소설집 “화자의 갈팡질팡하는 마음 곁에 나란히 서서 그 마음을 물끄러미 응시하게 되는 독특한 힘”(심사평)을 지닌 작가로 주목받으며 2020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김유나의 첫번째 소설집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이 출간되었다. 정교한 묘사와 감정의 축적, 감칠맛 나는 유머가 버무려진 일곱편의 수록작에 제각각 깊이 익은 인생의 참맛을 담았다. 인물의 다층적인 내면과 핍진한 서사를 균형있게 다룬 첫 장편소설 『내일의 엔딩』에서 보여준 솜씨가 더욱 무르익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소설집에서는 작가와 인물이 “서로 같이 고군분투하는”(추천사, 윤성희) 진심이 자상하게 다가와 말을 걸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고달픈 인생을 버티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는다.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은 보통의 사람들이 맞닥뜨리는 인생의 쓴맛을 맛깔나게 묘사하며 세계의 담백한 진리를 담았다. 작중 인물들은 시련을 맞이해 사기와 배신, 폭로와 도주, 침묵과 공모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며 세상을 속이고 자신도 속인다. 하지만 김유나는 사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속인다면 삶 역시 우리를 속이기 시작한다는 엄정한 사실을 또렷하게 직시한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인물들은 해피엔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더욱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덮은 뒤 독자들에게 묘한 개운함과 깊은 여운이 남는 이유는, 김유나가 ‘더 나은 삶’을 애써 꾸며내기보다 ‘덜 거짓된 삶’을 향한 한 걸음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이다. 진실 너머의 모호한 희망을 약속하는 대신, 나답게 살며 한 걸음이라도 내 호흡으로 걸어가는 것, 그 작고 더딘 움직임이 삶의 가장 단단한 본질임을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유나는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현실의 조건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치밀하게 설계한다. 가족, 사랑, 노동, 돈, 계급, 돌봄, 기후 같은 구체적인 삶의 문제가 인물의 심리와 분리되지 않은 채 촘촘히 얽힌다. 이야기를 술술 읽히게 만들면서, 독자들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의 소용돌이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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