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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에 짓밟힌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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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에 짓밟힌 법당

10·27 법난 40주년 기념 시집

저자
혜성
출판사
동쪽나라
발행일
2020.10.05
정가
10,000 원
ISBN
9788984412798|
판형
140x210
면수
212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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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27 법난은 1980년 10월 27일을 기해, 전두환 장군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가 불법으로 불교인들을 연행하여 고문, 취조를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89년 11월에 강영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고, 2018년 4월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올해 2020년은 좁게는 당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좀 더 넓게는 불교계에, 더 넓게는 대한민국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는 10 · 27 법난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국민 및 불제자들의 이해와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나아가 이 사건의 40주년을 기하여 불교를 더욱더 강건하게 세우는 작업, 또는 국가와 종교 간의 관계,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에 대해 심도있게 토의하려는 노력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10 · 27 법난의 가장 피해 당사자인 이혜성 스님의 시집 『군화에 짓밟힌 법당』이 출간된 것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 의의는 이 시집이 10 · 27 법난 당시 피해자에게 가해졌던 끔찍한 가혹 행위와, 그를 감내하는 피해자의 생생한 육성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는 데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 시집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하는, 불제자들을 눈물겹게 만드는 감동적인 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더하여 이 작은 책자에는 혜성 스님의 일생을 정리한 글, 10 · 27 법난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글과 이 시집에 나타나 있는 스님의 육성을 문학적인 입장에서 분석한 그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이 글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 시집을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 : 혜성 

속명이 이근배李根培인 혜성 스님은 1937년 경북 상주에서 이승택 거사와 이태임 보살의 장남으로 출생하였으며, 대전공업고등학교, 실달승가학원을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간행사 | 혜성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_5 이근우(이혜성스님기념사업회)
추천사 | 마른 햇살처럼 눈이 아프다_8 문정희(시인)

제1부|외마디 - 혜성 스님 법난 시 모음

제1장 사람이 사람에게 어찌 17


· 감옥18 · 아파 죽겠어요20
· 불교 정화佛敎淨化23
· 체탈도첩25
· 누구를 믿으리요27
· 배신28
· 행자30
· 자유32
· 부정축재34
· 이감移監37
· 순화교육順化敎育39
· 나의 어린 스님들41
· 나가 보라43
· 말씀해 주세요45
· 눈물47
· 복구49
· 우리 부처님!51
· 법난53
· 대도선사를 버려야 하는 뼈아픔54

제2장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51

· 보보육원58
· 양로원60
· 청담 학원62
· 인忍64
· 내 팔자66
· 나는 뛰었노라68
· 이 나라가 잘 되어야70
· 무無71
· 무심無心72
· 신념74
· 죽음75
· 내 스승76
· 참회77
· 공든 탑78
· 은혜79
· 원망80
· 후회81
· 이별82
· 잘 살아보세84
· 용서86
· 누가 나를 죽이리요87
· 용기88
· 기다림89
· 운명91
· 잊어 주오92

제3장 불자가 불자답게 이렇게 87

· 꿈96
· 사바세계97
· 인과응보因果應報99
· 마음100
· 방황102
· 인연104
· 꿈1106 · 꿈2107
· 한심하오108
· 인욕忍辱110
· 무상無常111
· 해탈解脫112
· 포기114
· 님116
· 큰스님! 9주기118
· 방생放生120
· 부처님 너무하셔121
· 부처님이 도우신다123
· 공부124
· 악업惡業125
· 이 생명 다하도록127
· 동업중생同業衆生128
· 법法129

제2부|엄혹한 겨울에서 다사로운 봄으로 - 혜성 스님 관련 글 모음

자비의 그늘과 지혜의 햇살 | 이성수 133
10·27 법난과 혜성 스님 | 유승무 149
폭력에서 평화의 바다로 | 이근우 169
고통과 절규, 그리고 화해 | 김정빈 177

진불장振佛· 혜성慧性 스님 행장行狀_205                

 혜성 스님의 일생

속명이 이근배李根培인 혜성 스님은 1937년 경북 상주에서 이승택 거사와 이태임 보살의 장남으로 출생하였으며, 대전공업고등학교, 실달승가학원을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청년 이근배는 20세 되던 해에 청담淸潭 대종사의 제자로 출가한 뒤에 혜성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이후 스승을 한국 불교의 정화 불사에 헌신하였으며, 1964년에 도선사 주지가 되어 도선사를 한국불교 최대 사찰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 한편, 조계종의 주요 직책을 맡아 한국불교의 진흥에 크게 기여했는데, 특히 중앙승가대 학장으로서 부지 5만 평을 확보하고 당해 대학을 4년제 대학 학력인정 각종학교로 인가받은 공적은 특별히 기억할 만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혜성 스님은 불교의 사회 기여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청담중고등학교와 혜명복지원을 설립하고 삼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신당어린이집 원장을 맡는 많은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1980년 신군부가 불교인들을 불법으로 연행하여 픽박한 사건인 10 · 27 법난을 맞아 한 달 동안 고문, 취조를 당하였고, 강제로 도선사 주지 직과 함께 승려 자격을 잃었다. 오랜 시일이 흘러 승려 자격을 회복하긴 하였으나 당시에 받은 고문 후유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1988년 12월, 정부는 강영훈 국무총리의 담화를 통해 10 · 27 법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였고,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스님은 국가를 상대로 명예 회복과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패소 판결로 결론지었다. 2018년 7월 25일, 도선사 염화실에서 세수 82세를 끝으로 입적하였다.

혜성 스님이 남긴 시들

혜성 스님은 기본적으로 문학인이 아니라 종교인이다. 따라서 비록 이 책이 시집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문학적인 입장에서만 고찰해서는 안 된다. 문학적인 ‘시’로서만 볼 경우 혜성 스님이 시들이 이룩한 성취는 반드시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 인간이자 종교인이 남긴 생생한 ‘육성’과 ‘법문’이라는 면에서 볼 때 우리는 이 시에서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불교는 ‘고통’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부처님의 기본 교리가 사성제로 이루어졌고, 사성제의 네 항목이 모두 ‘고통’이라는 단어를 주어로 삼고 있는 것으로써 알 수 있다. 고통은 외적인 원인과 내적인 원인이라는 두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른바 ‘세간’이라 불리는 영역에서는 이 두 원인 중 외적 원인에 주목하며, ‘출세간’, 또는 ‘수행’이라 불리는 영역에서는 내적 원인에 주목한다.

사성제가 고통의 원인으로서 무명(무지)와 갈애를 들고 있다는 사실은 불교 수행이 고통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집안에 강도가 들어 왔을 때, 외적이 국가를 침탈하려 할 때, 또는 부당한 고문을 받으면서 그 원인을 나 자신에서 찾는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 고통, 또는 잘못됨의 원인은 먼저 타인, 타물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이 시집에 보이는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비명 소리는 인간의 지성이 작동하지 이전에 질러져 나오는 생물학적인 ‘소리’이며, 그 단계에서는 언어의 시적인 사용, 문학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시인(혜성 스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인의 언어는 고통을 가해온 원인자들에게 대한 원망을 조금씩 조금씩 넘어서 마침내 불법의 이해에 기초한 용서와 화해에까지, 즉 고통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불교 본령의 자세로 회귀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고통스러운 외침과 함께 한 수행자로서의 너그러운 마음까지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