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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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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생각

저자
양성우
출판사
일송북
발행일
2018.12.15
정가
10,800 원
ISBN
9798957322673|
판형
125x205
면수
132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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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공화국』 등으로 1970년대 민주화투쟁의 상징 시인이 된 양성우 시인이 15번째 신작시집 『압록강 생각』(일송북 刊, 10,800원)을 펴냈습니다. 남의 나라, 중국 대륙 국경 강가가 아니라 조국의 강산에서 압록강을 보고픈 표제시에도 드러나듯 통일 염원을 비롯해 일상에서 우러난 심사를 결 곧은 서정으로 펼친 시 91편을 싣고 있습니다. 특히 지나온 삶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노년의 심사가 솔직, 담박하게 우러나며 달관의 지경에 이르고 있어 웰 다잉 등 노년 문제를 다룬 실버 문학, 실버 시의 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됩니다.
 양 시인은 이번 시집 후기에서 “요즘의 몇 년 사이에 내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나에게도 마지막 날이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곤 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의 뒤에는 언제나 모든 사물들이 낱낱이 새롭고 애틋해진다. 이제 갓 올라오는 풀잎의 새싹에서부터 우수수 지는 단풍잎, 붉은 저녁놀과 초승달, 희미한 새벽별들에 이르기까지”라고 밝혔습니다. 노년에는 세상 모든 걸 더욱 새롭고 애틋하게 깨닫는 달관의 경지가 시편들을 실버문학의 점입가경으로 들어서게 하고 있습니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 기나긴 죽음의 시절, / 꿈도 없이 누웠다가 / 이 새벽 안개 속에 / 떠났다고 대답하라”고 유신독재와 군부독재의 죽음의 시절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위해 맞섰던 시인이 이제 죽음에 맞서며, 아니 죽음에 순응하며 펴낸 시집이 이번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 해설 「실버문학 신천지의 점입가경」에서 글벗으로써 오랫동안 양 시인과 함께 해온 소설가 박태순씨는 “탈 청춘문예 실버문학의 아날로그 키워드들이 빛을 낸다”며 “달관의 백발문학의 아울렛 콘텐츠”로 평했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광명 해원(解寃) 문학정신과 정한(情恨)의 인간해방 시문학”이라는 양 시인의 반백년 시 작업이 집대성된 시집으로 봤습니다.
 “그들이 온다 넋처럼 머리를 흔들며 머뭇거리며 / 춤을 추면서 헛웃음치며 그들이 온다 / 허공에 가득히 하얗게 몰려온다 / 마치 두고 간 것을 다시 찾으러 오는 것 같이 / 빈들에 벗은 나무들의 검은 숲에 / 가난한 작은 마을의 낮은 지붕들 위에, /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 오래 전에 문을 닫은 간이역 녹슨 철길 위에 / 슬픔이듯이 가슴을 치면서 그들이 내려온다 넋처럼 / 잠 안 오는 밤의 창문을 두드리며” 밤눈 내리는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사를 그린 시 「밤눈」 전문입니다. 머뭇거리며, 때론 춤을 추며 넋처럼 내리는 밤눈은 무엇이겠습니까. 노년의 잠 못 이루는 긴긴 밤 추억이며 회한이며 죽음의 예감 아니겠습니까. 그런 노년의 풍정(風情)을 애틋하면서도 올곧게 서정화하고 있는 시집이 『압록강 생각』 입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복이 있으라 / 밥숟가락을 들 때마다 목이 메이고 /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 흰 밥 한 입도 모래알 같고 김치 한 가닥도 / 나무껍질 같은가 / 거친 하루를 끝내고 돌아와서 먹는 / 눈물에 만 찬밥 한 덩이가 희망이라면..... / 사랑이란 함께 있는 것이라고 했던가 / 혼자 앉은 밥상 앞은 사막이니 / 오직 살아있다는 까닭만으로 / 배가 고프기보다는 마음이 허기져서 먹는 것 / 아무도 없는 어스름 깔린 마루에서 / 혼자 밥 먹는 사람 / 그 외롭고 쓸쓸함이 오히려 남이 모르는 / 기쁨이기를”
 어스름 깔린 노년의 심사가 애틋하게 드러난 시 「혼자 밥 먹는 사람」 전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어둠, 혼밥까지도 기쁘게 복되게 받아들이며 희망이 되게 하는 시입니다.
 이렇듯 이번 시집 『압록강 생각』은 노년의 풍정을 빼어나게 형상화하면서도 위로와 희망을 주는 실버 시의 좋은 본보기로 읽히는 시집입니다. 웰 빙과 웰 다잉이 고령화시대로 가는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노시인이 연말에 펴낸 이 실버 시집에 여러분들의 따뜻하고 각별한 관심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저자 양성우  

·1943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시인》에 「발상법」, 「증언」등을 발표하면서 ·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발상법』(1972), 『신하여 신하여』(1974),
·『겨울공화국』(1977), 『북치는 앉은뱅이』(1980),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1981), 『낙화』(1984),
·『노예수첩』(1985), 『5월제』(1986), ·
『그대의 하늘 길』(1987), 『세상의 한가운데』(1990),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1997), 『첫마음』(2000),
·『물고기 한 마리』(2003), 『길에서 시를 줍다』(2007), ·
『아침꽃잎』(2008),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2012) 등이 있다.
·제4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